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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들, 경찰의 불법을 불법이라 불러달라”

  •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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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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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6.02 19:34
  •  
  •  댓글 3



 

건설노조·양회동 열사 공동행동, 경찰 고발

“추모는 불법이 아니다, 분향소 찢은 경찰 폭력”

“노조에 무조건적 불법낙인, 명백한 불법은 경찰”

“왼쪽 어깨 고통보다 지금 우리 현실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습니까.”(건설노조 조합원 최진호씨)

“불법이라는 딱지를 노동조합에, 노동자들에게 붙이지 마시고 제발 공권력에도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주십시오. 이것(경찰의 분향소 철거와 폭력)이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을 위반한 공권력 행사임을 모든 국민이 널리 알 수 있도록.”(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 지난달 31일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한 부상을 증언하고 있는 건설노조 조합원 최진호씨.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폭력경찰 규탄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시민분향소를 무단 철거한 경찰을 형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모인 기자들에게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불법’, ‘건폭’ 규정에 보조 맞추지 말도록 거듭 호소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1일 저녁 6시35분께 공동행동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 고 양회동 지대장의 시민분향소를 설치한 직후 강제 철거에 나섰다. 경찰이 대거 투입돼 분향소 천막을 부쉈고, 이를 저지하려는 건설노조 조합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건설노조 조합원 4명을 경찰에 연행했고, 조합원 4명이 다쳤다. 집시법 15조에 따르면 관혼상제 관련 집회는 신고의무가 없으며 미신고집회는 해산명령 대상이 아니다.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폭력경찰 규탄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왼팔에 석고 붕대를 한 건설노동자 최진호씨는 발언에서 “여기 계신 수많은 기자 언론사들에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달 31일 분향소 철거를 막아서다 그를 경찰차에 태우려는 경찰 완력에 의해 팔이 골절됐다. 그는 “양회동 열사와 같은 건설노동자이고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최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늘 고용 불안정과 위험,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떨어져 죽고, 뛰어 죽고, 불에 타 죽고, 사지가 찢겨 죽는 건설노동자들을 더 이상 공갈, 협박범, ‘건폭’이니 하는 거짓 왜곡에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삼가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차에 태우려 하길래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왜 이런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방해하느냐’ 항의하며 타지 않으려 버티는데, 이쪽에서 경찰 한 분이 제 왼쪽 팔을 잡고 다른 경찰이 반대편으로 밀면서 제 왼쪽 어깨와 팔에 찢는 듯한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경찰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시민분향소 무단 철거에 나서면서 이를 막으려는 건설노조 조합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건설노조 조합원 4명이 다쳤고 4명이 연행됐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공동행동은 경찰의 시민분향소 무단 철거와 과잉 진압이 직권남용 등 불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과 당시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수차례 방송한 뒤 바로 철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행정대집행 권한은 경찰이 아닌 서울시 중구가 갖는 데다가 행정대집행 시 중구는 이행 기간을 정해 철거명령 계고장을 보내야 하며 이마저 공익을 해하는 사안에 해당할 때 가능하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행정대집행을 하려면 서면으로 미리 철거명령 계고장을 발부해야 하고, 사회 통념상 이행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정해서 계고해야 한다”며 “이를 권한도 없는 경찰이 했을 뿐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집행책임자 징표 제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 법률원장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위법한 공무 집행에 저항하는 행위는 시민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정 법률원장은 건설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언론 보도를 두고도 취재진에 재차 ‘부탁’의 말을 남겼다.

“기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얘기는, 정권은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기도 전에 불법으로 낙인 찍습니다. 쟁의를 하면 그것이 노조법상 정당한 목적을 가졌는지 아니면 절차를 준수했는지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불법 쟁의행위, 불법 파업이라 딱지 붙입니다. (31일 경찰의) 명백히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해 불법이라는 딱지를 노동조합에, 노동자들에게 붙이지 마시고 제발 공권력에도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십시오.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을 위반한 공권력 행사임을 모든 국민이 널리 알도록 해 주셨으면 하는 게 간곡한 저의 부탁입니다.”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폭력경찰 규탄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권영국 변호사(해우 법률사무소)는 경찰이 노동자들의 집회를 불법으로 내몬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앞서 5월 16~17일 건설노조 1박2일 집회 당시 (경찰이) 광장을 봉쇄하여 도로에서 집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놓고, 노동자들이 마치 도심 소통을 마비시키는 범죄 단체인 것처럼 그렇게 정부와 경찰이 내몰고 있는 것 아닌가. 진정으로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 건 정부와 경찰”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 법률사무소). 사진=김예리 기자

2일 아침신문을 보면, 공동행동이 ‘경찰의 불법행위를 불법이라 불러달라’고 호소한 배경이 일부 확인된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경제신문은 경찰의 위법 진압을 “법 집행”이라고 규정하며 환영하는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청계천 근처에서 연 야간 추모 문화제에선 최근 분신한 노조 간부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며 “민노총은 달라진 게 없었지만 경찰은 달라졌다. 법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불법 시위를 막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경찰이 31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곤봉으로 폭행해 유혈 진압한 것을 두고도 “불법 망루의 존재 자체가 무너진 법치의 현장이었다. 경찰은 이것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고공농성을 강제 체포하는 일도 이례적이고 오랜만이다. 공권력 스스로 과잉진압 시비의 중심에 서 버렸다”며 “공안정국의 그늘이 2023년 한국에 드리워지고 있다”고 했다.

▲2일 조선일보 사설

▲2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경찰이 오랜만에 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경찰이 불법집회 막으니 민노총 자진해산, 이게 법과 원칙이다>에서 공동행동이 행진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민주노총이 경찰의 진압에 따라 해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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