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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같은 선정위원회... 서울시 재개발의 수상한 의사결정법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 '회의록 공개 원칙' 확립 시급

26.01.16 06:43최종 업데이트 26.01.16 06:43

서울의 한 공공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서울시

지난해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76곳에 달한다. 2022년 20곳, 2023년 33곳, 2024년 39곳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25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친정비사업·규제완화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재개발 열풍의 중심에는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제도가 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 사업에 적극 개입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이 소요되던 기존 절차를 각종 행정·심의 절차 통합·간소화로 2년으로 대폭 단축해주며, 시가 제시하는 공공·사업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면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신통기획은 주민들의 입안 요청으로 시작된다. 재개발 희망 지역의 토지 등 소유 주민들이 정비계획 입안 요청서를 제출하면, 서울시가 이 중에서 정비구역 후보지를 선정하고 이후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지 선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가 '선정위원회'다

서울시가 배포한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사업 입안요청을 위한 후보지모집 안내문 중 후보지 선정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서울시

그런데 이 선정위원회는 마치 유령 같은 존재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문제는 회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선정위원회는 익명의 시의원, 공무원, 도시계획·건축·법률 등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논의 사항에 대해서는 '원안 가결', '조건부 동의', '재자문' 등 극히 간략한 결과만을 공개받을 수 있다.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찬반 의견은 무엇이었는지, 표결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담은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는다.

안건 상정 구역의 주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선정위원회 개최결과’서울시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위원회들은 회의록을 기록하고 보관해야 한다(서울특별시 각종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의2). 이에 따라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하였으나, 서울시는 선정위원회는 별도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곳은 어떤 위원회이기에 회의록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선정위원회 회의록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서울시의 결정통지문 일부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이에 소관 부처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자 담당자는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놓았다. 선정위원회는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공식적인 위원회가 아니라서 회의록 생산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전문가들의 의견을 시에 전달하는 기능을 할 뿐, 후보지 결정에 대한 구속력을 지는 것도 아니라고도 답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수 년 간 선정위원회 논의 결과를 재개발 지역 선정의 결과로 제시해왔다.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아도 "12월 중 '선정위원회'를 열어 후보지를 최종 선정한다"(2021.09.23.), "선정위원회 거쳐 최종 선정"(2022.08.29.),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8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2024.08.28.) 등,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선정위원회의 판단을 앞세워, 행정 결정의 정당성을 위원회에 기대어왔다. 그렇다면 선정위원회의 논의가 시의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 위원회의 판단을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면 그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져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전문가의 권위만 이용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내세워 행정 결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정당성을 담지하려면서도, 정작 그 과정을 담은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비단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24년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던 당시, 정작 그 결정을 내린 위원회 회의록들은 제대로 생산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드러난 바 있었다(관련 기사). 이때도 정부는 법적으로 회의록을 생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결과를 요약한 '결과 보고' 문서만을 내놓았다.

회의록을 생산·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지자체와 정부를 비롯하여, 공공기관이 내리는 결정들은 수많은 시민의 일상과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때문에 시민들에겐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 과정을 알 권리가 있고, 행정청에는 결정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 열리는 모든 회의는 기록하는 게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모든 정보가 공개 원칙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회의 및 회의록 공개도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들 내에는 '선정위원회'처럼, 그 논의 과정이 기록되지도 공개되지도 않는 유령 위원회와 회의들이 수두룩하다. 결정을 정당화할 때는 '전문가 위원회'로 등장하고, 책임을 물으면 '비공식 자문기구'로 사라진다. 이 이중성은 행정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시민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알 권리가 행정의 편의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 이것이 시민의 진정한 참여를 가능케 하는 민주적 행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신속통합기획 #정보공개 #회의공개 #선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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