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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노동자가 ‘하늘 감옥’에서 본 여의도 불꽃축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원에서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2024.10.05. ⓒ뉴시스

 

편집자주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경기도건설지부 김선정 부지부장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이 2일부터 서울 여의도 파천교 부근 광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른바 ‘건폭몰이’ 노조 탄압으로 현장의 노동조건은 급속히 후퇴했다. ‘똥떼기’라는 중간착취도 극성이고, 노조를 몰아낸 자리를 더 싼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급기야 건설업계는 임금 협상에서 ‘2만원 삭감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문승진 사무국장이 여의도 불꽃축제가 열린 밤의 심정을 담은 글을 보내와 싣는다.

 

화려한 불꽃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로 63빌딩 쪽을 바라봤지만 그마저도 고층 빌딩 숲에 막혀 보이지 않는다. 아, 이 작은 호사도 허락하지 않는구나. 화면 속 화려한 불꽃을 보면서 아름답다기보다는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건설노동자들에게 불꽃축제가 무슨 의미일까? 연일 뉴스에서는 100만 인파가 몰린다고 호들갑이다. 세상이 저 아름답게 터지는 불꽃을 향한 관심 100분의 1만 건설노동자에게 가졌으면 한다. 그러면 여의도 하늘의 광고탑까지 올라올 일은 없지 않았을까. 

잠시 꿈을 꾼 적이 있다. 우리도 여느 사람들처럼 저녁이 있는 삶을, 안전하게 일하고 최소한 사람 대접 받는 세상을 말이다. 현장 형님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내 노가다 인생에서 휴일수당을 다 받아보고 노조 덕에 별일이다.” 이렇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면 언젠가는 남들처럼 자식들과 저녁도 먹고, 휴일날 꽃놀이도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꿈은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다시 일자리를 찾아 오늘은 이 현장, 내일은 저 현장으로 보따리장수처럼 전국을 떠돌고 있다. 떠돌이여도 일만 있다면 어디든 가겠지만, 현장은 있으나 우리를 써 줄 현장은 없다. 더 낮은 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해서 더 많은 착취를 하려는 자본에게 기술자인 우리는 그저 말 많고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2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2교(파천교) 부근 광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건설노조 소속 경기도건설지부 김선정 부지부장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 ⓒ문승진 페이스북


건설노조가 쫓겨난 현장은 아비귀환의 전쟁통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건물이 살게 될 국민들의 몫이다. 지하주차장 붕괴, 철근 빠진 건물, 비만 오면 물이 새는 아파트 등... 이른바 건폭몰이는 노동자에게도, 국민에게도 위험과 고통을 안긴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연신 솟아올라 터지는 불꽃처럼 윤석열 정권의 탄압은 요란하고 화려할지는 몰라도 금방 사그라들 것이다. 현장의 주인인 건설노동자를 쫓아낼수 있는 세력도, 방법도 세상에 없다. 우리는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늘 피곤한 건설노동자에게는 불꽃축제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쪽잠보다 못하다. 나는 내일 출근을 하지 못하는 30미터 고공, 하늘 감옥에서 생일 저녁 터지는 불꽃을 축하 폭죽이라 생각할 셈이다. 다음번 축제는 노동자들도 맘 편히 가족들과 즐기게 될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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