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1 교과서에 기술된 ‘제국주의의 등장’ 단락. 국회 제공
뉴라이트 의혹이 제기된 한국학력평가원 필진이 고등학교 한국사 1 교과서에서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를 “새로운 문물과 시스템을 갖추고 우세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원해” 편 정책으로 기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국주의를 내세우며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한 서구 열강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대신 중립적으로 다뤘다. 서구의 식민지배를 “침략 행위를 합리화한 것”이라고 서술한 다른 한국사 교과서 8종과 대비된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1 교과서 3단원 ‘근대국가 수립의 노력’ 도입부에 “19세기는 산업혁명을 이룬 서구 열강이 새로운 문물과 시스템을 갖추고 우세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원하여 세계를 제국주의 질서에 편입시키려고 식민지 확보에 나서는 시대였다”고 쓰여 있다. 서구 열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우세한’이라고 평가해 제국주의 침략을 우월한 세력들의 정당한 행위로 평가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이 교과서의 제국주의 해석은 일본 제국주의를 표현한 대목과도 맞닿아 있다. 필진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은 개항 이후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이미 서구식 근대화를 급속히 진행시켜 제국주의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꾸린 한국사 교과서 검증단에 있는 역사 교사는 “일본이 일반적으로 가진 우월 의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 지배를 가치 중립적으로 서술했다. 필진은 ‘제국주의의 등장’ 단락에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은 상품 판매 시장과 원료 공급지를 확보하고 잉여 자본을 투자하기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식민지와 새로운 통상로를 확보하려 하였다. 이러한 대외 팽창 정책을 제국주의라 한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사회 진화론과 인종주의를 내세우며 아프리카를 거쳐 아시아로 진출하였다”고 썼다. 표면적으로 평가를 보류하며 사실상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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