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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이 실패라고 주장한들 무슨 소용?

 

[정조준81] 북한 미사일이 실패라고 주장한들 무슨 소용?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7/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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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6월 26일 다탄두 개별유도 미사일(MIRV) 시험 발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 자세히 보면 미사일이 날아간 흔적이 3개로 나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다가 실패했다고 발표했고 북한의 발표는 ‘기만과 과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7월 1일에도 북한은 ‘화성포-11다-4.5’라는 미사일 2발을 각각 최대, 최소 사거리로 시험 발사해 다음 날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미사일을 최소 사거리로 시험 발사할 필요가 없다’, ‘내륙에 시험 발사를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은 선전·선동에 능하다’며 북한의 발표를 ‘기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발표의 신뢰성

 

솔직히 정부의 발표를 믿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의 무기 기술 특히 미사일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이미 미국도 개발하지 못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할 정도로 발달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했다는 말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이 가지만 ‘실패와 기만’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는 ‘글쎄? 제대로 탐지하고 분석할 기술이나 있나?’라며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둘째 이유는 북한이 실패하면 실패했다고 스스로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이는 지난 5월 27일 밤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했다가 실패하자 90여 분 만에 빠르게 실패했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셋째 이유는 지금까지 정부가 북한 무기에 관해 발표한 것들이 사실과 다른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11월 2일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합동참모본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중에 합참이 바다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을 수거해 조사해 보니 정말 지대공 미사일 S-200이었습니다. 

 

▲ 지대공 미사일 S-200.  © George Chernilevsky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은 비행 궤도가 다른데 이걸 구분하지 못한 것입니다. 

 

2021년 3월 25일에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합참은 450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발표했지만 다음날 북한은 600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서야 군은 600킬로미터가 맞다면서 미사일을 추적하다 중간에 놓쳤음을 인정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우리 군은 ‘혹시 모르니 재검토해 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거짓말한다. 우리가 맞다’고 막무가내로 우기고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실패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 북한, 미국, 러시아 4개국 관련 전문가들로 공동조사단을 꾸려서 공동 조사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게 실현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일단 북한이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가 자기 무기를 공개하겠습니까?

 

동맹국에도 자기 무기는 함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둘째, 실제 전쟁이 나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전쟁이 날지 안 날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북한 미사일 시험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면 됩니다.

 

정부 발표를 믿을 사람은 믿고 안 믿을 사람은 안 믿으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발표하는 합참 자신도 확신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용와대도, 합참도, 국민도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 됩니다. 

 

북한의 시선

 

북한은 자기 미사일이 실패했다고 믿는 세력을 어떤 시선으로 볼까요?

 

‘뭘 해도 안 먹히는구나. 한국 사회는 튼튼하구나’라며 한국을 무서워할까요?

 

아니면 가장 손쉬운 상대로 여길까요?

 

북한이 보기에 자기들은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는데 이걸 안 믿으면 북한의 군사력을 제대로 모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북한의 미사일에 제대로 대비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의 첫째가는 필수 요소는 지피지기인데 자기 군사력을 제대로 모르는 상대라면 손쉽고 하찮은 존재일 뿐입니다. 

 

실전에서 제대로 대비도 하지 않은 상대는 북한보다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아마 이런 세력을 비웃고 있을 것입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이유로 북한 미사일 시험이 실패했다는 윤석열 정부의 발표를 안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군 당국의 수준

 

지금 중요한 건 정부가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것이며, 국방 분야에서는 군 당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인데 이들이 분석하는 것을 보면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허점이 많습니다. 

 

첫째, 만약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실패라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북한이 배우는 게 있고 끊임없이 발전할 것입니다. 

 

원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따라서 실패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도 “지금 극초음속 미사일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MIRV(다탄두 개별유도 미사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군 당국은 북한이 실패했다면서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에만 치중하는 인상을 풍깁니다. 

 

신중하지 못합니다. 

 

둘째, 미사일의 기초적인 개념도 모릅니다. 

 

26일 시험을 두고 북한은 ‘다탄두 분리와 개별 유도’를 시험했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단 로켓을 이용했다고도 했습니다. 

 

즉, 최종적으로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시험을 해야겠지만 이번에는 다탄두가 제대로 분리되는지, 개별 유도가 되는지만 시험하기 위해 1단 로켓을 이용해 단거리 비행 시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 북한이 사용한 1단 로켓.

 

원래 대부분의 시험은 부분 시험들을 하고 나서 이걸 다 모아 최종 시험을 하게 마련입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도 북한의 시험이 대기권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실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최종 시험을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합참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다탄두 시험을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하강 단계에서 분리해야 하는데 초기 단계에서 분리했으므로 실패’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무슨 시험을 했는지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합참이 무기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정도를 넘어 ‘가나다’도 모르는 수준입니다. 

 

7월 1일 시험을 두고도 북한이 최소 사거리로 시험했다고 하니 군 당국은 ‘최소 사거리로 시험할 필요가 없으므로 기만이다’는 논리를 폅니다. 

 

우리가 그런 시험을 안 하니 북한도 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상 하지 않는 시험을 했다면 왜 했는지부터 분석해야 하는데 아예 그럴 생각도 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합참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등장하면 일단 다 실패라고 하는 간단한 공식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가 잘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기준에 맞춰 재단하는 어리석은 공식입니다. 

 

폼이나 잡기 좋아하는 정신 승리의 강자가 아닌지 우려됩니다.

 

언론도 똑같다

 

한국 언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20일 와이티엔(YTN)은 「‘푸틴의 자존심’ 실전 배치..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전 세계적인 개발 경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선두로 중국, 미국이 앞서있고 독일, 프랑스, 이란, 일본, 인도 등이 따라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북한 역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만 보면 마치 러시아, 중국, 미국 세 나라의 극초음속 미사일 수준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독일, 프랑스, 이란, 일본, 인도 등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 따라 미국이 이미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거나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을 확인해 보면 미국은 아직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나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입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여기서 북한, 이란을 빼고 미국을 슬쩍 집어넣습니다. 

 

대단한 정신 승리입니다. 

 

정신 승리에 매달리는 자는 가장 다루기 좋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정신 승리는 미래야 어찌 되든 현재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했는데 북한은 이미 실전 배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국민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신 승리는 대국민 심리 사업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정신건강대책 대전환’을 강조하는데 이걸 염두에 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미국, 일본의 반응

 

그런데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두고 미국, 일본의 반응은 좀 다릅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성공 여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7월 2일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나 역내 동맹국 또는 협력국에 위협을 가했다는 평가는 없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데 정작 미국은 ‘한국에 위협을 가했다는 평가가 없다’는 태평한 소리를 합니다. 

 

일본 역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6월 27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 성공 주장에 관해 “언급을 삼가겠다”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야시 장관은 7월 1일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했는지에 관해 “방위성이 계속해서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습니다. 

 

하야시 장관은 2일에도 북한 미사일의 성공 여부에 관해 “단정적인 평가는 삼가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 하야시 관방장관.  © 일본 총리관저


 

굉장히 신중합니다. 

 

왜 우리와 반응이 다른지 굉장히 신중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6월 27일 미국 대선 첫 TV 토론이 있었습니다. 

 

토론 직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핵심 충성파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을 때 한반도와 세계는 훨씬 더 안전했다”, “트럼프는 당시 북한과 만나 협상했다”, “당시 상황은 바이든 현 정부 상황보다 훨씬 나았다”라고 했습니다. 

 

토론을 망친 조 바이든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안팎에서 빗발치며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 주목됩니다. 

 

또 그 자리에 있던 인물 중 트럼프 후보와 당내 경선을 했던 비벡 라마스와미도 “오바마 전 행정부가 끝났을 때 (한반도) 상황을 보라”라며 “그러나 트럼프가 정권을 잡고 북한을 만나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는 평화와 번영의 대통령”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해 북한과 대화하면 미국이 안전해질 것이라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이런 발언들이 나올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과 대결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일 국회에 출석해 “확고한 연합방위 태세를 토대로 북한의 위협에 압도적인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측근인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부차관보가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건 자살행위라며 한미동맹의 꿈을 깨라고 하는 마당에 장 실장은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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