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수출 역대최대?...물가상승률 고려하면 형편없는 수준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6년 전과 비슷...현상 유지 머물러

23년 수출 축소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뻥튀기

수출은 느는데 수입은 감소...불황형 흑자

내수 지표 15년만에 최저점...수출실적 왜 부풀리나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상반기 수출입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48억 달러, 수입은 6.5% 감소한 3117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4.07.01. ⓒ뉴시스

올해 상반기 수출이 3348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 호조를 예견하는 분석들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분석은 물가상승률과 기저효과, 수입감소 등을 감안하지 않은 일면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상반기 수출 2번째 기록? 실상은...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3067억 달러) 대비 9.1% 증가한 3348억 달러로 역대 상반기 수출액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율로는 반도체(657억4000만 달러), 자동차(370억달러), 석유제품(264억7000만 달러), 석유화학(241억5000만 달러) 순이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도 2018년(311억 달러) 이후 최대치인 231억 달러 흑자에 달했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올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6년 전과 비슷...현상 유지 머물러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물가상승률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6년 전 2018년에 비해 12.1% 상승해왔음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수출 액면가이다.

그러나 2018년 상반기 수출액 2967억 달러에 지난 6년간의 물가상승률 12.1%를 곱하면 3326달러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 3348억 달러와 견주면 고작 22억 달러 규모의 편차다.

즉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2018년 수출 규모가 유지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다.

수출 호조세를 점치는 것이 성급한 이유다.

23년 수출 축소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뻥튀기

주요 언론들은 분기별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서 수출호조를 점친다. 이 수치가 지난해 4분기 5.7%를 나타낸 이후 올해 1분기 8.1%, 2분기 10%로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2023년 수출이 과도하게 움츠러든 데서 오는 기저효과에 가깝다.

수출호조의 근거로 제시되는 올해 1, 2분기 수출실적은 각각 1634억 달러, 1714억 달러로, 2023년 1, 2분기(1511억/1556억 달러) 대비 상당 폭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해 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기준을 1년 전이 아니라 2년 전 2022년 상반기로 잡으면 이는 확실해진다. 2022년 상반기 수출은 1, 2분기가 각각 1734억 달러, 1771억 달러로, 이를 올해 1, 2분기와 비교하면 외려 수출은 –5.77%, -3.22% 감소한 셈이다.

수출은 느는데 수입은 감소...불황형 흑자

여기 더해 수출 증가 현상이 수입 감소 추세와 더불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통상적인 무역수지 흑자 상황이라면 수출과 동시에 수입 역시 증가하기 마련이다. 해외에 물건을 많이 팔아낸 만큼 국내 시장 수요에 대한 기대치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수출 증가는 정반대다. 밖으로 물건을 팔아낸 규모는 커지는데도, 그에 상당한 수입은 커지기 보다 외려 극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액은 3330억 달러. 반면 올해 상반기 수입액은 3115억 달러다. 이는 215억 달러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약 6.46%의 감소폭이다.

올해 상반기 231억 달러 상당의 무역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 지표 15년만에 최저점...수출실적 왜 부풀리나

여타 경제지표들도 상반기 수출실적을 무색하게 하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 동기에 비해 2.3% 감소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3.1%가 감소했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민간이 금융위기 국면에 버금갈 만큼 재화 소비를 줄였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도소매업도 작년 4월 이후 2개월을 제외하면 12개월간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5-12월 내리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2월부터 4달째 감소 추세다.

상반기 수출실적을 과대해석하는 논의들을 미심쩍게 봐야 할 이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