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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가 한국에 '군수정비' 맡기려는 진짜 이유

[강명구의 뉴욕 직설] 권역 지속지원허브 협상에서 한국이 관철해야 할 두 원칙

26.05.12 06:57최종 업데이트 26.05.12 06:57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 참석해 장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이전 글 "일본은 올라가고 한국은 후위로? 미국의 위험한 속내"(https://omn.kr/2hy8h)에서 미국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후방 군수기지로 활용하려는 흐름을 짚었다. 혹자는 이를 전략 구상 단계의 추상적 얘기 정도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 이 흐름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2026 국방수권법 제343조가 미 공군의 인도-태평양 다국적 훈련에 동맹국과의 정비 협력을 명문화했다. 미 의회는 5~6월에 각 군으로부터 동맹국 군수정비 외주화 관련 보고서를 받아 내년 국방수권법에 추가 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흐름은 한국에 양날의 검이다. 한미동맹 및 방산협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회의 측면이 있는데 보수 언론은 주로 이 면만을 부각해 왔다. 그러나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다. 전시작전권을 돌려받더라도 한국은 사실상 미일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안으로 더 깊이 끌려 들어가게 된다.

한국이 이 흐름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외주화를 누가 왜 밀고 있는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그 메커니즘과 한국의 협상 카드를 함께 따질 때 비로소 협상 조건이 만들어진다. 답은 두 요인이 맞물려 있다. 미국 자국 정비 능력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그 한계를 지역구 이익으로 전환해 내는 미 의회 의원들의 정치적 동기다.

미 회계감사원은 미 공군 전투기의 임무 가능률이 수년째 군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미 해군 함정 정비도 부품 부족과 인력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일시적 위기가 아니다. 정비 시설의 노후화, 숙련 인력의 고령화, 부품 공급망의 중국 의존이 누적된 구조적 한계다.

이 한계를 미국이 자국 능력 강화로 해결하는 것은 상당 기간 어렵다. 미 육군이 2024년에 시작한 유기적 산업기반 현대화 계획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에 걸친 단계적 일정을 잡고 있다. 자국 군수정비창의 시설 확장과 인력 충원에는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미군 작전 능력은 동맹국 산업기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외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이 한국이다. 한국은 1978년부터 미군 핵심 자산을 대규모로 정비해 온 시설들을 갖췄고, 그 시설들이 미군의 전투기·수송기·회전익기·해군 보조함 등 핵심 자산군 거의 전부와 맞물린다. 미군 항공기와 함정 정비를 동시에 의탁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같은 협력국으로 일본도 지목되지만 결이 다르다. 미 공군은 가데나 기지에 자체 현지 정비 시설을 두고 미 군용기 등을 정비해 왔으나, 이는 미 공군이 직접 운영하는 거점이지 일본 산업의 외주화 거점이 아니다. 일본의 방산 산업은 자위대 중심으로 발달해 미군 자산 외주화의 산업 거점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호주도 후보로 오르지만 일상적인 미군 자산 정비를 동시에 떠맡을 시설과 자본력은 한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외주화는 누가 주도하는가

지역구에 미군 군수정비창이 있는 의원들이 외주화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일견 모순으로 보인다. 군수정비 외주화는 자국 정비창의 일감을 동맹국으로 빼내는 일 아닌가. 답은 외주화가 자국 정비창의 위협이 아니라 보완재라는 데 있다. 미국 연방법 제10편 2466조는 정비 작업의 절반 이상을 자국 정부 시설에서 수행하도록 의무화한다. 외주화는 나머지 절반에 한정한다.

더 결정적인 사실은 외주화된 정비 작업의 부품 대부분이 미국 본토에서 만들어져 동맹국으로 보내진다는 사실이다. F-35 한 기종만 보더라도 부품 공급업체의 9할 이상이 미국 본토에 있다. 한국에서 정비가 늘어나면 그 부품을 생산하는 미국 본토 시설의 매출이 함께 늘어난다. 그리고 그 시설들은 미 군수정비창 지역구와 인근 산업기반에 흩어져 있다.

즉, 외주화는 자국 정비창의 일감을 줄이지 않고 부품 매출이라는 새로운 수입원을 더한다. 록히드 마틴, 보잉 등 군수업체들도 주 계약자로서 한국 정비 컨소시엄에 부품을 공급하며 마진을 키운다.

4월 5일(현지시간) 미 중앙사령부 관할 구역에서 진행된 ‘에픽 퓨리’ 작전 도중 미 공군 KC-135 스트라토탱커 항공기가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 흐름을 의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 유타주 1구의 블레이크 무어 의원이다. 그의 지역구에는 미 공군 3대 군수정비 거점 중 하나인 힐 공군기지의 오그덴 군수정비단과 미 육군 투엘 군수정비창이 있다. 유타주 최대 단일 고용주가 그의 지역구에 있는 셈이다. 그는 2021년 출범한 미 하원 군수기지 의원모임의 공동의장이자 공군 의원모임의 공동의장이기도 하다.

그가 2025년 7월에 발의한 법안이 '전방 항공 군수 거점법(FALCON Act, H.R. 4812)'이다. 발의 당시 법안은 한국과 호주 두 나라에 한정해 미 공군 항공기의 현지 정비 거점을 두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이 2025년 12월 2026 국방수권법 제343조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협력국이 호주·캐나다·일본·뉴질랜드·한국·영국 6개국으로 확장됐고, 공군 장관이 추가 협력국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됐다.

흥미로운 점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버전 2026 국방수권법 초안에는 외주화 협력 대상국 명시 조항이 없었다. 한국·호주를 협력국으로 명시한 입법은 전적으로 연방정부 예산을 다루는 하원에서 출발했다. 자국 군수정비창 지역구 의원들이 주도해서 만든 하원 입법이 양원 합의 과정에서 미 의회 전체의 외주화 입법으로 격상된 것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어디로 흐르는가

이 외주화 입법은 한국 측 자금 구조와도 직결된다. 한국이 매년 미국에 내는 방위비 분담금이 권역 지속지원허브 전략에 따라 추가 미군 자산의 정비·수리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담금 일부가 미군 자산의 정비·수리에 쓰여 온 것은 1991년 분담협정 시작 이래의 오래된 구조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분담금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군사 시설, 탄약이나 정비, 수송 등의 군수 지원'에 투입되어 왔다. 한국 시민사회는 이 사용처가 미군의 역외자산에 쓰이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왔고, 그 노력이 2024년 체결된 12차 분담협정에서 '역외자산 정비 지원 폐지'로 명시됐다.

그러나 협정에는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다. 12차 분담협정은 사용처를 '한반도 주둔 자산'으로 한정했지만, '어떤 자산이 한반도 주둔 자산인가'를 누가 판단하는지는 협정에 적혀 있지 않다. 분담금이 미국 측에 일단 넘어가면 그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권한은 사실상 미국이 쥔다. 외교부가 '제도 개선 성과'로 내세운 항목들도 모두 협의권과 사후 점검권의 강화일 뿐 결정권은 아니다.

권역 지속지원허브의 공식 정의는 '동맹국 영토에 미군 자산을 보내 정비받게 한 후 다시 작전지로 돌려보내는 권역 단위 정비 거점'이다. 정의 자체가 한반도 밖에 모항을 둔 미군 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와 정비받는 흐름을 전제로 한다. 그 자산이 한반도에 잠시 와 있을 동안에 그것을 '한반도 주둔 자산'으로 분류할지 '역외 자산'으로 분류할지가 협정 집행의 갈림길이 된다.

역외 미군 자산이 한국에 들어와 정비 받을 때 그 자산을 '한반도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한반도 주둔 자산으로 분류하면 한국 분담금 군수 지원이 그 정비에 사용되는 통로가 열린다. 시민사회가 어렵게 얻어낸 '역외자산 정비 지원 폐지'가 이 통로로 비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한반도 밖 미군 장비까지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정비해 미군에게 되돌려 주는 구조다.

이 위험을 한층 구체화하는 흐름이 전방 항공 군수 거점법(FALCON)의 입법 구조다. 한국에 들어설 거점에서 정비 받게 될 미 공군 항공기는 한반도 주둔 자산만이 아니다. 일본·괌·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전역에 흩어진 미 공군 자산도 그 정비 흐름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거점이 어디에 있든, 거점에 들어오는 자산이 한반도 주둔 자산이냐 역외 자산이냐가 그 정비 비용을 한국 분담금에서 댈지 미 의회 예산에서 댈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자금 출처와 자산 분류의 이원화가 명문화되어야 한다. 한미 양국이 2023년 11월 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래 지속해 온 권역 지속지원허브 협상이 그 자리다. 이 분리는 단순히 국민의 세금 보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권역 지속지원허브에서 한국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주 계약자인 미국 군수업체의 하청 위치에서 일하게 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그 하청 구조의 자금원이 되면 한국 시민의 세금이 한국 기업의 하청 종속을 굳히는 자금으로 쓰이는 셈이 된다.

사정할 쪽은 미국이다

한미 공군은 4월 10일부터 24일까지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26-1차 프리덤 플래그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공군

미국이 군수정비를 한국에 외주화하려는 흐름은 자국 정비 능력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지역구에 군수정비창을 둔 미 의원들이 폭증하는 군수정비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이 흐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이 한국에 시혜를 베푸는 구조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거나 동맹국으로서 매달려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의 자산 분류 권한이 미국 손에 있는 한, 분담금이 한반도 밖 미군 자산의 정비 자금으로 전용될 우려는 상존한다. 미국이 한국 내 군수기지와 시설을 확충해 갈수록 이러한 우회 자금 통로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 이 통로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2023년 이래 한미 양국이 이어 온 권역 지속지원허브 협상에서 한국이 관철해야 할 두 가지 원칙은 이미 분명하다. 주한미군 자산이 아닌 추가 미군 자산의 정비와 수리는 반드시 미 의회 예산에서 지불·집행되어야 하고, '한반도에 잠시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반도 주둔 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자산 분류 원칙이 향후 한미 간 모든 합의에 명시되어야 한다.

'역외자산 정비 지원 폐지'는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목소리를 내어 관철해 낸 원칙이다. 향후 한미 협상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는지 시민사회가 매의 눈으로 주시해야 한다. 물론 후방 군수기지화 자체에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더 커져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군수정비 외주국 자리에 갇혀 있는 한, 기술 이전·공동 개발·시장 접근으로 확장되는 한미 방산 협력의 다음 단계는 열리지 않는다. 사정할 쪽은 끝까지 미국이다.

#방위비분담금 #권역지속지원허브 #한미방산협력 #실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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