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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민주주의 뿌리가 북이라고?

진보적 민주주의 뿌리가 북이라고?
 
 
 
권종술 기자
기사입력: 2013/11/18 [03:44] 최종편집: ⓒ 자주민보
 
 
박근혜 정권은 통합진보당이 위헌이라며 당의 노선인 ‘진보적 민주주의’도 문제삼았다. 북의 김일성 주석이 주장한 사상이란 것이다. 하지만 진보당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널리 사용한 용어라고 반박했다.
진보당은 지난 2012년 개정된 당 강령을 통해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 실현’을 제시했다. 지난 6월 정책당대회에서 개정된 당헌엔 ‘통합진보당은 국민이 주인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강령과 정책을 가진 정책 정당’이라고 명시돼있다.
 

 
정권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명칭에 대해 북의 김일성 주석이 강연한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하여’와 명칭이 같고, 그 본질은 공산주의 혁명전술인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에서 말하는 인민민주주의라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강령이 주장하고 있는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나 민주노동당 강령이 주장하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보면 그 내용이 ‘인민민주주의’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그 근거로 “해방 전후 시기 사회주의 계열에서 사용한 진보적 민주주의란 용어는 2차 대전 당시 미-소를 두 축으로 하는 동서간 데탕트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소련이나 자본주의 미국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의미했다”며 “미군정청이나 소련이 동의할 수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나라를 세우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도적으로 자본주의 정치체제를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방을 전후해 많은 진보적 독립운동 인사들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창한 바 있다. 조선건국준비위가 1945년 8월 발표한 선언엔 ‘국내의 진보적 민주주의적 여러 세력’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여운형 선생의 인민당도 조선인민당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대중정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언급한 건 이보다 몇 개월 뒤인 1945년 10월이었다.
 
외국의 진보적 정당 및 단체들은 이보다 훨씬 앞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해 왔다. 1914년 미국의 정치학자인 허버트 크롤리는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나중에 미국의 신국민주의의 이념적 기반이 됐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을 지낸 루스벨트에게도 영향을 미쳐 대기업 규제, 노동자 보호, 자원보존 등의 정책을 이끌어내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뉴딜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공산당, 이탈리아 공산당, 베트남민족해방전선 등도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또 ‘진보적 민주주의 당(Progressive Democratic Party)’이란 정당이 아일랜드,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브롤터, 튜니지아, 방글라데시, 미국의 사우스캐롤리나 등에서 활동했거나 지금도 존재한다. 미국 민주당 내에도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Progressive Democrats of America’라는 단체가 존재한다. 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현실적인 집권을 지향하는 공개적인 정치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여러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널리 사용한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용한 사례만을 가져와서 같은 의미라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권종술 기자 news@goupp.org
<진보정치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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