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겠지만, 2014년 4월의 날들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겐 특별한 경험과 함께였다.
그해 4월 1일, 아내 배 속에 생명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봄의 따스함과 초록이 넘실대던 때라, '봄이'라는 태명을 지었다. 보름 뒤, 4대강 관련 취재를 위해 경기도 여주를 찾았다. 오전에 여객선 침몰 사고 뉴스를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는데,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도했다. 취재를 마친 늦은 오후 참사가 발생했음을 깨달았다.
며칠 뒤 나는 진도 팽목항에 있었다.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향해 아이가 살아 돌아오기를 빌고 또 빌었다. 바다는 야속했고, 사망자 명단은 늘어만 갔다. 나중엔 아이의 흔적이라도 발견되길 바랐다. 진도 팽목항과 유가족들이 지냈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내가 느낀 건 압도적인 슬픔과 절망이었다.
어쩌면 시간은 기억보다 세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는 내 마음에서 조금씩 잊혔다. 5주기, 8주기, 10주기, 11주기... 매년 4월이 돌아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노란 리본과 나비가 피어올랐지만, 눈길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언젠가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선전전을 지나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아이는 지난주부터 세월호 기억 주간에 시민합창단의 일원으로 노래를 부른다면서, 긴장하면서도 들뜬 모습을 보였다. 아이를 포함한 성미산학교 중등 학생들은 지난주 토요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진행한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고, 나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기자가 아닌 참가자로 세월호 행사에 참여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학생들은 15일 성미산마을 기억문화제에서도 노래를 불렀고,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기억식 무대에서 학생들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군청_푸른빛 약속' 노래를 4.16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생중계 화면으로 아이를 포함해 우리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그날 밤, 아이에게 어땠는지 물었다. 아이는 합창하기 직전 무대에서 4.16 합창단의 유가족들에게 노란 나비를 건넸을 때 뭉클함을 느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8개월 뒤인 2014년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마음속에 노란 나비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8학년 태경은 내게 말했다.
"2년 전 10주기 기억식에도 갔는데, 그때는 대통령 자리가 비어 있어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오시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합창하니까 뿌듯했어요. 합창할 때 유가족들을 보니 좀 슬펐는데, 그래도 저희 노래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옆에 있던 6학년 아인과 8학년 다온도 거들었다.
"사람들이 세월호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예요."
어쩌면 내가 틀린 것 같다. 기억은 시간보다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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