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2개의 법안에서 '권익 보호'라는 항목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본 조항의 문구만이 아니라 각 호까지 완벽하게 닮았다. 아니 이 정도면 베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친자확인소송'을 벌여도 될 정도로 2개의 법안은 DNA 동일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분쟁을 조정·중재한다는 내용까지 완벽하게 동일하다.
노동약자법 위에 실효성 없는 조항 쌓기
물론 이재명 정부 일하는사람법에는 윤석열의 노동약자법에 없는 조항들이 몇 가지 있다. 이를테면 균등처우(7조), 성희롱·괴롭힘 금지 및 예방(8조), 안전과 건강의 보호(9조), 사회보험 등(14조), 단체 등의 결성(16조) 등의 조항들이다. 그런데 이들 조항 역시 구체적인 문구를 살펴보면 한숨만 나오게 만든다.
제9조(안전과 건강의 보호) ①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이 일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적정한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국가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일하는 사람이나 사업자에게 지원할 수 있다.
제14조(사회보험 등) ①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②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제도와 관련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제16조(단체 등의 결성 등) 일하는 사람은 노무제공조건의 개선,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단체 등을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바르게 살자' 수준의 문구 아닌가. 물론 몇 가지 조항은 "다음 각 호의 행위(성희롱·괴롭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8조), "합리적 이유 없이 일하는 사람과의 노무제공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해지하여서는 아니된다"(11조)라는 문구를 갖고 있지만, 이 조항을 위반한다 해도 벌칙이 없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니 실효성 제로(Zero)일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이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정부 관료들과 몇몇 교수들은 이 법률이 '기본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본법이란 통상 해당 정책·법률 영역에서 기본 이념과 원칙을 제시하는 법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벌칙이나 처벌조항을 많이 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보충법이 기본법을 참칭?
하지만 법 이름에 '기본법'이라는 라벨을 붙이면 자동으로 기본법이 되는 걸까? 법학 전공자가 아니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으니, 구체적인 사례를 놓고 접근해보자. 한국에 '기본법' 글자 붙은 법만 70여 개가 된다. 노동관계 법령만 해도 '고용정책기본법' '근로복지기본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이 존재한다.
'기본법'의 경우 보통 조문 중에 '다른 법률과의 관계'라는 조항을 두어 "다른 법률 제정 또는 개정할 때 이 법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게 된다. 그래야만 해당 정책·법률 영역에서 기본 이념과 원칙을 제시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법률과 '일하는사람법' 문구를 한번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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