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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증 직구 금지’ 철회한 정부 “불가능한 일이라 검토한 적도 없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19. ⓒ뉴시스


정부가 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전면 금지 조치를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그런데 정부는 철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당초부터 정부 방침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선별 금지였으며, 정책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법률적으로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하고 금지하려면 법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정부는 이러한 대안을 검토해 본 적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렸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유 여부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 제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 발표는 인증이 없다고 해서 해외직구를 전면 금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해성이 확인된 품목에 대해서만 해외직구를 금지한다는 게 이 차장 설명이다. 전면 금지에서 선별 금지로 방침을 바꾼 게 아니라, 원래 선별 금지였다는 주장이다.

국무조정실의 사흘 전 발표 자료를 보면,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가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인포그래픽 자료. ⓒ국무조정실


언론 질의에서 “국민들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건지, 정부가 설명을 잘못했다는 건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이 차장은 “다양한 내용들이 담기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세밀하게 설명 못 한 거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다음 달에 80개 품목의 직구를 사전 금지·차단하겠다는 건 공무원으로서는 생각하기가 힘든 거였다”고 덧붙였다.

일부 품목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위해성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여론 수렴하고 의견 묻고 해서, 법 개정을 할지 아니면 다른 수단으로 어떻게 차단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발표와 배치되는 설명이다. 정부는 사흘 전 세부 이행 과제로 어린이 제품과 전기·생활용품의 직구 금지, 생활화학제품의 반입 차단을 위한 법 개정을 올해 하반기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법 개정 전까지는 관세법에 근거해, 오는 6월부터 위해 제품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관세법은 국민 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위해 제품 차단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유해성 선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도 관세법에 따른 유해성 검사는 진행 중이다. 이날 정부 설명의 요지는 80개 품목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수준에 그친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80개 품목에 해당하더라도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은 기존대로 해외직구가 가능하다.

“제품의 위해성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차장은 “하루에 몇 개가 들어오는지 잘 짐작이 안 되고 그걸 하나하나 앉아서 다 할 수는 없다”면서 “80개 품목은 기존에 하던 것보다 훨씬 강화시켜서 범위도 늘리고 더 검사를 해서 더 많이 잡아내 보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다 잡히겠냐(고 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관세청 인력 증원이라든가 조직 문제도 협조해서 풀어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법 개정 방향을 수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당초 어린이 제품과 전기·생활용품은 KC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KC 인증 외 다른 기준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 개정을 할지 말지 자체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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