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60시간’은 어디서 나온 숫자냐…전문가들 “노동단축 역행” 비판

‘52시간 예외’ 소기업서 인용 추정
“건강권 위한 기준과 거리 멀어”
“유연근로제 도입 문턱 낮출수도”
유례없는 노동연장 비판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 ‘60시간’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시간 개편 관련 주 최대 노동시간으로 ‘60시간’을 공식화하자 이에 따른 의미와 영향에 대한 여러 추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60시간이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종 기준이나 노동시간 단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되지 않은 숫자이며, 기존 정부 개편안의 ‘주 69시간제’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최대 69시간(주 6일 기준)이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의 ‘캡’(상한)을 60시간으로 하도록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60시간이라는 숫자가 나온 배경은 모호하다. 추정 가운데 하나는 현재 주 52시간제 적용을 유예받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최대 노동시간을 참고했다는 시각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현재 계도기간이라는 점을 들어 최대 52시간제에 예외적으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가 허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발표한 주 최대 ‘69시간’과 관련해 퇴근과 출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을 넣을 경우 가능한 최대 노동시간으로, ‘연속휴식 없는 주 64시간’은 노동부의 뇌·심혈관계 과로사 관련 고시를 고려한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60시간이라는 새로운 연장근로 상한이 제시되면서, 연장 근로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틀은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 다른 유연근무제도에 비해 사용자 입장에서 쓰기에 유리한 연장근로 몰아쓰기의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선 개편방안은 연장근로의 상한(최대 69시간)을 근무 일정을 미리 짜야 하는 등 도입 요건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탄력근로제(최대 64시간) 등 다른 유연근로제 상한보다 더 완화했다. 김성희 교수(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는 “60시간 제한이 노동자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이점이라면 그나마 연장근로를 활용해 다른 유연근무제도보다 더 쉽게 장시간 노동에 놓이지 않게 된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개편방안을 재검토하며 이번에는 다른 유연 근로제를 한층 쉽게 도입하도록 만들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 ‘60시간’ 역시 여전히 대통령이 말한 ‘건강권 보호’와 거리가 먼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우 노무사(직장갑질119)는 “갑작스러운 노동 시간의 증가 등의 기준이 포함된 현재 과로사 기준을 놓고 봐도 ‘60시간’을 건강 보호를 위한 조처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국가에서 법정 노동시간(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제도 변화는 유례가 없다”며 “정부가 여전히 국민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