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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한 이대남 국힘 당원, 왜 진보정당으로 갔나

만27살 Y씨는 한때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 챗GPT

"저는 윤석열을 지지한 국민의힘 당원이었습니다."

귀가 번쩍 트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리던 때, 이런저런 인연으로 참석한 어떤 진보정당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만난 한 청년. 자신을 '과거' 국민의힘 당원이자, '현' 진보정당 당원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면 진보정당과 가장 먼 거리에 있을 것 같은 이 시절에, 순간이동 같은 이 변신에 얽힌 사연은 무엇일까? 전향일까, 아니면 일관된 어떤 원칙과 철학에 따른 결과일까? 수많은 여론조사는 20대 남성의 극우화 추세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세대론으로 퉁칠 수 없는 다양성과 이질성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를 통해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단면을 엿볼 수도 있겠다.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24일, 드디어 그를 만났다.

"생애 첫 정당은 시장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편의상 그를 Y라 부르자. 그는 서울 유명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졸업도 하기 전에 금융업에 취직했다. 나이는 올해 만 27세. 동기들이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들 나이니, 나름 성공한 사회 진출이다. Y가 별난 20대 남성인지, 아니면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표본인지를 추측하려면 삶의 궤적을 슬쩍 들여다봐야 한다.

Y의 어린 시절은 여느 386세대 가정과 유사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부모님(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보수정당 지지자가 되었다고 한다-기자 말) 손을 잡고 촛불시위에 간 경험이 있고,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상향식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게 싹텄다.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정치에 관심이 생겼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구체적인 색이 입혀졌다.

"중학교까지는 또래 친구들도 정치색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일베에서 쓰는 말들이 일상으로 쓰였는데, 꼭 무슨 의도가 있다기보다 일상생활에 녹아 있는 말들이었어요. 부정적인 의미로 '너네 아빠 문○○ 같아', '너네 엄마 추○○냐?' 이런 말을 사용하고.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까 대부분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생각을 하게 되죠."

Y는 고등학교 때 법과 정치, 경제 과목을 들으면서 정치에 참여해 민주주의 성장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생일이 지나 법적인 성인 자격을 획득하자마자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후신으로 2017년 2월 14일부터 2020년 2월 18일까지 존속했으며 후에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보수정당-기자 말)에 입당했다.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에 자유한국당 입당이라니. 그러나 Y에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에 대해선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버려졌다고 생각해서 측은지심이 더 컸다. Y는 시장경제, 공정한 경쟁, 자유라는 가치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고, 자유한국당은 이런 가치를 가장 분명하게 추구하는 정당이었다.

2021년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현실 정치에 대한 Y의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2021년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있었던 해였어요. 선거에 나온 여당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을 보면서, '이거 너무 현실성 없고 무능한 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저런 사람을 내세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반면에 오세훈 후보는 서사가 있잖아요? 과거의 영웅이 움츠려 있다가 다시 등장한 느낌? 나름 보수정당에서 꾸준하게 개혁을 외치고 있었던 이준석도 (오세훈 후보를) 지원하고 있었고. 돌아보면 이때부터 보수정당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크게 높아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보수정당에 대한 Y의 지지는 더 굳건해졌다. 당연히 윤석열도 적극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던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나오는 영웅 서사가 그럴듯해 보였다. 물론 윤석열은 정치 초보지만, 무능한 문재인 정부에 비하면 최소한 현실을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겠다 싶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비상계엄

지난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의 모습.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였으나 경찰 등이 막아섰다. ⓒ 권우성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은 Y나 주위 또래에게 특별한 존재다. 그의 주장과 가치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어떤 변화의 욕구, 혁신과 개혁의 바람을 추상적으로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이후 윤석열에게 팽 당하자, 보수정당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탈당하지 않았던 이유? 이준석도 버티고 있는데 뭐.

이준석이 점차 당권을 잃고 밀려나면서 Y의 고민도 커졌다. 대학에서 동아리를 함께 하는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기처럼 경제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보수적이었지만,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진보적이었다. 자기 이야기를 쭉 풀어놓으면 허점이나 모순되는 점을 말해줬고, Y는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Y는 대한민국 20대가 '경제적' 입장에서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진보라고 단언한다.

"20대가 보수화되었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제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요. 지금 이대로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고요. 이렇게 변화를 갈망하는데, 그럼 다들 진보 아닌가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Y는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사회적 진보'로, 현재를 고수하려는 움직임을 '사회적 보수'로 분류했다. 그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20대 남성은 아주 진보적이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성 정당은 사회적 보수다. 그런 보수는 민주당에도, 국민의힘에도 있다.

이준석의 탈당 이후 회의가 들었지만, Y는 국민의힘에 계속 남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탈당 절차가 너무나도 귀찮았다. 입당은 간편한데 탈당하려면 탈당원을 출력해서 자필 사인을 하고 팩스로 다시 보내야 했다. 이준석이 창당한 개혁신당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었지만,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당을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불통'이었다. 자기 신념을 아무리 확신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엄청난 편향이 생기기 마련이다. 윤석열은 점점 더 고집스럽고, 편향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되어 갔다. 그러다 결국 2024년 12월 3일의 밤이 왔고, Y는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하며 탈당계를 냈다.

"더 이상 도저히 참지 못하겠더라고요. 조기 대선이요? 이준석을 지지했죠. 이재명은 복지 지출로 나라 곳간을 거덜 낼 것 같았고, 김문수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고. 이준석은 어차피 (당선이) 안될 줄 알았지만, 소수정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생각이 컸어요. 거대 양당 모두 문제가 많으니까, 제3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서 (두 정당에) 이런 불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준석과 진보정당 사이

지난 2025년 5월 29일,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유세장을 향하며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Y는 20대 청년의 이준석 지지를, 과거 안철수에 대한 지지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사회학 쪽에서는 이걸 '안철수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철수의 실체가 무엇이냐와 전혀 무관하게, 현실의 불만과 변화의 열망, 욕구를 안철수라는 대상에게 투영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준석에 대한 20대의 엄청난 지지 역시 어떤 방향으로든 현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투영되어 있다.

Y는 주위에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으로 이준석에게 표를 준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의 말이나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준석에게 표를 줘서 지금의 거대 정당과는 다른, 다음 세대의 정치를 열망하는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Y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비슷한 생각으로 이준석에게 표를 준 이들이 분명 있다고 장담한다.

그렇다면 Y는 개혁신당에 입당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왜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 진보정당에 가입했을까? 그의 대답은 첫 정당을 선택한 이유와 같다. 자신은 시장주의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비슷한 출발점에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경제활동과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공정하지 않다.

Y는 이런 시스템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었다. 자유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의 재분배부터 해야 한다. 상속세는 아주 극단적인 수준까지 올려도 좋다. 자신은 이미 부모님에게 어떤 유산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출발점이 공정해야 자본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만큼 돈을 버는 공정한 사회가 된다. 시장경제, 공정한 경쟁, 그리고 자유. 그것이 Y의 신념이다.

물론 이런 신념은 공식적으로 시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가장 잘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은 이런 가치를 정면으로 배신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진보정당 당원들에게서 이 신념을 실현할 가능성을 봤다.

"진보정당에 가입한 건 정말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어요. 올해 1월인가 2월인가?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 거리에서 진보정당 당원들이 벌벌 떨면서 입당 신청을 받고 있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 진심이구나' 싶었어요. 생활 밀착형 정치를 표방하는 것도 좋아 보였고요. 거대 정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데, 내가 입당해서 이런 마음을 표출해 줘야겠구나 싶었어요."

보수정당 당원이었던 Y와 진보정당 당원인 Y 생각은 초지일관이다.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 보면 Y의 선택은 전향이지만, 그의 기준에서 보면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한 길을 찾는 과정이다.

"20대 남성? 보수는 있어도 극우는 많지 않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인 지난 2025년 4월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로 가기 위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Y의 생각은 대한민국 20대 남성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을까?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동안의 청년 담론이 세대 내부의 차이를 너무 쉽게 뭉뚱그려 왔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언론에서 그려 놓은 20대 남성은 50년대 맹목적 반공 극우, 배제와 혐오의 논리와 동일시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시스템이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고, 진보로 불리는 거대 여당도 이 시스템의 분명한 기득권이며, 좀 더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청년이라면 진보정당으로도, 보수정당으로도, 좌, 우 포퓰리즘이나 행동주의로도 뻗어 갈 수 있다. 겉으로는 극단에 있는 두 점처럼 보이지만, 이 사이에는 튼튼한 교량이 있다.

이 다리를 물론 누구나 건널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청년 극우의 부상은 진보 정치의 주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국민의힘과 진보정당 사이의 교량을 건너는 것은 전향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러 갈래 길 중 하나일 수 있다. 종으로 구분된 세상에서는 이해할 수 없던 것들도, 횡으로 구분된 세상에서는 자연스럽다.

Y의 선택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해가 어려운 변화이지만, Y에게는 일관된 방향이었다. 다만, 세상을 보는 그의 시각은 점차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곳간 거덜 낼 것 같았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후해졌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점점 더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20대 극우화 담론 역시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잉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다.

"글쎄요. 제가 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제 주변 20대 남성들을 극우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보수적인 친구는 많아도 이른바 '윤어게인'으로 불리는 극우들은 정말 별로 없거든요. 아직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장동혁 대표는 꼴도 보기 싫어하더라고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윤어게인 같은 극우가 20대를 과잉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목소리가 크면 동화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측면 아닐까요?"

이런 평가에 20대 남성들은 어느 정도 동의할까? 알 수 없다. Y도 자신의 생각이 20대 남성을 전혀 대표하지 않으며, 오히려 특이한 축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새롭게 출현하는 세대를 보는 기성세대의 시각 또한 어느 정도 편향되어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대 간 소통의 언어를 잃어버린 것은 누구의 선입견 때문일까? 기성세대일까, 청년세대일까? 모르겠다. 다만, 이해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힘#진보정당#이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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