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미안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결코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다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2년차 담임교사를 향한 추모물결이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4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0일부터 노조가 운영한 '서초구 사망교사 온라인 추모공간'에 전해진 추모글 일부를 발췌해 공개했다.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된 해당 추모공간에는 별도의 자격요건 없이 추모의 글을 공유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추모객들은 고인의 처지에 공감을 표하는 동료 교사들이었다. 온라인 추모공간에 글을 남긴 많은 교사들은 "나도 그랬다"라고 고인에게 공감하는 동시에 "외롭게 둬서 미안하다"라며 동료로서의 죄책감을 표했다. 다만 이들은 슬픔에 멈추지 않고 "선생님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라며 교육현장의 구조를 바꿔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9일 사건을 알리며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이 '학급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이로 인한 고통을 동료교사에게 토로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서울특별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 현장에 마련된 오프라인 추모공간과 온라인 추모공간 등엔 동료 교사 및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이 운영하는 해당 추모공간에는 24일 오후 기준 1800여 건의 추모 메시지가 전해졌다. 아래는 교사노조연맹이 지난 23일 발췌한 추모메시지들의 전문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특별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추모공간의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작년에 너무 힘든 아이를 맡았어요. 정말 지옥 같은 1년이었어요. 공황장애와 불면증, 우울감 등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약을 먹고 있습니다.
교장·교감님도 도와주시려고는 했지만 '힘내세요.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랍니다'라는 위로 외에는 직접적인 도움은 어려우셨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도 너무 좋으셨지만 각 반에서 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매일 일상을 나누기는 어려웠지요. 그러다 보면 지독하게 외로워졌어요.
사랑하는 가족도, 힘이 되어주는 동료도 있지만 저에게 위협을 가하는 아이와 마주하는 매일 매일이 혼자였고, ‘다른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나’ 하는 생각에 참고 버텨야하는 시간 동안 마음이 많이 멍들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멍은 점점 커져가서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마저 좀먹게 되었어요. 아이건 학부모건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 뾰족한 말들을 어찌나 잘 아는지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멀어지고 나에게 상처 주는 말들에 텅 빈 교실에 앉아 있으면 눈물부터 솟구쳤어요.
선생님, 그 길을 가시게 해서 죄송해요. 다들 나만 참으면 된다고, 이 해만 지나가면 된다고 참고 참았던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예의 없고 죄책감도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얼마나 앞이 깜깜하게 보이셨을까?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절절히 느껴져서 숨쉬기도 어려워요.
선생님, 그 곳에서는 편히 쉬세요. 여기 남은 저희들은 잘못된 걸 바로 잡을게요.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선생님은 훌륭한 선생님이셨어요. 부디 그 곳에서는 악한 말은 잊으시고 선생님을 사랑한 사람들의 사랑만 생각하며 행복하세요.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요."
"학부모 민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어요. 전화 울리는 소리에 마음이 덜컥, 손이 떨리고 가슴이 뛰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 행복을 느껴 선택한 교사의 길인데 왜 이리도 숨이 막히는지
선생님, 힘들 때 이야기 들어 주지 못해 미안해요. 너무 늦게 목소리를 내서 미안해요
교사라서 겪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부당하고 힘든 일, 나만 올해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있어서 미안해요. 선생님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년 아이들에게 예쁜 말로 편지를 써주시던 선생님!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먼지 같은 위로라도 해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선생님 편히 쉬세요! 이제 저희가 움직이겠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으로 1년 3개월가량 휴직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에 가해 학생이 동료 교사를 신체적으로 위협하는 것을 보고 개입하여 15분간 몸싸움을 벌이고 끝없는 욕설과 폭언 및 협박을 들은 피해 교사입니다.
선생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고 다 내 탓인 거 같고 내가 정말 나쁜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힘드셨죠. 저도 너무 힘이 들어 세상을 등지려 시도고 했었고 충동을 지우지 못해 새벽에 대학병원 응급실에도 갔었습니다. 무슨 가십거리처럼 학교에서 제 일이 다뤄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 슬펐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지만 출석정지 10일. 저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누군가 저에게 욕을 하면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어려움으로 매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공단으로부터 재해요양승인을 받아 병가를 사용하고자 하는데, 관리자는 제가 죄인인 것처럼 힘들게 하더라구요. 너무 힘이 들고 다 끝내고 싶을 때 제 옆에 계신 두 분이 절 불잡아줬습니다.
선생님 주변에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줄 수 있는 분이 계셨더라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선생님의 선택이 헛되지 않게 저도 어떻게든 도울 생각입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울지도 아프지도 마소서."
"사랑이 많으셨던 선생님, 사랑을 다 주시지도 못하시고 가셨네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속이 쓰립니다. 잘못한 사람은 다리 쭉 뻗고 자겠지요.
죽음의 고통을 넘어설 만큼 괴롭고 힘드셨지요? 학교 때문에 얼마나 괴로우셨으면 학교에서 생을 마감하시게 되었을까요?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들 노력하겠습니다."
"임용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얼마나 기쁘셨을까요? 발령을 받고 학교를 향하며, 얼마나 설레셨을까요? '우리 반'을 가꾸느라 또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이런 선택을 앞두고 자신을 얼마나 탓했을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막막했을지, 결심하고서도 얼마나 무서웠을지 동시에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교실이 아닌 창고를 택한 까닭이. 혹시라도 학생들이 먼저 보게 될까? 하는 고민의 결과가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 순간만큼이라도 학생보다 선생님 자신을 먼저 생각했길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귀중한 생명을 놓고서야 행동을 결심하게 된 선배교사라 미안합니다. 부디 평안에 이르셨기를. 마음 편히 못 다한 꿈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마 쓰여 지지 않는 마음이 눈물로 떨어집니다. 사랑하였고, 사랑받았던 많은 이들이 아리도록 당신을 기억하는 이 순간, 남은 일은 남은 이들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그저 평안하세요."
"어두운 교실에서 외롭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셨을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부디 영면하시어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꽃다운 청춘의 새내기 교사로서 학생들 지도에 고군분투했을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교사로서의 힘듦을 극복하려고 애썼을 선생님의 노력의 허무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옵니다. 같은 교직에 있는 선배교사로서 그 힘듦을 알기에 더 슬퍼집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이 고통 느끼지 말고 편안하기를 빕니다."
"교사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꿈을 펼치기 시작한 교직생활인데 이렇게 꺾이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속히 마련되어야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맙시다!"
"'다 선생님 때문이에요'라고 소리 지른 학생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우리 반 1학년 남자 아이가 바로 떠오르더라구요. 교직경력 15년 넘은 저도 올해 그런 공격적이고 분노조절 못하는 아이를 처음 만나고 너무 힘들어서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면서 살았어요.
교실에서 그 아이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아 가끔씩 조금이라도 훈계를 했다 싶은 날이면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어쩌나 퇴근해서도 두근거리고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하루살이처럼 버티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다보니 1학기가 끝나가더라구요. 선생님은 저보다 더 힘든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셔서 그 고통의 무게가 훨씬 크셨을 것 같아요. 갑질 학부모, 그 밑에서 자란 금쪽이들, 그로 인한 각종 학폭사건 등 이 모든 어려움을 교사 혼자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두렵고 막막하셨을지 너무 잘 알아요.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전국의 모든 교사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어 조금이라도 학교가 변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꺾여진 꽃에 이제야 돌아보고 물을 줍니다. 너무 늦어버려 미안합니다.
학부시절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 걸으며 지나던 그 학교. 그중 제일 어둡고 어두운 교실 안 창고가 당신의 생을 마감하는 곳이 될 줄은 그 학교 담장 옆을 거닐던 당신은 꿈엔들 상상이나 해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꽃 같은 후배님이 그 곳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슬퍼하며 좌절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미여집니다.
꺾여진 꽃에 이제야 후회의 마음을 보냅니다.
동료 교사들의 눈물이 당신이라는 꺾인 꽃에 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꺾인 자리에 옹이가 생기고 새 순이 돋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이겠지요.
너무 늦어버려 이제는 말이 없는 당신에게 보내는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작은 빛이라도 만들어 내길 빌어봅니다.
매일 매시간을 꽃 같은 후배님을 기억할 순 없을 테지만 백일홍나무에 꽃이 피는 여름이 오면 다시금 떠올려보리라 약속합니다.
만약에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 그땐 당신이 부모님 곁에서 오래오래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반이 내 반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던 올 한해도 어찌어찌 버텼구나라고 안일했던, 못난 선배교사는 너무 미안합니다. 걱정, 슬픔은 모두 여기 두고 그 곳에선 평안하소서."
"거의 20년차가 되어가는 저도 하루하루 교직이 달라짐을 느끼고 버티기기 힘듭니다. 선생님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진작에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선생님!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합니다. 이야기 한번 들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힘이 없는 교사가 되도록 방치한 교직생활에 반성합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평안하세요!"
"선생님!
얼마나 부푼 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하며 교생실습을 지나 임용고시 합격 후 교사가 되셨을 까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고 친절하게 가르쳤으며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배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곳에서는 그저 편안하게 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배교사로서 추락하는 학교 현장의 문제 제기를 좀 더 일찍 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합니다. 민원 학부모의 진상 행동과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학생들,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까 몸 사리는 관리자 사이에서 선생님께서 얼마나 답답하고 외롭고 무기력했을지 공감합니다.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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