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한국 패싱’(한국 따돌리기)을 피하려면 러-우 전쟁과 윤석열식 냉전외교가 겹쳐 망가진 한-러 관계의 복원이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 한국의 선택 한 원로는 “한국의 국가 전략 목표는 한국전쟁 이후 군사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며 “그 이유가 무엇이든 현상변경 의지가 강한 트럼프 시기에 평화체제 전환을 가능케 할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시스템 파괴’ 의지가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씨앗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1기’를 상대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면 다른 문제엔 상대적으로 무관심·관대한 경향이 있다”며 “한국이 ‘내어줄 수밖에 없는 것’과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을 나눠 전략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근본적 잣대는 ‘국익’과 대미 자율성의 확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압박하면, 이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연계해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군사주권을 제약해온 한-미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탄두중량 제한을 역대 정부가 집요한 협상으로 2021년 5월 종료시킨 것처럼, 장기적으론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제한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다수 전문가들은 “‘약탈적 거래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를 한국이 효과적으로 상대하려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민주정부의 구성이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