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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과 대화하고 싶었을 뿐인데...죽은 이에게 쏟아진 모욕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우리는 '노동'을 되찾을 수 있을까

26.04.28 06:44최종 업데이트 26.04.28 06:44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살인기업 CU(BGF리테일) 규탄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앞에서 열렸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앞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교섭을 욕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중 대체차량의 출차 강행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치여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교섭을 거부한 BGF리테일과 강제 해산과 대체차량 투입을 지원한 경찰을 규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권우성

경남 진주의 CU 물류센터 앞에서 한 화물 운송 노동자가 죽었다. 어느 죽음이라고 그렇지 않겠냐만, 이 죽음은 참 서럽다. 며칠째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 죽음에는 애도와 추모보다는 조롱과 욕설이 따라붙는다. 도대체 무엇이 죽음마저 조롱하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나는 당신 회사에서 일하는데, 당신은 왜 내 사장이 아닌가?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는 BGF리테일이다. BGF리테일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건 자회사인 BGF로직스다. BGF로직스는 각 지역의 물류 운송사와 하청 계약을 하고, 각 지역의 물류 운송사는 또 다른 하청 운송사와 다시 재하청 계약을 맺는다. 하청 운송사들은 화물 노동자들과 다시 하청 계약을 맺는다. 몇 단계인지를 헤아리다가 손가락이 부족해질 것 같을 정도의 단계를 거쳐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CU 로고가 새겨진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의 CU 편의점에 CU 로고가 박힌 물건들을 운송한다.

몇 단계의 하청 구조를 거치면서 화물 노동자들의 환경은 지독히도 열악해진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물건을 파는 편의점을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물건을 옮긴다. 하루 중 배송을 하는데 6~7시간, 물건을 싣고 내리는데 또 5~6시간, 또 물건을 기다리는 대기시간까지 하면 CU 편의점에 물건을 나르는 운송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13시간을 일한다.

그렇게 하루 12~13시간, 주 6일을 일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하루에 10만 원 남짓이다. 그중에 기름값(이 고유가 시대에!) 빼고, 엔진오일, 타이어 갈고 (이들은 한 달에 6000킬로미터 이상을 운행한다!)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월 250만 원 정도다.

일을 이렇게까지 하다 보니 몸이 아파서, 혹은 집안에 경조사가 있어서, 부모님 제사가 있어서, 아니면 그저 쉬고 싶어서 하루를 쉬려면 '대차비'라는 것을 내야 한다. 대차비는 '네가 쉬어서 다른 사람을 써야 하니까, 그 돈은 네가 내'라는 의미다. 그렇게 하루쯤 어쩔 수 없는 날이 있어서 대차비를 낸 날이 있는 달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게 된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센터 입구에서 집회 중 2.5t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중상·경상 각 1명)이 다쳤다.연합뉴스

CU의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그래서 '교섭'을 요구했다(노란봉투법 때문에 이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이 있기 전부터 늘 줄기차게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해 왔다). 이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이들의 노동환경과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이들의 노동을 통해 실제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우리 회사', BGF로직스와 BGF리테일에게. 그러나 BGF는 그 교섭을 거절했다.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이 시작됐고,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의 사전적 의미란 노동력의 제공을 멈춰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는 일이다. 헌법으로 보장된 일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회사가 '응 너 말고 다른 사람 쓰면 됨'이라고 하면 법이 보장한 파업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법에는 '대체인력 사용은 금지한다'는 조항도 만들었다. 대체인력을 사용하면 부당노동행위다. 물론 대체로 대부분의 기업은 파업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대체인력을 사용하려고 한다. 단체행동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그래서 대체인력을 가로막는데 파업 동력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다. 노동자들이 다단계 하청 구조 때문에 악화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 실질적인 지배력과 사용자성을 지닌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고, 원청이 거부했고,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

슬프고 안타깝고, 또 분노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유구한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상할 정도로 서글픈 것은 그 죽음에 따르는 말들이다.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글에도 달릴지 모를) 악플 중엔 별로 서글프지 않은 것들도 있다. 천박하고 상스러운 욕설로 고인을 욕하거나, 화물연대나, 민주노총이나, 종북 빨갱이나, 현 정부를 욕하는 사람들의 말은 별로 서글프지 않다. 정말 아프고 서러운 건 이런 말들이다.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CU 보고 망하라는 것이냐"라든가 "근로조건이 좋지 않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면 되지, 누가 화물 운송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라거나 "CU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편의점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비용 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 같은 것들. 이런 말들이 서글픈 이유는 이런 말들이 찌르는 곳이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체인력 투입을 하지 않으면 대기업이 망한다고 걱정하느라 (아마도 노동자일) 자기 자신의 권리를 제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운운하면서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말은 (아마도 노동자일) 자기가 하는 일, 노동을 자기 삶의 역능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적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말은 (아마도 노동자일) 자기 존재를 스스로 비용으로만 치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입구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이날 집회 중 차 사고로 숨진 A 조합원의 영정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교과서에선 노동의 의미를 생계유지의 기반이자, 자아실현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배웠다. '생산'이라는 것은 그대로 자연과의 관계 맺기, 자기 역능의 발견,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치 확인이다. 보고 만질 수 있는 모든 물질, 존재하는 모든 것이 노동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사실 노동은 삶의 근본이고 기초다. 모든 존재는 노동한다.

우리는 그런 노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진 않을까. 그래서 일을 하겠다고, 생계유지를 위해 정당한 임금을 받겠다고, 삶의 행복을 위해 휴식할 시간을 보장받겠다고, 그것을 결정하고 논의할 수 있는 '진짜 사장'과 대화하겠다고 나섰다 죽은 이를 모욕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왜 노동을, 그러니까 우리 삶 그 자체를 이토록 폄훼하게 되었을까.

교과서 같은 말을 했지만, 기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본래적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일한다. '삶의 역능'이라니. 배부른 소리라고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 고통스러운 '일'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구직난, 해고, AI 대체 같은 말이 너무나 익숙하다. 이윤추구가 절대의 가치인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체제, 삶의 순위를 경제적 순위로만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 그걸 부추기는 미디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거대한 자본. 자본주의의 역사는 결국 노동과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는 교과서 밖에서는 노동의 가치니 의미니 하는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가 노동을 폄훼하게 된 것은, 일을 해서 삶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일에서 도망가기 위해 주식이나 코인을 하라고 부추기게 된 것은, 그저 돈을 버는 것만이 삶의 지고한 가치라고 오해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을까. 인간을, 생명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소외시키는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 노동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우린 '이렇게 살면 다 죽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만들었다. 적어도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하지 않을 어떤 '선'(善일 수도, 線일 수도)을 만들자고. 그게 '공공'이다. 함께 쓰는 것들, 함께 존재하는 것들, 나눠 쓰고 같이 쓰는 것들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법과 질서, 의료와 교육 같은 것들.

정부와 공공영역은 그 '선'을 지키고 제시한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적 인식을 제시한다. 그 '선'에는 노동의 가치도 포함된다. 노동의 본의를 가르치고, 제시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손보고 다듬는 것이 공공의 선이다.

공공영역이 노동의 '선'을 만드는 역할엔 제도적, 법적 역할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보다 앞서 '사용자'로서의 역할이 우선된다. '우리 사회의 사용자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범 사용자'로서의 역할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기업엔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진짜 사장은 자치단체장이거나 공공기관장이다. 거리를 청소하는 생활폐기물 수집 노동자, 학교 급식실의 조리 노동자, 학교의 특수교사나 실무사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공공영역은 '모범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수집은 대부분 '민간 위탁'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새벽 출근을 강요받고, 적정임금을 받지 못한다. 지난 2019년부터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에 따라 청소 노동자들의 주간 근무가 원칙으로 제정됐지만 민간 위탁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지자체장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폐암 산재 사망 학교급식노동자 추모 및 교육부 학교급식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폐암 산재로 사망한 학교급식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이정민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들은 집단으로 폐질환, 폐암을 앓고 있다. 뜨거운 기름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때문이다. 한정된 인원이 무거운 식자재를 옮기고, 다듬느라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폐암으로 사망한 급식 노동자가 16명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율은 41%에 불과하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교육부'다. 모범사용자로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

공공부문이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단지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나아진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노동에 대한 가치와 기준의 '선'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진짜 사장'으로서 교섭에 임하고 다단계 하청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다면, CU의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부품이나 비용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우리의 노동을 소중한 것이라고 말해준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노동을 폄훼하지도, 그 소중함을 지키려다 죽은 이를 조롱하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노동을 어쩌면 되찾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에서 우리는 많은 기준과 가치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난 공공 영역의 대표자로서 우리 사회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그리고 아마 그건 '진짜 사장'으로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약속하는 사람일 것 같다.

#CU #노동 #공공부문 #지자체선거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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