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의 보안관리 실패에 대해 "법을 어겨도 처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니 손해를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곧바로 국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매출액 10% 과징금 법안이 신속히 처리되기도 했다.
관료사회 내부 혁신 메커니즘으로 업무보고 성과 받쳐줘야
국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많은 시민들에게 이 생중계는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는 정치 드라마'이자 흥미진진한 정치 이벤트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위 공직자의 진면목과 업무 능력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부실한 답변에 대한 대통령의 직설적인 질책은 일종의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누가 일하고 누가 직무를 유기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면, 보수 진영과 일부 언론은 이를 '망신주기', '갑질', '정치 쇼'로 폄하한다.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때로는 거친 언어,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는 태도 등이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은 업무보고의 본질적 가치를 호도하는 것이지만, 지나친 공격적 질책이나 맥락을 벗어난 질문공세는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실험은 위험한 측면도 있고 보완할 점도 있다. 우선 '책갈피 달러'나 '환단고기' 언급과 같은 지엽적 논란이 업무의 본질적 쟁점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직설적인 톤이 공직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거나, 조직 내의 사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관료사회는 공포와 긴장만으로 지속적인 쇄신과 개혁이 어렵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유능한 인재를 중용하고, 그들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권한과 동기를 부여하는 내부 혁신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업무보고가 일방적 질문-답변에 머물지 않도록 국민의 실시간 질문을 국정에 반영하는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이 보고 방식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대통령이 모든 보고회의에서 수백 페이지의 자료를 완벽히 숙지하며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따른다. 장기적으로는 핵심 쟁점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숙한 비판 필수적
그러나 이 대통령의 새로운 문답식 생중계 업무보고는 '국민주권정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정 운영 스타일임은 틀림없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시민 검증을 결합한 파격적인 실험이며, 국정이 더 이상 밀실에서 진행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행정 과정을 시민에게 직접 공개하는 이 방식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완전히 실현하지 못했던 길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토론식 국정 운영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했고, 문재인 정부가 넘지 못한 국정 공개의 장벽을 돌파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극단적 국정 난맥을 단시일 내에 바로잡으려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이를 계속 발전시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국정운영의 패턴으로 정착되도록 하고, 업무보고 때 제기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실제 행정 시스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피드백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를 보면서 그가 공공성의 원칙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이같은 철학은 모든 질문에 짙게 배어 있다. 남산 케이블카 장기 독점 문제 지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추궁, 지역대학 예산 불평등 질타 등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실용 정치의 근간이 공공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있음을 국정의 현장에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업무보고가 민주주의의 내실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숙한 비판이 필수적이다. 또한, 단순한 '질문-답변'을 넘어 진정한 '국민 대화'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주요 안건을 사전 공개하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거나, 실시간으로 핵심 질문을 선별하여 소통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이 시스템은 국민이 정책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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