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전문성을 요하는 일을 일정을 정해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나를 잠 못 들게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인도·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속도조절론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한국군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조 속에 완전히 편입하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전작권 문제와 더불어 ‘다영역 태스크포스(MDTF)’ 배치와 한국의 ‘권역 지속지원 거점(Regional Sustainment Hub)’ 역할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는 분리된 사안이 아니다. 한국군을 인도·태평양 전구 전체를 포괄하는 미국의 다영역 전쟁체계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통합 전략이다.
주목할 점은 이 구상이 지난 4월 말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발표한 ‘한미 연합 다영역 태스크포스 구성 계획’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민간의 아이디어가 주한미군 지휘부의 전략으로 구체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다영역 태스크포스’는 공중·해상·지상·우주·사이버를 통합한 네트워크형 전쟁체계다. 문제는 이 체계의 핵심 인프라인 우주자산, 전략정보, 데이터 링크, AI 기반 표적화 시스템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이 이 체계에 편입될수록 외형상 독립 지휘체계를 갖추더라도 실질적인 작전 통제는 미국 시스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브런슨 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에서 “조건이 우선한다”고 강조한 본질도 여기에 있다. 이는 한국군의 군사적 준비 부족이 아니라, 미국의 다영역 통합전 체계에 한국군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편입·연동되느냐의 문제다.
최근 애틀랜틱 카운슬의 전략보고서는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를 넘어 제1도련선 전체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일본·필리핀을 ‘전략적 삼각지대’로 묶어 공동 다영역 전력과 장거리 화력망을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한국군을 한반도내 임무에 묶어두지 않고,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군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대만 유사시나 동·남중국해 분쟁에 한국군을 동원하려는 포석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현대의 억제력은 참호만큼이나 공장 생산 현장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통해 장기전 수행을 위한 보급망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동맹국의 산업기반을 미국 중심의 전쟁경제 체계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 구상에서 탄약, 미사일, 함정, 드론을 공급하고 정비하는 ‘권역 군수허브’ 역할을 요구받는다. 브런슨 사령관이 한국의 ‘권역 지속지원 거점’ 역할을 공론화한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전작권 반환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이 전략 정보와 타격망을 장악한 상태에서 작전 통제권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작권 전환이 지연되거나, 형식적 반환이 이루어지더라도 실질 통제권은 미국 중심 체계가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가 될 우려가 크다.
브런슨 사령관이 제시한 구상은 단순히 부대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의 존재 목적, 한미동맹의 성격, 한국 산업의 전략적 방향, 나아가 대중국 관계와 한반도 평화 전반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가 설계한 전략이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을 통해 한국의 국가안보 전반을 뒤흔드는 현실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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