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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누리호·다누리 주역들 7개월 표적감사 후 중징계 통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5/15 07:58
  • 수정일
    2024/05/15 07: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담당 변호사 “과기부 감사관, 노조법과 단협 알고도 무시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어”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 앞둔 다누리를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지난 9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장으로 있던 시절 진행한 감사원의 감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시절 검찰이 진행한 수사가 “정치감사·정치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임당하고 일터에서 쫓겨난 40·50대 가장이 받은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치 감사·수사” 양상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우주항공청 개청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이하, 항우연노조) 관계자들 또한 무려 7개월 동안 감사를 받았다. 감사는 노조 상급단체 간부를 출입시켰다는 내용 등으로,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출입을 신청하여 기관의 승인을 받아 출입시킨 것을 문제 삼는 식이어서 논란이다. 감사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기술 유출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는데, 최근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무리한 수사의뢰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R&D 예산삭감, 우주청 비판 연구기관노조 표적 삼아
노조법, 단협도 무시한 7개월 감사 결과
취재 응하지도 않고, 국회의원 자료제출 요구도 거부


 “우주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는데, 왜 우주정책과 국가전략은 뒷걸음질을 치는 것인가?” - 2023년 6월 1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 성명
 “윤석열 정부는 정치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과학기술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 2023년 8월 25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성명서

이는 지난해 항우연노조와 상급단체에서 낸 성명과 보도자료다. 항우연노조와 상급단체는 이같이 윤석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우주항공청 개청 방향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 왔다. 정부정책 영향으로 세수가 심각하게 부족해지자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R&D 예산을 삭감하는 식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 다른 성공적인 우주선진국 선례와는 다르게 조직을 분할하여 국가 우주개발 역량을 분산시키면 안 된다는 비판 등이 골자다. 노조는 같은 해 4월 연구원들에게 초과근로수당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노조 전·현직 간부 및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시작했다.

과기부가 보도설명자료에 명시한 특정감사 착수 날짜는 2023년 9월 4일이다. 감사는 올해 3월 27일까지 이루어지고, 결과는 올해 4월 1일 항우연을 경유해 감사 대상자들에게 통보됐다. 무려 7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감사를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기술유출 의혹이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곧바로 조합원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하며 기술유출 의혹을 수사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검찰수사도 7개월 가까이 이루어졌다.

검찰수사를 받은 노조 조합원들은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 유출 때문에 지금 특정감사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특정감사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난 2022년 말 계약을 통해 항우연에 기술이전료를 내고 정식으로 기술을 받기로 한 상황이었다. 연구자들이 기술을 몰래 빼돌릴 이유가 없는데 기술유출 의혹이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여당 의원이 이를 옹호한 것이다.

검찰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과기부 감사관실에서 진행한 특정감사 결과는 노조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중징계 및 징계였다. 노조에 따르면 과기부는 항우연에 신명호 전 항우연노조 지부장 등 2명에 대해 중징계, 전 노조 사무국장 등 3명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그리고 신 전 지부장 등 3명에 지급된 연구수당 환수 등을 요구했다.

과기부가 중징계 및 징계 사안으로 문제 삼은 것은 ▲ 노조 상급단체 관계자 출입 ▲ 근로시간 면제자 연차사용 ▲ 근로시간 면제자 연구수당 지급 등 세 가지다.

이는 노·사 단체협상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무시한 판단이었다.

노동조합법 제5조와 제33조 ⓒ민중의소리


우선 ‘노조 상급단체 관계자 출입’ 관련해 노조법 제5조 2항을 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아닌 노조 조합원은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노사 단체협상에 따르면, 노조 상급단체 관계자의 조합·지회·분회 사무실 출입은 보장하고 있다. 과기부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징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법 제33조에 따르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충돌할 경우 단체협약을 우선시해야 한다. 신명호 전 지부장은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급단체 관계자 출입은) 1개월가량 신원조회까지 해서 출입증을 발부받은 것”이라며 “승인한 사람이 따로 있는데, 신청한 사람을 문제 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황당해했다.

단체협상에서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면제자 연차사용’과 ‘근로시간 면제자 연구수당 지급’ 등을 문제 삼은 것 또한 의아한 대목이다. 법에서 취업규칙보다 단체협약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협약을 반드시 고려해 징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징계를 요구한 점 또한 이상한 지점이다.

최종연 변호사는 “과기부 감사당당관들이 항우연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아예 읽어보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고려한 징계 요구인지 묻기 위해 지난 4월 26일, 5월 3일, 5월 14일 여러 차례 과기부 대변인실 취재지원 담당자와 과기부 감사실에 연락했으나, 단 한 차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과기부는 지난해 10월 표적감사 논란이 나왔을 때 “보복·표적 감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으나,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고려한 감사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한 적이 없다.

과기부는 감사 결과도 감사 대상자에게 통보만 했을 뿐 전체적인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감사 결과 및 개요를 요청했으나, 과기부는 의원실에도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조승래 의원실에 따르면 4월 2일 요청에 대해 과기부는 “감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감사 결과는 전날 당사자들에게 이미 통보된 이후였다. 4월 22일 요구에 대해서는 “재심의 신청 기간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감사 결과 또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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