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전통적 진보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평화그룹(평등주의적이며 남북평화를 지향하는 전통적 진보 그룹)이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압도적 다수이고, 어쩌면 이들보다 더 강력한 개혁우선그룹(검찰개혁과 반일성향이 강한 그룹)이 6.3%가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통적 보수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능력주의 그룹은 전체의 21.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보수 우위 사회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은 착각이었다.
나머지 세 그룹은 약 20%의 친환경신성장그룹(친기업·친복지·친환경 성향의 중도파), 10% 가까운 포퓰리즘그룹(이른바 '이대남' 성향), 그리고 6.4%의 민생우선그룹(자영업자 성향)이었다. 전통적 보수-진보로 분류하기 어렵고, 그렇지만 뚜렷한 이념지향이 있는 그룹이 35%쯤 됐던 것이다.
이는 2022년 여름 내가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진행했던 분석이다. 대선 패배 직후였음에도 민주당의 잠재적 지지층은 너무나 탄탄하고, 국민의힘의 베이스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그 조사는 특별했다. 흔히 진행되는 유권자 정책이념조사는 유권자에게 직접 정치적 정체성이나 정당일체감을 묻는다. '당신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당신은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합니까?'류의 설문이다.
이런 설문은 문제가 크다. 보통 사람들은 평소 생활하면서 보수인지 진보인지 어느 정당 지지자인지 스스로 확정하며 지내지 않는다. 평소에 형성돼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이념, 즉 정책선호다. 이런 선호는 선거 시기가 돼서야 '보수 vs. 진보' '민주당 vs. 국민의힘' 형태로 전환되며 이게 각 세력의 지지율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평상시의 정책선호를 중심으로 한 군집분석을 진행했다. 30여 개 정책에 대한 선호도를 물은 뒤 그 답변에 따라 사람들을 유의미한 군집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그렇게 나온 6개 군집이 바로 평상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정책이념그룹이다.
이들이 선거 때 지지할 정당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지지 여부는 선거 시점의 사회상황과 각 정당이 펼치는 전략에 달려 있다.
2022년 윤석열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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