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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청문회 무산, 조선일보 “지명 철회가 순리” vs 한겨레 “청문회 열려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 “편집과 경영의 분리, ‘한겨레답게’ 살기 위한 마지노선”

경향 “행정통합, 속도에 묻힌 소통” 일부 미확인 정보 유포되기도…광주일보 “지역 요구 반영돼야”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6.01.20 07:41

  • 수정 2026.01.20 08:09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중단됐고 이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 ‘아빠 찬스’ 의혹, 보좌진에 대한 갑질과 막말 의혹 등 ‘1일 1의혹’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청와대가 이 후보자를 지명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남 음주운전 기사’를 쓴 언론사들이 현대차 요구에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기자들 몰래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언론계에 큰 파장이 일었는데 한겨레가 자사 칼럼을 통해 이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을 실었다. 해당 칼럼에서는 “편집과 경영의 분리는 한겨레가 ‘한겨레답게’ 살아남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천명한 한겨레의 숙명이자 삶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행정통합에 대해 비판이 커지는 현상을 경향신문이 비중있게 다뤘다. 이 신문은 1면 톱기사 <속도에 묻힌 소통…행정통합 ‘파열음’>이란 기사에서 대전·충남 통합 반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 20일자 한겨레 만평

조선 “지명 철회가 순리” 한겨레 “국회 검증 다해야”

지난 19일 예정됐던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부로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장이 아니라 수사기관 피의자 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이라며 “범법 행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전면 거부한다”고 했다. 청문회 당일에도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고 임이자 위원장은 청문회 개최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채 “여야 간사가 협의해달라”며 정회를 선언했지만 여야 간사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겨레는 청문회를 거부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20일 사설에서 “이유가 무엇이든 청문회를 아예 열지 않는 것은 국회에 부여된 공직자 검증 의무와 국민의 알권리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수사나 받으라’며 공직자 검증을 수사기관에 떠넘긴다면, 국회 스스로 부차적 검증기관으로 권위가 위상을 추락시키는 꼴”이라고 한 뒤 “더구나 앞장서서 이 후보자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해온 국민의힘이 정작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다 열거하기 어렵다. 장남이 혼인신고를 미루고 부양가족을 늘려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부정 청약해 당첨됐다는 의혹, 배우자가 인천국제공항 개항 1년 전 영종도 일대 토지를 매입해 2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 장남이 쓴 박사논문에 해당 분야 전문가인 아버지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아빠 찬스’ 의혹, 보좌진에 대한 갑질과 막말 의혹 등이다.

한겨레는 “이 후보자도 어물쩍 청문회를 넘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이 후보자는 아직까지 명쾌하게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자신이 통합과 포용이라는 발탁 취지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췄는지 철저히 되돌아보기 바란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엄정한 판단을 위해서도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일자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는 청와대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 지명만으로 탕평 인사를 했다는 명분이 서고 낙마하더라도 ‘보수 진영의 부도덕성이 드러났다’고 하면 된다고 한다”며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만약 전 정권에서 이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했으면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취했겠나”라며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이혜훈, 의혹 해소는커녕 자료 제출 부실이라니>에서 야당과 이 후보자를 모두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열거한 뒤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전력이 드러나 청와대가 내세운 통합이나 실용의 명분은 빛이 바랜 지 오래”라며 “이런 식이면 장관 자격도, 야당 자격도 없다”고 했다. 이어 “불거진 온갖 의혹에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국민의 인내심을 언제까지 시험할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후보자 청문회가 중단된 일을 두고 다수 신문에서 청문회 ‘파행’이란 말을 쓰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제목을 <파행 겪는 ‘이혜훈 청문회’, 국회 검증 역할 다해야>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청문회도 파행 이혜훈, 지명 철회가 순리다>라고 했다. 영남일보 사설도 <파행의 이혜훈 인사청문회…자진 사퇴가 답이다>였다.

‘파행’은 ‘절뚝거리며 걷는 상태(절름발이)’를 가리키는 말로 장애를 비하하는 차별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차별표현이라는 지적을 차치하더라도 ‘파행’이란 비유를 쓰려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정상적이진 않지만 청문회가 더디게 진행이라도 됐어야 쓸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이 후보자 청문회는 절뚝거리며 나아간 것이 아니라 아예 열리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파행’이란 비유가 들어맞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겨레 칼럼에서 한겨레 비판

이종규 한겨레 저널리즘 책무실장은 이번 ‘현대차 장남 음주운전 기사 수정’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유사 사례 전수조사를 맡았다. 조사 방식과 기간, 주체는 저널리즘책무실에서 한겨레 노조와 협의해 진행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실장이 20일 한겨레 칼럼 <먹고사니즘과 저널리즘>에서 지난 13일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한겨레에 쓴 칼럼 중 “한겨레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는 울타리에 구멍이 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진단이 뼈아프게 다가온다”고 썼다.

▲ 20일자 한겨레 칼럼

이 실장은 한겨레가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중요한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4대 재벌그룹의 광고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딜레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실장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겨레 내부엔 늘 편집과 경영 사이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며 “혼탁한 미디어 시장에 한겨레 조직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방증으로 보는 평가도 있지만 매출 실적 부담 등으로 인해 긴장관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는 점도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한겨레의 정체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편집과 경영의 분리는 한겨레가 ‘한겨레답게’ 살아남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천명한 한겨레의 숙명이자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 현대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경향 “행정통합, 속도에 묻힌 소통”

경향신문은 이날 1면과 5면에 걸쳐 최근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행정통합의 이면을 다뤘다. 보도를 보면, 지난 19일 광주시와 전남도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합동 공청회를 열었는데 영암군에선 360석 좌석에 500여명이 참석해 행정통합으로 인해 농어촌이 소외되고 인구와 인프라가 광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통합 절차와 소통 방식에 대해 비판하며 “속도전 보다는 주민투표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물어야 한다”(주민 손모씨)는 의견도 전했다.

같은날 광주시에서도 300석 규모에 420명이 사전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반대하는 분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김호성 동구주민자치협의회장), “실질적으로 주민투표나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은 제한적인 상황”(지산2동 주민 박영호씨)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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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불명확한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전 시민 90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에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대전교육청이 모두 사라진다”, “대전시청이 내포로 이전된다”, “행정·의회·사법·교육 등 모든 본청 기능이 내포에 집중된다” 등 미확인 정보가 퍼지고 있었다.

지역언론에서도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광주일보는 20일 사설 <‘슈퍼 지자체’ 광주전남 통합…과제도 산적>에서 “행정통합이 속도전 속에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지역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지원 약속을 특별법에 구체적으로 담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특별법에 기간과 규모를 명시해야 한다”며 “승부를 가르는 디테일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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