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겨레, 미국 감청 사태에 "주권 침해 논란 불가피"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4.10 07:35
  •  
  •  댓글 0
  •  
  • [아침신문 솎아보기] 손흥민 EPL 통산 100호골에 1면 상단 장식

    “가짜뉴스 근절” 정부 기조와 호응하는 보수신문

    조선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모두 특정 정치 세력이 가짜뉴스 생산‧유포”

    연이은 미국의 동맹국 감청, 한국 “흐지부지 넘어가면 외교 입지 흔들”

    손흥민(토트넘)이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호골을 달성하자 10일자 아침신문 1면은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 매 시즌 터뜨린 골의 공인구 진열대 등 손흥민 관련 사진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1면 사진을 제외하고 각 언론이 주목한 지점은 서로 달랐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연일 ‘가짜뉴스’를 언급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춰 ‘가짜뉴스 근절’을 강조했고,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감청에 주목해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 1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 기사.

    ▲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尹, 가짜뉴스 비판 “끝없는 거짓이 헌법정신 위협”>에서 “통상 대통령의 부활절 메시지는 종교적 취지에 맞춰 ‘사랑’과 ‘기쁨’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거짓’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의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팬덤특위)도 ‘가짜뉴스 근절’을 강조해 유튜브 언론중재 대상 추가 등 여러 방안을 제안했다. ‘가짜뉴스’는 정의가 확실하지 않은 단어로 학계에선 오남용을 막기 위해 생산자 의도에 따라 ‘허위조작정보’나 ‘오정보’ 등으로 구분하는 것을 선호한다. ‘가짜뉴스’로 뭉뚱그리다 보면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짜뉴스 딱지를 붙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팬덤특위는 정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 용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사례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꼽았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있었던 이른바 ‘날리면’ 사건, 그해 10월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엔 윤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들른 횟집이 ‘친일(親日) 식당’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실제 해당 횟집 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불경기에 단체 손님이 수십 명 온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그렇게 높은 분이 올 줄은 몰랐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바빠 정치에 관심도 없는데 장사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1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이어 3면에서 조선일보는 <야권의 가짜뉴스 친일 공세 … 尹,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거부 검토>에서 가짜뉴스 프레임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20대 총선 TV 토론’, ‘윤미향 의원 정의연 의혹’,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윤 대통령 강릉 음식점 사진’ 등의 사례들이 “최민희 방통위원 ‘가짜뉴스’ 및 설화”라며 “가짜뉴스 유포 전력자가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할 방통위원을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적격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여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이번엔 ‘친일 횟집’ 소동, 갈 데까지 간 가짜뉴스 테러>에서도 “가짜뉴스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괴담 등은 모두 특정 정치 세력이 정략적으로 생산, 유포했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그 덕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참에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과 포털, 소셜미디어 등 유포 채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가짜뉴스에 기댄 정치는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유튜버도 언론 중재 대상”… 폐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서 “일부 유튜버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이나 의혹을 생산, 유통하는 행태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라며 “유튜브를 하나의 언론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유튜버들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절한 제재를 피해가며 공적 책임에 눈을 감았다”고 했다.

    ▲ 10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계속되는 미국의 동맹국 감청 논란… 한국 “용납 못할 일”

    ▲ 10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는 미국의 한국 외교안보라인 감청 소식이 차지했다. 한겨레는 1면 상단에 <미 CIA, 국가안보실 불법 감청했다> 기사를 내 “2013년 미국 국가정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감청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코앞에 두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문제는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간)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와 미 극우성향 온라인 게시판인 ‘포챈(4chan)’ 등에 우크라이나와 중국·중동 관련 미군의 기밀이 담긴 문건이 유포되면서 불거졌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이 생산한 기밀문서 100여 건이 소셜미디어(트위터, 텔레그램 등)를 통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미군 무기 정보뿐 아니라 동맹국 동향이 담긴 중앙정보국(CIA) 일일정보보고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국가안보국(NSA)·CIA·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 10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3면 기사 <미 감청에 안보사령탑 뚫려… 윤 방미앞 ‘동맹신뢰’도 흔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영국·캐나다·이스라엘 등 동맹국에서 ‘비밀스럽게’ 수집한 정보가 노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를 감청한 게 가장 심각한 내용으로 파악된다”며 “한·미가 밀접한 동맹이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민감 현안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 내 내밀한 논의를 몰래 정탐하고 있었다면, 한국의 국익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국 영토 내에서 불법적으로 감청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주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적극적인 항변은 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미 동맹을 흔들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은 과거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 등에 대해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동맹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美 한국 정부 감청 정황···동맹 관계에 용납 못할 일>에서 “뉴욕타임스(NYT)가 한미 관계 악영향을 우려할 정도”라며 “동맹에 대한 감청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사실 확인을 거쳐, 우리 정부는 미국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히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흔들 유사 사태가 반복되고, 한미 간 불신만 쌓일 것”이라고 했다.

    “양당 정치 타파엔 진영 없다”… 전원위 개최에 입모은 신문들

    1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국회 전원위원회를 놓고 정형화된 양당 정치를 타파할 선거제 개편 방향이 필요하다고 신문들이 입을 모았다. 보수‧진보를 떠나 다양성이 확대되는 쪽으로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원위에는 현행 소선구제를 대도시 지역구에선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 10일자 한겨레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총선 1년 앞, 양당 독점과 대립 줄일 선거제 합의부터>에서 “대화와 타협을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가 일상화한 데에는 거대 양당 독점 구조를 낳는 선거구제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소선구제에선 지역구 선거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 구조여서 상대 정당을 악마화하고 지지층만 의식하는 정치 활동이 반복된다”며 “거대 양당이 의석수 유불리부터 따지는 태도를 버려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선거제 개편’ 전원위, 요식절차로 끝나선 안 된다>에서 “의원들은 본격 토론에 앞서 왜 선거제를 다루는 전원위가 열리게 됐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현행 선거제는 여야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합의해 고친 것이다.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낯선 제도가 그때 처음 도입됐다”며 “비례대표를 확대해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의 괴리를 좁히고 사표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부린 탓에 일찌감치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므로 이번 토론은 무엇보다 비례성·대표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올린 3개 안을 바탕으로 삼되 그 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 여론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선거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하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회 전원위, 원론적 주장·상대 탓 말고 선거제 개편 성과내라>에서 “정치권은 인기영합성 발언과 공허한 원론적 주장을 펼치며 상대를 탓하는 식으로 선거제 개혁을 좌초시켜선 안 된다. 실효성 없는 백가쟁명식 주의·주장에만 머물고 문제를 정쟁화시킨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여야는 승자독식의 현 제도가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겸허히 새기고 현실적 대안을 찾으라는 국민 요구를 반드시 실천하기 바란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