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사 창립 30주년 기념행사가 30일 오후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통사 창립 30주년 기념행사가 30일 오후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머지않아 350년간 지속된 자본주의 제국주의의 패권적 세계 질서는 결코 종식되고 말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우리의 주체적 행위에 의해 촉진되고 완결될 것입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평통사 상임대표를 역임한 강정구 평통사 부설 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은 평통사 등의 ‘적극적인 투쟁’에 의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조기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강정구 평통사 부설 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이 평통사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정구 평통사 부설 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이 평통사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구 소재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강정구 이사장은 “평통사 출범은 미국 제국주의의 한반도 유린에서 비롯되었다”며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공개한 1993년 6월 미국의 북한 공격 계획을 상세히 언급한 뒤 “전쟁 위기에 대한 의식이 굉장히 초긴장 상태였다. 그런 시점에서 우리 평통사가 출범이 된 거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 평통사의 활동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에 모여 있다”며 “이를 위한 평택기지 반대 투쟁 등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왔다”고 말하고 이후 「평화협정안」을 마련을 중요한 성과로 꼽았다. “우리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평화협정안”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비핵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고 이 협정안은 이후 모범답안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통사 30주년 기념행사는 관계자들 위주로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통사 30주년 기념행사는 관계자들 위주로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역평통사 대표들이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역평통사 대표들이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94년 창립된 평통사는 불평등한 한미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운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김판태 당시 ‘SOFA 국민행동’ 김판태 사무국장이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할복하기도 했다.

이후 매향리 국제폭격장 폐쇄운동, F-15 도입 반대 운동,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촛불집회와 이후 효순미선 평화공원 건립,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 작전통제권 환수 운동,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대응 운동,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투쟁,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및 적기지공격능력 보유 행사 규탄 활동, 사드 배치 저지 및 한미일 MD 구축 반대 운동, 한국 원폭피해자 문제 대응, 원폭국제민중법정 1차 국제토론회 성사 등 중요한 투쟁의 현장을 지켜왔다.

강정구 이사장은 “우리 평통사 30년을 이끌어 온 모든 분들께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올린다. 또한 언제나 옆에서 지원하고 격려하면서 밀어준 동지 여러분들께도 진심 어린 감사를 올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창립부터 평통사 상임대표를 맡아온 문규현 신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평통사 국가보안법 탄압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통사 국가보안법 탄압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우성을 비롯한 5명의 ‘2세대 활동가’들이 포부를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우성을 비롯한 5명의 ‘2세대 활동가’들이 포부를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12년 평통사가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을 당시 변호인으로서 2017년 대법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던 김형태 변호사는 축사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국가보안법, 방위비분담금협정 등 주요 법이나 조약을 거론하고 “30년 동안 내가 지켜보니까 평통사만큼 실질적으로 이 주제를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실천한 단체가 진짜 없다고 생각한다”고 상찬했다.

아울러 “평통사에 대해서 굉장히 특별한 것은 젊은 청년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소식지를 받아보면 각 지역별로 청년들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날 기념행사에서도 이우성을 비롯한 5명의 ‘2세대 활동가’들이 포부를 밝혔고, 대학생들이 함께 자리하기도 했다. 이우성 활동가는 “지금 우리 청년 활동가 5명이 마음을 모으고 또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패기로 자주 평화통일, 비핵군축의 길을 활짝 열겠다”고 다짐했다.

심진태 한국원폭협회 합천지부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심진태 한국원폭협회 합천지부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종철 평통사 공동대표가 축시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종철 평통사 공동대표가 축시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심진태 한국원폭협회 합천지부장은 축사에서 “나는 75년 전에 원자폭탄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지금까지 나이가 벌써 83세가 됐다”며 “피해자는 지금도 생존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고 호소하고 “우리들은 또 외로운 것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여러분들 덕택에 세계의 정상들 앞에서 발표하게 된 것을 정말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평통사는 한국 시민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1995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에 참석, 5년 마다 개최되는 이 회의에 참여해 왔고, 특히 2015년에 처음으로 한국 원폭 피해자와 함께 참석해 유엔본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2023년부터 원폭국제민중법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원폭국제민중법정 1차 국제토론회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심진태 지부장은 국가 예산으로 원폭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합천에 ‘세계비핵평화공원’을 만드는 일이 현 정부 들어 “위령시설만 만들어라”, “지방비 50%를 출연하라” 등으로 추진되지 못 하고 있다며 “당초에는 지난해에 2023년에 설계비를 내서 금년에 착공식을 가지려고 그러는 거다. 그런 것이 지금까지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통사 지역대표를 맡고 있는 공동대표들이 기념떡 자르기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통사 지역대표를 맡고 있는 공동대표들이 기념떡 자르기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참여연대도 올해 30주년이다”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제일 가까운 조직이라고 여기는데 평소부터 까칠해 가지고 ‘우리가 뭐 같냐?’ 이럴 거다”고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까칠한 평통사가 한국에 있는 게 너무 안심이 되고, 이렇게 집요하게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동지적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NPT 포지션 페이퍼’를 함께 작성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한국 시민단체에서 북한도 싫고 남한도 싫은 사람들끼리 모여 가지고 ‘우리가 평화군축의 입장에 기초해서 한국 평화운동의 포지션을 만들자’ 해서 비교적 전략적인 포지션도 평화군축센터와 공유하고 있다”고 연대의식을 표했다.

평통사는 29일자 보도자료에서 “한국 평화운동에서 가장 오래된 단체 중 하나인 평통사는 지난 30년간 자주·평화·통일·반핵·군축의 한 길을 걸어 왔으며,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춘 단체로 성장해왔다”며 “전문적인 외교국방문제를 진보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과 함께 대중운동으로 풀어나가고자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30년의 세월 동안 홍근수, 허세욱, 김판태, 배종렬 등 고인이 된 이들도 늘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30년의 세월 동안 홍근수, 허세욱, 김판태, 배종렬 등 고인이 된 이들도 늘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회원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회원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통사는 서울은 물론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광역시와 부천, 보령, 논산, 익산, 전주, 군산, 목포, 해남, 나주, 순천 등 10개 도시에 조직을 갖췄고, 김제, 무안, 성남 등지에 준비위나 모임을 꾸리고 있다.

평통사는 “엄혹한 정세에서 서른살 평통사는 다시금 자주·평화·통일·반핵·군축의 기치를 높이 들고 활동해 가고자 한다”며 “특히 청년세대들이 자주와 평화 통일의 비전을 갖고 미래의 희망을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내용으로 대중적인 운동으로 새로운 30년, 2세대 평통사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정섭 전북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30주년 기념영상 상영과 임종철 평통사 공동대표의 시낭송, 지역별·세대별 결의 발언, 축하공연, 기념떡 자르기, 기념촬영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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