"안녕하세요. 엄마 대신 편지를 읽겠습니다.
'안녕 경철아 엄마야. 경철이가 떠난 지 78일이나 지났어. 경철이 사진들을 봐도 또 봐도 너무 보고 싶고 너의 방에서 지내도 늘 너의 빈자리 좁혀지지가 않아. 좁혀지기는커녕 더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만큼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그만큼 엄마는 경철이가 너가 떠나간 뒤로, 일을 할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매 순간마다 너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구나.
너의 동생들과 누나가 엄마를 도와줬고, 너가 없는 빈자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을, 장난 치는 경철이를, 엄마를 마중하는 경철이.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경철이, 노래하는 경철이, 커피 스무디 만드는 경철이. 애교 부리는 경철이. 엄마 이름 불러주는 경철이. 이렇게 많이 하던 너가 이제 없어서 너무 슬프면서도 그리워.
경철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나는 10.29 그날을 반드시 기억할 거고, 늘 그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야. 경철아 나는 너가 지금도, 그리고 항상 가족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들만큼 너를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내 부탁 좀 들어줘. 보고 싶은 경철아. 제발 엄마 꿈에 나타나 줘. 꿈에 나타나서 엄마랑 이야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러자. 알겠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렴.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영원히 있을 거야. 경철아,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가는 날까지. 잘 지내고 있어.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이. 사랑하는 엄마가.'
그리고 저와 저의 동생의 심정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와 동생이 유튜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봐도, 마음이 무너지고 슬픔에 잠겨 화를 참지 못해 분노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른들의 말, 국정조사 등 어른들이 말하는 얘기를 귀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못 알아들어도 조금이라도 알겠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억울하게 방치되었다는 것과, 마지막 오빠를 눈앞에 두고도 붙잡지 못해 후회하고 슬퍼하는 기분을 모르고, 무책임한 정부인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국민들에 의한 정부인지, 무엇을 위해 15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정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제대로 하는 사람은 고작 몇 명 없다는 게 참 놀랍고 어이가 없습니다. 정부가 겁쟁이마냥 남 탓하고, 발을 뒤로 빼도 됩니까? 아주 나라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뭐했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상민 등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죠. 그 사람들의 말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 등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정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짜 어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런 정부를 이제 믿겠습니까. 이제는 나라도 못 믿습니다. 어디에다 양심과 개념을 팔아먹었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제대로 한 게 없으니 이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엄마의 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잘 들으십시오.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진상 규명 철저히 밝히시고 겁쟁이마냥 남 탓하면서 뒤로 발 빼지 마시고 사과를 제대로 하세요. 저희들의 요구를,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무책임하게 굴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른들이 이래도 됩니까. 이제 저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정부의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경고를 하겠습니다. 사람보다 못한 짐승이 아니라면, 유가족 희생자에 대한 말을 생각하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막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들을 희롱하지 마세요. 욕되게 만들지 마세요. 바보 취급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진상규명 철저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된 사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민 장관님,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 지금 당신이 앉은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목숨보다 더 소중하십니까. 진심으로 사죄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이상은씨 이모 강민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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