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사이트엔 조선중앙TV 편성표까지
김정은 총비서 동향은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동향’이라는 코너를 아예 따로 만들어 하루 단위로 공개한다. 가장 최근 동향으로는 △삼지연 관광지구 호텔들 준공식 참가(23일) △신포시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가(21일) △장연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가(19일) △김정일 사망 14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17일) 등이다. 세부 내용도 빼놓지 않는다. 김정일 사망 14주기 참배와 관련해 “위대한 장군님의 애국업적을 전면적 국가부흥의 장엄한 새 전기로 빛내여”,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충성으로 받들어나갈 굳은 맹세” 등 노동신문 주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티브이(TV) 프로그램 편성표는 ‘분 단위’로 공개한다. 북한정보포털에 공개된 12월23일치 편성표는 오전 9시5분 ‘삼지연관광지구에 새로 일떠선 호텔들이 준공’, 오전 10시1분 ‘붉은 당원증’(특집), 오후 2시16분 ‘감기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사용법’(건강과 생활섭생), 오후 2시20분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과 3대 혁명’, 오후 3시37분 ‘이딸리아 1부류 축구련맹전-렛체 : AC밀라노’(록화실황), 밤 9시59분 ‘김정은, 삼지연관광지구 호텔 준공식 참석’ 등 32개 꼭지를 담고 있다. 이런 분 단위 공개 역시 윤석열 정부 때와 동일하다.
체제 경쟁하던 55년 전 지침이 아직도
언론인·연구자는 보도 및 연구 목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노동신문·조선중앙티브이 등을 일반 국민은 볼 수 없다. 노동신문 접속 차단 등의 근거가 되는 국가정보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은 남북한 체제 대결이 한창이던 1970년 2월 제정됐다.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 대한민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19일 통일부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북한 사이트 접속 해제,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공개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노동신문을 예로 들며 “현행법상 일반 국민은 노동신문에 대한 실시간 접근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언론이 노동신문을 인용해 기사를 쓰고, 연구자들은 노동신문을 연구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 “국민을 주체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 “국정원 정도는 이런 걸 봐도 안 넘어가는데 국민은 이런 거 보면 홀딱 넘어가서 종북주의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냐”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노동신문 등에 대한 접근 제한을 풀라고 지시하면서 “북한 자료를 공개하자고 하면, 대한민국을 빨갱이 세상으로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공격이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노동신문을 놓고는 우리 국민들이 못 보게 막지 말라고 호통쳤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북한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북방송 중단·대북전단 금지 조처를 한 이재명 정부가, 반대로 북한의 대남선전 통로는 확대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남북한 체제 경쟁이라는, 진작에 사라진 구시대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