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시작, 그릇된 협상
방위비분담금의 기원과 그릇된 전가
주한미군 주둔, 한국 방위 아닌 미국의 패권전략
한국이 부담하는 주일미군의 비용
한국의 예외적 부담
협정 폐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잘못된 시작, 그릇된 협상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짓는 것이 국익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의 과거 주장을 근거로 방위비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시작한 것 자체가 처음부터 오류였다. 우리가 지금 내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은 애초에 내지 말아야 할 돈이다. 당장 협상을 중단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의 기원과 그릇된 전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1991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로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은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1966년에 체결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도 분명히 명시된 바와 같이, 한국은 주한미군에게 기지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은 그 외 모든 주둔비용을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1971년 닉슨 행정부의 금본위제 폐지와 1973년 오일 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강타했다. 미국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에게 주둔비용을 전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1978년 한미 군수협력협정(MLSA)이 체결되면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일부 주둔비를 부담하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은 이를 근거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냉전의 지속으로 인해 미국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을 늘리려 했고, 그 결과가 바로 SMA 체결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협정은 SOFA와 충돌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SOFA에서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비용을 한국이 대신 부담하게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주한미군 주둔, 한국 방위 아닌 미국의 패권전략

현재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살펴보면, 그것이 과연 한국의 방위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은 냉전시대의 산물로, 당시에는 북의 남침을 대비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주한미군의 주된 역할은 오히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한국 방위라는 명분 아래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주한미군을 중심으로 일본, 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고려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화시켰다. 주한미군은 단지 한국의 방위를 넘어서, 미국의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군사훈련이 북을 자극하고, 한반도 전체의 군사적 긴장을 높였던 사례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2017년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은 북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한반도 전역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반면 2018년 한미 군사훈련이 멈추자 4.27선언과 함께 한반도 평화가 찾아왔다. 이처럼 군사훈련을 반복하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한국이 부담하는 주일미군의 비용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주일미군의 운영비용으로 전용해왔다. 이는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일종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자금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중 상당 부분이 주일미군의 군사 장비 유지와 운영에 사용된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다. 한국이 낸 방위비가 한반도 밖에서 쓰인다는 것은, 이 협정이 얼마나 미국 중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제9차 특별협정(SMA) 하에서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 중 954억 원이 한반도 외 지역의 군사 정비와 지원에 사용되었으며, 2019년에는 134억 원이 주일미군 장비 정비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SMA가 실제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전반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여전히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주한미군의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 부담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동아시아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의 주권과 경제적 이익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는 비용을 강제적으로 부담시키고, 그 돈을 주일미군에 전용하는 행위는 한국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한국의 예외적 부담

주한미군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또 있다. 전범국 독일과 일본은 전후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전범국이 아닌 침략 전쟁의 피해국이며, 한미 SOFA에 따르면 미국이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자국의 군사력을 제한하는 헌법적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와 같은 제약이 없으며, 주한미군이 아닌 자체적인 군사력을 통해 방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에게 방위비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다른 주둔국과는 다른, 예외적인 부담을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정 폐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철저히 벗어나야 한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하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라는 모순된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모순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의 방위를 위한 주한미군이라는 명분은 이제 더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현실 속에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그 자체로 폐기되어야 한다. 이제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주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협상 자체가 잘못된 시작이었다. 이제는 그 잘못을 바로잡고, 미국이 아닌 한국의 이익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