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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의 고용 요구, 尹 대통령 생각처럼 '협박'일까

"건설노조 단체협약 요구는 정당… 건폭 아니다"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3.06.01. 15:51:03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지칭하며 특별 단속을 지시했다.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건설노조의 조합원 고용 요구를 '협박'으로, 노사 합의에 의한 전임비를 '갈취'로 몰며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압박을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생각처럼 건설노조의 고용 요구가 정말 '협박'일까.

 

양회동 열사투쟁 공동행동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교섭 등 건설노조 단체협약의 정당성과 정부 건설노조 탄압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는 조세현 변호사(법무법인 다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 차동욱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건설현장의 노동환경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에만 노동자를 원하는 형태이다. 즉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일용직 고용이 만연한 배경이다. 따라서 그만큼 건설현장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려는 노동자의 고용 보장 요구는 정당하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조세현 변호사는 "건설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 즉 건설회사들은 '일정한' 건설현장에서 '특정한 기간' 동안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을 신축하는 일을 하도급받고 여기에 필요한 노동력을 건설노동자들로부터 제공받는다"며 "공장에서 지속적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노동력 확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건설현장 고용 환경의 특수성을 짚었다.

 

일용직으로 대표되는 건설노동자들의 고용 특수성은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 아닌 사용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며 건설노동자들은 그로 인해 '고용상 불안정'을 겪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A노조와 회사는 당초 근로계약 종료일을 '해당 공정 종료시까지'로 구두 합의하고 1달짜리 계약을 묵시적으로 갱신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며 "하지만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노조가 노사합동점검을 요구하자 돌연 태도를 바꾸어 아직 공정이 남아있는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현장에서 축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업과 단기간의 취업을 반복하는 건설업 직종의 특성상 고용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더 많은 채용기회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목적, 역할, 주요한 요구)의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건설현장은 일반 기업의 근로자 채용절차와 같은 공개채용이나 별도의 선발절차 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조 변호사는 지적했다. "노동조합이 다른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채용 요구를 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야지'등을 통한 불법 재하도급과 같은 불법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고용 요구는 중요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조 변호사는 짚었다. 조 변호사는 1평당 28만 원이었던 공사비가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1평당 4만 원까지 떨어졌던 광주 학동 철거 현장의 붕괴사고를 언급하며 "법률상 여러 제대조치들이 있지만 재하도급 관행을 뿌리뽑기는 어렵다"며 "(기업이 불법적) 재하도급으로 남긴 돈에 비하여 500만 원, 2000만 원 수준의 과태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건설노조 조합원이 일하게 되는 경우에 ①전문건설업체와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른바 오야지가 소개비 명목으로 중간에 임금을 떼어먹는(속칭 똥떼기) 것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고 ② 단체협약 적용으로 노동시간과 휴게·휴일 등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규정 준수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③중간착취·상납비리 등을 근절하여 불법적인 재하도급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가 '갈취'라고 주장하는 노조 전임비의 경우 "2021년 개정노조법이 통과되면서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전임비 지급 의무를 규정했"기에 적법하다고 전했다. "또한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조합원이 노조 업무에 종사하면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것도 적법"하다고 조 변호사는 설명했다. 

 

차동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노조의 고용 교섭 요구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고용교섭에 나서야 하는 건 경영권 침해가 아니라, 노사가 대등하게 노동환경을 논의하기 위함"이며 "헌법과 노조법상의 단체교섭권 목적 하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노조의 단체교섭에 고용교섭 의제 포함만을 문제삼는 것은 우리 헌법과 노동법상의 목적과 이념, 그리고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노조를 향한 정부의 수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세현 변호사는 "건설노조에 대한 현재의 수사진행 과정과 수사력의 집중도를 살펴보면 어느 사회적 재난이나 대형사건을 능가한다"며 "건설노조에 대해서만 국가의 수사권이 전국적 차원에서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집중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어 '불송치' 내린 결정을 재수사 하는 등 수사기관이 무차별적으로 수사한다고 조 변호사는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노조원이 고발된 사건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건설사의 임직원(현장소장, 이사 등)에게 전화하여 '합의서를 왜 작성했느냐, 누가 시켜서 한 것이냐'라고 추궁한다"며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수사선상에 올리는 수사기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노동절 강도높은 경찰의 수사를 억울해하며 분신 사망한 건설노동자 고(故) 양회동 씨의 사례가 이번 토론회에서 직접 언급됐다. 소영호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사측과 현장 고용 등을 원만하게 합의하였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처벌불원서를 써준 회사가 있었다"며 "그런데 경찰은 처벌불원서마저 강요에 의해 작성한 것이라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심지어 건설회사에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도록 종용하거나 피해신고서 양식을 만들어 현장마다 배포하고 있다"며 "교섭 당시 압박 등이 없었음에도 그런 내용으로 진술을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 국장은 개탄했다. 

 

조세현 변호사는 "노동기본권이 헌법적 가치이고 이것을 담보하는 것이 단체교섭권인 이상 노사 자율로 맺은 단체협약 조항에 국가가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하물며 정부가 사정기관의 칼날을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형벌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는 더 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조 변호사는 "단체협약의 합법 여부를 가늠하는 정부의 판단은 지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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