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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공장 부지, 직접 보면 놀란다...대통령도 후회한 이유

[최병성 리포트] 반도체 공장 건설, 용인 고집하면 안 돼...공장 지어 놓고도 가동 못할 수도

26.01.15 06:47최종 업데이트 26.01.15 06:47

경기도 용인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한창 공사 중이다.최병성

타워크레인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이다.

지난해 12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이 CBS 라디오 <경제연구실>에 출연해 "용인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개, 15기가와트 수준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많은 언론들이 '이미 착공했는데 옮기라고?'라며, 반도체 공장 이전은 때가 늦었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과연 어느 정도나 공사가 이뤄진 것일까? 지난해 12월 28일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았다.

SK하이닉스의 조감도를 보자. 4기의 팹이 건설될 예정이다. 지금 현재 4개의 팹 중 2025년 2월 착공한 1기 팹이 2027년 5월 완공 예정이다.

용인 SK하이닉스 산단의 조감도. 4기의 팹을 건설 예정이다.용인산업단지법인

4기 중 1기의 펩이 2027년5월 준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최병성

나머지 3개의 팹은 아직 터 파기 공사 중으로 지금도 발파 작업이 한창이다.

나머지 3기의 팹 예정지는 아직 암반 발파 작업 중이다.최병성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삼성전자 공장

삼성전자 공장은 어떤 상태일까? 공사 예정지인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을 지난해 12월 29일과 30일 돌아보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들이 눈에 늘어왔다. 대대로 살아 온 마을을 지키기 위해 국가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용인국가산업단지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최병성

'헐값에 토지를 내어줄 수 없다'라며 제대로 된 토지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들과 토지 보상을 안내하는 현수막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토지 헐값 수용을 반대하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와 보상금 설명회 등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삼성전자는 이제 토지 보상을 시작한 단계임을 보여준다.최병성

이미 1기 팹 공사 중인 SK하이닉스와는 달리 삼성전자는 토지 보상 협의 절차를 밟고 있다. 첫 삽을 뜨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LH토지공사와 용인시가 세운 안내문을 보았다. 이곳에 국가산업단지가 들어 설 예정이니 어떤 건설 행위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LH와 용인시가 세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국가산업단지 안내문, 예정지 좌우에 산이 위치하고 있다.최병성

안내문에 그려진 산단 위치를 보니 예정지 좌우에 산이 위치한다. 이곳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산을 깎아내야 한다.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곳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려면 사진 속 임야를 모두 깎아내는 대공사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최병성

더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삼성전자 공장 예정지에는 이주해야 할 주택들이 많다. 이뿐 아니다. 이곳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장을 운영하는 80여 개의 기업이 몰려 있다. 이 기업들을 이주시키고 국가산업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삼성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사진에 보이는 많은 주택들과 공장들이 모두 이주해야 한다.최병성

용인갑 지역구의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주 대상 기업인들과 만나 이주 보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글을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가산단 조성으로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업하던 80여 곳 넘는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겨야 하지만 보상가와 이전 지역 분양가의 차이, 이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 소요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이 용인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이미 그곳에 운영 중인 80여 곳에 이르는 기업들이 이주해야 한다.이상식의원

마을과 주민들의 이전뿐 아니라 80여 개 공장들의 이전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산업단지 조성이란 이름의 강제 이주라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또 하나의 난관, 역사 유적 조사

또 하나의 난관이 튀어나왔다. SBS Biz는 지난 9일 <속도 내던 용인 삼성 반도체 산단에 '문화재 변수'…시굴조사 착수>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삼성전자 핵심 부지에 역사유적 시굴조사가 진행되어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SBS Biz가 용인 삼성반도체 산단 예정지에 문화재 조사 관련 보도를 했다.SBS Biz 캡처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에는 어떤 역사의 유적들이 남겨져 있을까? 공장 예정지로부터 겨우 1km 인근에 한창 유물을 발굴하는 현장이 있다. 1232년 고려 시대 승려 김윤후가 몽골 장군 살리타를 사살한 곳으로 유명한 처인성이다. 당시 세계 최강의 몽골을 물리친 토성이자 국난 극복의 성지로, 역사적으로나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적이다.

지난해 12월 처인성의 발굴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최병성

용인 삼성전자 공장 건설 예정지(빨간 점선)로 부터 겨우 1km 떨어진 곳에 처인성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신라와 고려의 전략적 요충지로, 통일신라 유물이 많이 발굴되는 곳이다.최병성

인근에는 또 다른 역사 유적 지표조사 현장들이 있다. 토사가 흘러내린 경사면에 다양한 빗살 문양의 토기와 기와, 자기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달 역사 유적을 발굴 중인 전문가를 만나 설명을 들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주변은 신라와 고려의 전략적 요충지로 특히 통일 신라의 유적들이 많이 발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공장 예정지의 면적은 약 119만 4천㎡로, 시굴조사 약 65만㎡, 지표조사 54만㎡ 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에 따라 역사유적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해당 부지에서 개발 행위가 제한된다. 만약 중요 유물이 발견될 경우 공장 건립을 위해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공장을 완성할 수는 있지만, 공장 가동이 어렵다?

반도체 공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와 물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용인시에는 전기도 물도 없다. 모두 외부에서 끌어 와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25년 8월 21일 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이라는 보고서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립의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 16GW는 대한민국 전체 최대 부하(2024년)의 약 16.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팹을 가동하기 위한 16GW 중 약 4.5GW가 클러스터 내에서 건설될 예정이고, 기타 필요 전력인 11.5GW 중 일부는 재생에너지로 클러스터 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전력은 외부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전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반도체는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 중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을 100%까지 높인다는 RE100을 이미 선언하였다. 재생에너지 기반 반도체 생산은 향후 기업 경쟁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산업단지 내에 태양광을 설치할 여유 부지가 없다."

"한국전력공사는 2025년 2분기 반기보고서 연결기준으로 206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전의 차입금은 2025년 2분기 기준으로 약 86.5조 원이고 2028년까지 상환해야 할 원화사채가 약 49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전력공사는 '24~'38년까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포함하여 전력망에 73조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서해해상풍력발전에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고가의 해상풍력을 통해 단기간 내에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클러스터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상당량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송변전 시설 주변지역 주민들과의 협의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여기에 LNG 연료에 대한 가격 변동성, 석탄발전 규제 강화에 따른 발전 비용 상승 우려가 있다. 이는 기업 생산단가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용인 반도체 건설에 가장 큰 문제는 전기다. 4.5GW LNG 발전을 제외하고도 약 11.5GW의 전기를 용인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많은 송전탑 건설이 필수다. 문제는 송전탑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16일, 국회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대회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함께했다.

국회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반대를 위해 전국에서 많은 주민들과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함께했다.최병성

지난 2008년 시작되어 수년 동안 갈등을 이어온 밀양 송전탑 사건을 많은 이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송전탑 건설 과정에 두 명의 어르신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엔 송전탑이 지날 예정인 충남 공주 지역의 반대 대책위가 결성되었다. 송전탑 반대 물결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 공장을 위한 송전탑 건설은 밀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단순히 보상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송전탑 건설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12월29일 송전탑 통과 예정지 중 하나인 공주시 대책위가 결성되었다.공주 대책위

또 만약 송전탑을 세울 수 없다면 전기가 용인까지 올 수 없다. 공장을 다 완공할 수는 있지만,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기와 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안에 추진 중인 4.5GW 용량의 LNG 열 병합발전시설을 16GW로 확대할 수도 없다. LNG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고, RE100에도 걸림돌이 된다. 그렇다고 용인에 10기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수도 없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전기와 물이 풍부한 곳으로 가면 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엔 안정된 전기가 필요하다. 남쪽엔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만 풍부한 것이 아니다.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있다. 또한 앞으로 LNG 복합발전소로 전환될 계획인 하동화력발전소와 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 등도 있다.

전남 영광에 핵발전소가 있고, 경남 하동과 삼천포에 LNG로 전환 예정인 화력발전소가 있다. 송전탑 건설이 불가능한 용인 수도권보다는 훨씬 나은 조건이다.최병성

용인정을 지역구로 둔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염분 때문에 남쪽에 반도체공장을 지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TSMC와 NXP의 합작사인 SSMC를 비롯해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마이크론(Micron) 등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이 싱가포르의 해변가에 밀집해 있다.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허브인 페낭은 섬과 인접 해안 지역으로, 인텔(Intel), 마이크론(Micron)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해안가 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많은 글로벌 반도체 공장들이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구글지도

반도체 공정은 공기 중의 미세한 오염물질조차 허용하지 않는 클린룸 내부에서 이뤄진다. 외부의 염분이나 습도는 정밀한 항온항습 설비를 통해 완벽히 차단·제어된다. 반도체 공장입지는 염분이 아니라 풍부한 공업용수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아직 토지 보상 협의 단계에 불과하다. 산을 깎아내는 공사만도 오랜 기간 필요하다. 현재 용인 삼성전자 공장은 2028년 말에야 1기 팹을 착공하여 2030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가 풍부한 남쪽 지역은 깎아야 할 산이 없는 평지다. 바로 공장 건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고, 수도권에 비해 토지 보상비도 저렴하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산을 깎는 오랜 공사 시간이 필요 없이, 바로 공장 건립이 가능한 곳이 많다. 용인을 고집하지 않으면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최병성

산을 깎지 않으면 공장 건립이 바로 가능하여 공기가 단축됨을 삼성전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최근 평택에 들어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논과 밭이 위치한 평지였다. 산을 깎는 공사가 없었음에도 2015년 시작한 평택공장의 팹 완성(4기 팹 2027년 4월 완공 목표)까지 10년 이상이 필요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용인을 고집하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논과 밭의 평지임에도 공사에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카카오맵

기업이 결정할 일이다?

많은 이들이 반도체 공장 건설은 국가 개입이 아니라, 기업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다. 맞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될 전기 공급과 용수와 기반시설 등을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가 수도권에서 먼 곳으로 내려가지 않는 것은 일부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잘못된 국가 개발 정책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인재가 내려갈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균형 개발과 지원을 지금부터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역할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과거에 (경기지사 시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할 때 저도 열심히 뛰어다녀서 경기도로 해놓고,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내가 왜 그랬지' 이런 생각이 든다" 라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용인의 반도체 공장 건립은 잘못 끼운 단추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과 지역 균형 발전,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전제하에 올바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전국토를 송전탑이 휘감고 있다. 전국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만든 잘못된 국토 난개발의 결과물이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공장을 다 지어 놓고도 가동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기 전에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지금도 온 나라가 송전탑으로 둘둘 휘감겨 있다. 작은 국토를 얼마나 더 송전탑으로 휘감아야 할까?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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