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거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1.06 ⓒ민중의소리 길을 거두지 못한 채 서성였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 등 일명 쌍특검에 대해 즉각적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규탄하며 열린 집회였다. 무대 스크린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소식을 다룬 뉴스 영상들이 나오고 있었다.
스크린 속 영상을 한참 바라보던 유 씨는 “국민들은, 정말 힘없는 사람들은 조금만 죄를 지어도 무조건 잡아가면서 대통령 부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면 안 되지 않느냐”며 “‘김건희 특검법’은 무조건 거부해선 안 됐다”고 말했다.
유 씨는 새해를 맞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60% 이상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과 부인만 생각하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여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통령 눈치 그만 보고 국민을 위해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했다.
“국민 여론 무시하고 배우자 방탄이냐” 싸늘한 시민들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전국비상행동)’이 이날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연 ‘거부권 남발 윤석열 거부 긴급행동’은 시민들의 거센 분노를 한 데 모으는 장이 됐다. 전국비상행동은 전국비상시국회의, 전국민중행동, 시민사회연대 등 82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단체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행태에 반발하며 지난달 구성된 곳이다.
앞서 정부는 ‘김건희 특별법’ 등 쌍특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고 바로 다음 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재가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시점부터 15일 이내에 국회에 돌려보내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모습이다. 거부권을 행사했던 다른 법안의 경우 정부 이송 시점부터 거부권 행사까지 일정 기간 시간을 두었던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공언한 바 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배우자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그것도 국민 여론이 높은 특검법안을 가로막았다는 데 대한 분노가 거셌다. 역대 대통령 중 본인과 가족과 관련된 특검을 거부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부산에서 남편과 함께 서울 구경을 온 중년 여성도 광화문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집회 모습을 본 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된 여러 의혹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 이건 진짜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양 모(39) 씨는 윤 대통령이 숙의하는 절차도 없이 서둘러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사안을 따져서 논리적으로 검토해 보고 거부권을 행사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건 다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에는 자기 가족을 방탄하기 위해 국민 70% 이상이 특검을 원하는 데도 거부하는 건 너무 무도하다 생각한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용인에서 온 김영수(75) 씨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무조건 자기 부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내 마누라 건드리면 너 죽는다’라고 협박하는 느낌”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민과 함께한 야당 지도부 “광장 지키고, 특검 연대 공고히 해야”
집회를 연 각계 단체들은 민심을 거스른 윤 대통령에 대한 저항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함재규 부위원장은 “이제 하다 하다 거부권 정권이 되려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정권이 국회의 기능마저도 마비시킬 것 같은 겨울,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살려달라는 노동자 민중의 외침을 우리 스스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정해랑 조직위원장은 “이것이야말로 권력의 사유화”라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쌍특검 법안은 반드시 국회에 압박을 가해 재의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경민 공동대표도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공공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사사로이 사용하는 권력자를 용인할 국민은 없다”며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의 의사를 짓밟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지금처럼 남용된다면 국민들은 거대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야당 지도부도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준비하겠다”며 “앞으로 있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방탄과 권력을 사유화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정의당 김종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과거 ‘박근혜 탄핵 연대’와 같은 야당의 ‘특검 연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것은 우리가 장차 윤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최초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이 광장을 지키고 특검 연대의 대오를 견고하게 유지하면 4월 총선 전에 여당은 박살 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도 “법안을 받자마자 거부하는 이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위한 자리인가”라며 “이제 당신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강 원내대표는 “진보당은 국민과 함께 싸워, 국민과 함께 4월 총선을 ‘탄핵의 봄’으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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