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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특별법, 결국 단독처리..반대토론 지켜보던 유족, 울부짖다 실신

반대토론 지켜보던 유족, 울부짖다 실신

거부권 우려, "여당 요구 최대한 수용"

재난 정쟁화 비판에 총선 이후 특별법 시행

대통령실 "여야합의 없는 일방처리에 유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표결 전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토론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우려해 여야합의를 강조하며 특별법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그러나 특조위원장 임명까지 여당이 주도하려 하자, 협상은 파행됐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당의 집단퇴장으로 야당 단독 처리됐다.

438일 동안의 외침이 드디어 국회를 넘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여당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폭주’라고 반발하며 표결 전에 집단 퇴장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토론을 위해 단상으로 올라가자, “발목 잡지 말라”, “그동안 뭐했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본회의장에서 반대토론을 지켜보던 유가족들도 이 의원을 향해 “그만하라”, “이건 아니지 않냐”며 울부짖으며 실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유가족들은 고성을 지르는 한편, 가슴을 내리치고 답답한 상황에 보란색 목도리를 풀어 헤치며 본회의장에서 목 놓아 절규했다.

이만희 의원은 단상에 올라 “야당이 일방적으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입법폭주 한 것이고 55일간의 국정조사와 검찰의 대대수적인 수사도 있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159명의 희생자는 있는데, 1명의 처벌자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1년 가까이 수사를 받았지만, 아직 기소 여부도 판단되지 않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 안건을 15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회부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 본회의 통과'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야합의 강조하며 여당 요구 수용···그러나 파행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계속해서 개정이 이뤄졌다. 앞서 계속되는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유가족들은 여야합의를 중요하게 판단한 거다. 그 때문에 유가족은 여당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구성 및 활동 기간 단축에 대해서도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우선 원안에서 특검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조사위원도 총 11명으로 하되,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하여 3명, 각 교섭단체가 4명씩 추천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 조항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를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인 2024년 4월 10일로 연기하도록 원안을 수정했다. “재난을 정쟁화”한다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법 시행 날짜를 총선 이후인 오는 4월 10일로 수정한 거다.

유가족이 여야합의를 위해 양보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막바지에 여당은 특조위를 해산할 권한까지 가진 조사위원장도 본인들이 선발하겠다는 요구를 유가족 측에 전달했다. 여야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요구해왔던 유가족들은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여당이 말도 안 되는 협상안을 제기했다”며 “조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여야합의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협의를 하자고 나선 국민의힘에 실낱은 희망으로 진정성을 믿었지만, 이제 여당에 희망을 접었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윤복남 변호사도 “현재 수정안은 여당이 요구한 내용을 다 반영한 것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따라서 여당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여야합의 없는 일방처리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본회의 산회 이후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가족들이 있는 서울시청 분향소로 향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무던히 함께 해주신 유가족, 대책위, 시민분들에게 감사한다”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유가족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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