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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까지 칭칭...제주바다 숨통 조이는 버려진 폐어구들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를 기록중인 프리다이빙 조사팀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 해양보호구역 내 폐어구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다수 확인됐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시민과학 프로젝트 '폐어구 탐사대'가 수행한 조사 결과를 담은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 조사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시민과학자 6명으로 구성된 '폐어구 탐사대'는 2025년 4월부터 10개월 동안 제주도 해양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보호구역별 폐어구 유형과 분포, 생태계 피해 규모에 대한 기초 자료를 구축했으며, 이는 국내 해양보호구역을 대상으로 폐어구 오염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 오염 실태 조사 결과(53개 지점)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해양보호구역 16개소, 총 50개 조사 지점 가운데 46곳(92%)에서 폐어구가 발견됐다. 조사 과정에서 총 37종 1661개의 폐어구가 나왔고, 폐어구에 얽혀 죽거나 다친 해양생물은 23종 183개체로 집계됐다.

피해 생물 가운데 6종은 남방큰돌고래, 밤수지맨드라미, 해송 등 해양보호생물로 확인됐다. 이는 해양생물보호를 위해 지정된 보호구역에서도 폐어구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양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경관이 뛰어나 보전할 가치가 높은 해역을 법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 평가되며, 정부는 2023년 발표한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해역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제주도는 2025년 기준, 관할 해역의 11.6%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중이다.

바닷속 쓰레기, 낚싯줄이 가장 많아… 생태계 피해도 집중

해양보호구역 문섬에서 발견된 낚싯줄에 얽힌 큰수지맨드라미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낚싯줄을 수거하는 수중 조사팀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그러나 제주 연안에서는 폐어구로 인한 해양생물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제주 연안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은 158마리로, 이 가운데 약 20%가 폐어구에 얽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제주 연안에 약 120여 마리가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2025년 한 해 동안 폐어구에 얽힌 개체가 4마리나 확인되는 등 보호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폐어구 문제가 꼽히고 있다.

조사 결과 제주 해양보호구역 바닷속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침적 쓰레기는 레저 낚시용 낚싯줄이었다. 육상에서는 플라스틱 부표가 전체 해양쓰레기 중 3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수중에서는 낚싯줄이 23.4%로 가장 많았다.

제주 해양보호구역 내 침적 쓰레기 중 폐어구 비율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낚싯줄은 무게와 부피는 작지만 해양생물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폐어구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생물 중 99%가 낚싯줄에 얽힌 해조류와 산호류로 조사됐다. 또한 조사 기간 중 신도리 해양생물보호구역에서는 남방큰돌고래 1개체가 낚싯줄에 걸려 폐사한 사례도 확인됐다. 당시 사망한 개체에는 대물 낚시 채비가 얽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제주 남부 범섬·문섬·섶섬 주변 해역에서 레저 낚시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이 확인됐다(77건). 범섬·문섬·섶섬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연산호 군락지로 천연보호구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레저 낚시를 위한 입도가 허가되고 있으며, 연중 이용 밀도가 높아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가 보호구역 내 일부 지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음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욱 빈번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호구역별 폐어구 유형 달라… 주변 어업·해양 이용 방식이 주요 원인

성산일출봉에서 발견한 어업용 낚싯줄에 얽힌 긴가지해송(천연기념물)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보고서는 해양보호구역별 폐어구 발생 양상이 주변 해역의 어업 및 해양 이용 형태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먼저 제주 동부 성산일출봉 주변 해역에서는 연승 어업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두드러졌다. 연승 어업은 긴 주줄에 여러 개의 낚싯줄과 미끼를 달아 수중에 설치하는 어법이다. 성산일출봉 해역은 연산호와 해조류 군락이 발달하고 암반 지형이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어 밧줄이 쉽게 걸리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조사 결과 다량의 어업용 밧줄과 낚싯줄이 해저 지형 및 해양생물에 얽혀 버려진 것이 확인됐으며,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과 멸종위기야생생물 둔한진총산호 등 법정보호종 피해도 여러 지점에서 발견됐다.

해양보호구역 신도리 해역에서 발견한 폐파이프. 장기간 방치되어 녹슬어 있다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 서부 대정읍 신도리 해역에서는 육상 양식장과 레저 낚시로 인한 피해가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신도리 주변 해역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낚싯줄에 얽히는 돌고래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광어 미끼를 달아 돌고래 서식지까지 던지는 대물 낚시가 원인으로, 연안 곳곳에서 다량의 대물 낚시용 낚싯줄과 바늘이 발견됐다. 수중에서는 폐파이프 등 양식장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폐자재도 다수 확인됐다.

해양보호구역 범섬에서 수거한 낚시용 의자와 뜰채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 남부 범섬·문섬·섶섬 해역은 레저 낚시로 인한 영향이 가장 집중적으로 나타난 지역이다. 범섬·문섬·섶섬 해역은 연산호 군락 보호를 위해 천연보호구역과 해양생태계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지만, 낚시 목적의 입도가 허용되고 있다.

조사에서는 낚싯줄, 봉돌, 낚싯바늘 등 낚시 쓰레기가 다수 발견됐으며, 의자와 음식 포장지 등 생활 쓰레기도 다량 확인됐다. 보고서는 보호구역 내 낚시 이용객에 대한 활동 지침 및 인식 교육과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은 낚시 금지구역을 지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양보호구역 추자도 해역에서 발견한 가두리 양식장. 장기간 방치되어 연안으로 떠밀려 왔다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 북부 해역에서는 해상 양식장과 대형 어선에서 발생한 폐어구가 주요 오염원으로 확인됐다. 추자도 해역의 경우 방치된 해상 양식장에서 유실된 폐자재가 거머리말 군락지에 쌓이며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관탈도 해역에서는 대형 어선에서 발생한 폐어망이 주 오염원으로 나타났다. 관탈도 주변 해역은 외부 대형 어선이 침입하여 조업을 하면서 지역 어민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지역 어민 보호와 폐어구 발생을 줄이기 위한 관리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어선 10척 중 7척, 폐어구 관리제도 적용 제외

출항을 준비중인 제주 연안복합 어선.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보고서는 폐어구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수거뿐 아니라 발생 단계부터 관리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 4월 '수산업법' 개정을 통해 어구 실명제와 더불어 어구 견인제, 어구관리기록부 작성, 유실어구 신고제 등 신규 어구 관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대부분 근해어선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작 해양보호구역에서 조업하는 일부 연안어선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제주 연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안복합어선은 어구실명제와 어구관리기록부 작성, 유실어구신고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연안복합 어선은 선상낚시와 연승어업, 통발어업 등 다양한 어법을 사용하는 선박으로, 조업 중 유실된 어구에 대한 기록이나 신고 의무 없이 해양보호구역을 포함한 연안 어디서든 조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2023년 기준 제주도 연근해 어선은 1931척이며, 이 중 1394척(72.1%)이 연안복합으로 등록돼 있다.

청정 바다 제주 이름 무색… 제주도정 해양생태계 관리 체계 미흡

제주 해양보호구역 현황(2025년)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문제는 해양보호구역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제주 해양보호구역 14곳 중 행정 계획에 따라 실제 관리가 이루어지는 지점은 한 곳 뿐이었으며, 추자도와 문섬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계획된 관리 예산의 1.3%만 집행되는 등 사실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레저낚시로 인한 피해가 가장 빈번하게 확인됐음에도,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16곳 가운데 레저 낚시를 관리하는 제도나 지침이 마련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 1일 제주도는 민선 9기 도정의 100대 정책 과제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 및 제주 청정 해양 환경 보존 관리'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2000억 원가량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해양보호구역 관리 강화와 폐어구 발생 저감 방안 등 보호구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해양보호구역을 관리중인 지자체지만, 지정 이후 실질적인 관리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해양보호구역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에 대한 어업 관리와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중에서 발견되는 폐어구는 발생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발생 단계에서부터 예방하고 해역별 특성에 맞는 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민선 9기 제주도정은 해양보호구역 관리와 폐어구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 조사보고서> 전문은 파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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