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진보당이 주최한 ''우리가 전쟁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 주제의 긴급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며 전투병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김영배 의원이 이날 대표발의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안정 촉구 결의안'에서 민주당은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법을 위한한 것'이라며, 파병 즉각 철수와 추가 이송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또 파병 북한군의 움직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4일 언급에 대해서는 '살상무기 지원 및 우리 군 파병 등의 직접적인 전쟁 참여 행위는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실질적인 우리 국민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이같은 '철군 촉구 결의안' 채택 흐름이 무색하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자체를 하나의 '설'로 치부하며 신중한 판단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전날(28일) 국회에서 이재강(더불어민주당)·김준형(조국혁신당)·정혜경(진보당) 의원 주최로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한국 정부 및 정치권 반응 문제점과 대응 방향' 주제의 긴급좌담회가 열린데 이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우리가 전쟁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보당 긴급토론회가 열려 '북한군 파병설과 윤석열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의 문제점'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이 진행됐다.

긴급토론회에서는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와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이 각각 '러우 전쟁의 대리전 성격과 북한군 파병설 확산 과정 분석', '북한군 파병설 신뢰성 문제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의 위험성'에 대해 발제하고 현장 토론이 이어졌다.

두 발제 모두 '북한군 파병설'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출발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사진-진보당 제공]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사진-진보당 제공]

먼저 이해영 교수는 △북한군 파병 관련 푸틴의 답변 △북한의 대러 군사지원(파병, 무기 등) 가능성 △미국의 첫 '확인불가' 입장의 의미 △북한 파병설의 '대안적 해석' △대러 노동인력 파견 가능성 △최초 파병설 발신자인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에 대한 불신 등을 소제목으로 나누어 꼼꼼하게 분석하고는 "정부나 언론은 '합리적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반박불가능하게 '검증'된 파병의 증거를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정원이 제시한 위성사진 일부를 제외하곤 거의 전부가 우크라이나 당국이나 첩보조직의 생산물이었으며, 어디에서도 '원본'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천여명 파병을 러시아와 합의하고 이중 선발대 1,500여명이 이미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발표한 뒤에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실'이라고 불리는 것이 제작되었다"며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인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10월 24일 브릭스정상회담 기자회견 석상에서 처음으로 밝힌 공식입장을 '북한군 파병 부인 안해...'로 해석한 언론 보도는 '의혹에 대한 조롱 또는 비웃음'을 오독한 것이라고 했다.

설사 북한군 파병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른바 '상호작전운용성'이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별도로 2년 10개월 이상 진행되고 있는 러·우전쟁에서 가장 절박한 당사자인 젤렌스키는 기존 나토 용병이 아니라 나토의 파병을 원하고 있을터인데 왜 한국군이 첫번째 파병 주체가 되어야 하느냐는 반문이 뒤따랐다.

이날 한국 공군 제19비행단 소속 16명의 조종사가 루마니아 미하일 코겔니차누 지역 인근 나토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신속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설 전 소장은 '국정원의 북한군 특수부대 파병정보는 사실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발표를 시작했다.

△파병인가, 용병인가 △국정원은 특수부대원으로 평가하고, 국방정보본부는 초짜 신병으로 다르게 평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원이 포탄 800만발을 지원했다고 평가한 합리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김용현 국방장관이 언급한 포탄 1,000만발 지원 정부의 근거는 무엇이며, 국정원 평가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북한군의 파병은 북러 상호방위조약이 비준된 이후 가능한데, 앞서 24일 러시아 두마 하원 비준이 이뤄졌고, 11월 중 상원 비준 이후 푸틴이 재가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북한의 조약 비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러시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1월 이후에야 전투병 파병절차가 가능하다.

또 파병을 위해서는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지휘체계 정리, 책임지역 할당, 각종 전투근무지원을 위한 협조체제 구축 등 세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작전지역 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은 '북한군 파병'을 이유로 무기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고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도 부족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란'에 대한 충분한 근거도 없이 쫓기듯이 만들어 낸 판단이라면 매우 잘못되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대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거나 군사력을 행사할 때는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을 통해 올바른 국민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렇게 하자면 사실에 기초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한 전 소장의 설명이다.

우리의 이익에 맞고 또 그것이 합리적 판단의 결과라면 우크라이나 파병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거꾸로 대중의 눈을 현혹시키고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면 '정보공작'이 된다.

국정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국가급 정보를 생산, 유통하는 기관인데, 그 정보는 오로지 최종소비자인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정보는 정확하고 권위있어야 하며, 결정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에서 나온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왜곡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완전한 오판이거나 고의적 왜곡, 또는 국민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그런 국정원은 많은 예산을 들여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국정원에서 발표하는 정보가 조금은 틀려도 되는 것 처럼 생각하지만 그래서는 잘못된 정책이 나오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발표대로 북한이 1만 2,000명의 특수부대를 보낸다면 국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용병자격으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한데, 김용현 장관은 24일 북한군이 '지휘권없는 용병자격으로 러시아군에 개발적으로 소속'된다고 발언을 한 것도 의문사항으로 제기했다.

국정원은 특수부대원 파병, 포탄 800만발 지원으로 발표했는데, 국방정보본부는 '입대한지 얼마안되는 10~20대 신병'이라고 했고 김 장관은 포탄 1,000만발 지원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간극이라고 지적했다.

나토 평가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55mm 포탄 1발 가격은 2,000달러(약 270만원), 전쟁 이후에는 8,500달러(약 1,140만원). 

포탄 1발당 1,000달러로 계산해도 800만발이면 80억달러, 1,000만발이면 100억달러 수준인데, 북한의 2023년 국가교역액이 27.7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포탄 지원 규모는 과장이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지는 한 전 소장의 문제제기는 △국정원이 정보를 공개발표함으로써 휴민트 노출의 문제는 없는가 △북한군이 전투현장에 배치되기도 전에 정보를 발표하고 살상무기 제공 및 파병까지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국의 안보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때 예상되는 러시아의 보복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등이다.

윤 정권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전에 먼저 무기를 지원한다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살상무기 지원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몰아치려는 시도로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기 때문에 국제평화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국제평화가 훼손된 것"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하고 있어 북한군이 투입된다고 해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파병 대가로 핵과 ICBM 기술 이전 가능성이 있다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언급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모든 투발수단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핵 미사일을 더 고도화한다는 것이 한국의 안전보장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병력을 보냈을 때 교전국가 관계로 바뀌게 되는 러시아로부터 가해질 제재나 위협, 나아가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치명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긴급토론회 참가자들은 지난 18일 국정원 발표 당일 민주당 안보상황점검위원회에서 윤 대통령보다 먼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이후 여야 공동으로 '북한 전투병 철군 결의안'을 채택하려다 파병설에 의문을 제기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무산됐다는 국회 내 진행경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29일 오후 민주당은 결국 북한군 철군 결의안을 채택했고, 조태용 국정원장은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국회동의가 필요하지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벌어진 소규모 개별 참관단 파견은 '한마디로 군사정보와 관련된 절호의 기회'라며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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