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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찍어내고 네이버·다음 손보기? '관제 포털' 시대 오나

포털 뉴스 심사 '제평위' 운영 중 법제화 시동... "국가 개입은 위험한 발상"

23.06.02 18:36l최종 업데이트 23.06.02 
신상호(lkver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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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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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 심사를 담당해온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운영이 중단된 가운데 정부가 별도의 포털뉴스 관리 기구 법제화를 본격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언론이 생산하는 기사의 주요 유통망인 포털의 뉴스 심사와 제재를 사실상 정부가 맡겠다는 것인데, 포털을 통한 정부의 우회적 언론 통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제평위 사무국이 출범 7년만에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은 지난 5월 22일. 제평위는 네이버・카카오와 언론사 간 제휴를 평가,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자율기구로, 2016년부터 네이버와 다음의 제휴 언론사 입점 심사와 제재를 담당해왔다. 제평위 운영 중단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평위에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 수순 들어간 제평위... 정부는 제평위 기능 법제화 속도

제평위의 '잠정 중단'은 사실상 '해체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석열 정부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법제화를 국정과제로 정했고,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은 제평위와 포털들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제평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를 법제화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런 정치적인 상황에서 제평위가 운영을 지속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업계 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제평위 운영이 중단되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제평위를 둘러싸고 줄 세우기 논란은 물론 포털 뉴스 배열의 편향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며 "이제 와서 내세운 대책이 고작 '제평위 잠정 중단'이라니 실망스럽다"고 한층 더 날을 세웠다.

제평위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정부·여당은 '제평위 법정기구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제평위 기능을 대체할 기구의 법제화 논의를 위한 2기 협의체 구성에 착수했다. 제평위 법제화의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민간 기구인 제평위를 법정기구로 만들어, 포털 입점 심사와 언론사 제재 등에 정부가 직간접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면직이 일차천리로 진행되면서 방통위 내부는 여전히 뒤숭숭하지만, 제평위 법제화 만큼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방통위는 협의체 논의를 토대로 연말까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1기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가 이뤄졌고, 이번에는 다른 의견도 들어보기 위해 2기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는 관련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선 앞둔 여권의 포털 손보기?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 마이크 잡은 박대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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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제평위 법제화를 밀어붙일수록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 파급력이 큰 포털이 정부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갈 경우 언론의 권력 눈치보기가 불가피해지고 언론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제평위 법제화 추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 통제를 통한 유리한 언론 환경 조성용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1기 협의체에서도 법제화 논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제평위 법제화 논의에 대해선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 등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고, 논의도 뚜렷한 결론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관제 포털'을 통한 언론사 길들이기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국내 언론사들의 주요 뉴스 유통망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8명은 뉴스를 접하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75.1%)을 이용한다. 그동안 언론사마다 포털 종속 상황을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사들이 포털 검색과 뉴스 유통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평위 법제화를 통해 포털 입점 심사와 퇴출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언론들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비판 언론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날을 세우고, 여당 의원들이 '포털의 정치적 편향'을 연일 비판하고 있어 언론 자유 위축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 언론자유 위축 우려... "정부 개입은 위험한 발상"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2016년 1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휴 심사 담당 배정근 제1소위원장, 허남진 위원장, 제재 심사 담당 김병희 제2소위원장.
▲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2016년 1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휴 심사 담당 배정근 제1소위원장, 허남진 위원장, 제재 심사 담당 김병희 제2소위원장.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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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제평위 기능을 정부가 가져오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며 "무엇보다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 언론인데, 언론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 통제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또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포털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존의 제평위가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간 언론사 입점 심사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특정 언론사 봐주기 논란도 계속됐다. 언론사 포털 심사권을 쥔 제평위가 권력기관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2021년 연합뉴스가 광고성 기사를 전송한 것이 들통나 포털 퇴출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법원 가처분 소송을 통해 복귀하고, 이 과정에서 제평위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면서 '특정 언론사 봐주기' 논란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제평위 법제화는 제대로된 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플랫폼과 언론사간 거래 제휴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 법제화를 통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부여하는 감독기구라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평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포털 퇴출 징계는 군소 언론사들에만 강력하게 적용되고 소위 이름 있는 언론사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등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며 "문제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계속할 필요는 있었지만, 법제화는 오히려 제기된 문제를 방치한 채 언론자유 침해라는 논란만 더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제휴평가위원회, #네이버, #카카오, #제평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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