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소관 부처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자 담당자는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놓았다. 선정위원회는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공식적인 위원회가 아니라서 회의록 생산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전문가들의 의견을 시에 전달하는 기능을 할 뿐, 후보지 결정에 대한 구속력을 지는 것도 아니라고도 답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수 년 간 선정위원회 논의 결과를 재개발 지역 선정의 결과로 제시해왔다.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아도 "12월 중 '선정위원회'를 열어 후보지를 최종 선정한다"(2021.09.23.), "선정위원회 거쳐 최종 선정"(2022.08.29.),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8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2024.08.28.) 등,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선정위원회의 판단을 앞세워, 행정 결정의 정당성을 위원회에 기대어왔다. 그렇다면 선정위원회의 논의가 시의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 위원회의 판단을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면 그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져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전문가의 권위만 이용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내세워 행정 결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정당성을 담지하려면서도, 정작 그 과정을 담은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비단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24년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던 당시, 정작 그 결정을 내린 위원회 회의록들은 제대로 생산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드러난 바 있었다(관련 기사). 이때도 정부는 법적으로 회의록을 생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결과를 요약한 '결과 보고' 문서만을 내놓았다.
회의록을 생산·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지자체와 정부를 비롯하여, 공공기관이 내리는 결정들은 수많은 시민의 일상과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때문에 시민들에겐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 과정을 알 권리가 있고, 행정청에는 결정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 열리는 모든 회의는 기록하는 게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모든 정보가 공개 원칙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회의 및 회의록 공개도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들 내에는 '선정위원회'처럼, 그 논의 과정이 기록되지도 공개되지도 않는 유령 위원회와 회의들이 수두룩하다. 결정을 정당화할 때는 '전문가 위원회'로 등장하고, 책임을 물으면 '비공식 자문기구'로 사라진다. 이 이중성은 행정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시민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알 권리가 행정의 편의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 이것이 시민의 진정한 참여를 가능케 하는 민주적 행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신속통합기획 #정보공개 #회의공개 #선정위원회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