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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인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 쟁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파업 철회 121일만에 첫 대규모 집회 “화물연대 역사는 탄압과 패배 속에 꺾이지 않던 의지의 역사”

8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결의대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화물 노동자들이 다시 모였다. 지난해 12월 9일, 파업 철회·현장 복귀 결정 이후 121일 만에 대규모 집회다.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촉구 결의대회’에 전국 5천여명의 화물 노동자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으로 집결했다. 화물연대본부는 결의문에서 “화물연대 역사는 투쟁과 쟁취, 그리고 탄압과 패배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버텨내고 승리해 왔던 역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복귀를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 했지만, 복귀 후 제대로 된 대화는 없었다. 수차례 열린 제도 개선 위원회는 ‘안전 운임제 폐지’ 방향에 맞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화물연대 입장이다. 결국, 안전운임제는 일몰·폐지됐고 화주 처벌 조항이 빠진 표준운임제 개악안이 대안의 외피를 쓴 채 논의되고 있다.

“현장에선 운임 하락이 현실화 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무대에 오른 김승일 해운대지부 대건분회장은 “2022년 대비 운송료가 8% 이상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3차 운송사를 거치면 운송원가가 25% 이상 하락한 곳도 있다는 것이 김 분회장의 설명이다. 김 분회장은 수출용 컨테이너를 주로 운송한다. 1군 운송사라고 불리는 S사 컨테이너를 주로 운송한다. 최근 유가 하락을 운송원가에 반영했다는 것이 운송사의 주장이지만 “제대로 된 기준이 없이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표준운임제가 도입되면 화주·운송사 마음대로 운송료를 책정하던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고 김 분회장은 우려했다.

단가가 하락하면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는 화물 노동자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도로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우려다. 운송가 하락은 또 다른 위험, 과적을 부른다. 한 번 운송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규정된 적재량을 초과하는 것이다. 화주와 운송사, 화물 차주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과적이 유도되는 것이다. 과적은 제동 거리를 늘려 대형 사고 위험률을 높인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세계 최장 시간 노동을 통해 도로 위에서 졸음운전으로 죽어가고, 과적으로 인한 사고로 죽어가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과적 요구도, 운송료 인하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컨테이너운송위원회에 운송료 인상을 포함한 교섭을 정식 요청했다.

 

 

 

8일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이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광범위한 압박으로 안전운임제를 폐지한 정부는, 운송산업 전반을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입제 폐지다. 운송사업자 허가권으로 번호판을 얻고, 이 번호판을 화물차 기사들을 상대로 사실상 판매하는 것이 지입제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물류 운송은 하지 않고 운송 수수료를 챙기거나 번호판 교체 시마다 작게는 몇백에서 몇천만 원의 목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지입전문운송사’ 부작용이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2월부터 약 한 달간 지입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총 79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운송사업자가 번호판 사용료를 요구·수취한다는 신고가 424건(53.7%)로 가장 많았고, 지입료를 받고 일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113건, 14.3%), 기존 화물차량을 폐차하고 새로운 차량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도장값’을 수취한다(33건, 4.2%)는 신고 등이 접수됐다. 지입제 폐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입제 폐지를 공언한 정부는 정작 실행엔 지지부진하다. 전방위 압박으로 안전운임제 폐지에 불과 한 달여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입제 폐지는 진척된 것이 없다는 것이 화물연대 판단이다. 화물연대본부는 결의문에서 “화물노동조합의 오래된 염원, 지입제 폐지 의지와 실천을 정부와 국회가 이행할 수 있도록 화물노동자의 결의를 모아내는 행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 국회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이후 대체 법규가 없다보니 현장에선 운송료 하락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민주노총 7월 총파업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대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건설노동자들만의 투쟁, 화물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론 승리할 수 없다”며 “건설노조는 7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적극 결합한다. 화물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 안전운임제, 건설안전특별법 쟁취하고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고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물연대에 대한 공격은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민주노총을 해체시켜버리겠다’ 공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제 반격의 시간이고 우리 투쟁의 시간이다. 윤석열의 폭주를 막지 않고서는 화물노동자 안전도 민주노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7월 총파업 투쟁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8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결의대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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