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건희 씨를 '쥴리'로 만났다고 증언한 사람이다. 구형 이유는 한 문장이 전부였다. 왜 유죄인지, 어떤 증거가 그것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하는 논고는 없었다. 4년 넘게 끌어온 재판을 검찰은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결심공판은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열린공감TV를 운영하는 정천수 씨와 안 전 회장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김태희 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9일 오전 10시에 판결을 선고한다.
증거도 법리도 없이 형량만 부른 검사
검사가 법정에서 밝힌 구형 사유는 짧았다. 검사는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한다고 전했다. 그다음은 곧바로 형량이었다.
논고는 검사가 유죄의 근거를 정리해 밝히는 절차다. 어떤 증거로 무슨 죄가 입증됐는지 짚는다. 형량이 왜 그만큼이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형사재판에서 논고와 구형은 한 묶음으로 진행된다. 어제 법정에서는 논고가 통째로 빠졌다.
서면도 없었다. 재판장은 직전 기일에 검찰과 변호인 양쪽에 주장을 정리한 의견서를 내라고 했다. 변호인은 의견서를 냈다. 검찰은 결심공판 당일까지 내지 않았다. 추후 제출하겠다는 언급조차 없었다.
형사재판에서 공표 사실이 허위라는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피고인이 진실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곧 허위가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법리다. 검찰은 이 책임을 채울 주장을 끝내 법정에 내놓지 않았다.
안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런 큰 사건에서 논고 없는 구형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검사들이 위에서 시킨 구형일 뿐 책임은 자신들에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날 검사들은 피고인인 안 전 회장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 재판을 거쳐 간 검사는 모두 16명이다. 처음 3명이 맡았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 1월 사이에는 7명이 투입됐다. 탄핵 뒤에도 4명이 들어왔고 어제는 2명이 나왔다.
공소사실 가장 적은 피고인에게 최고 구형
정천수 씨의 공소사실은 다섯 가지다. 김건희 씨가 유흥 접대부 '쥴리'였다는 취지의 보도가 첫째다. 양재택 전 검사 동거설과 불임 관련 게시물이 이어진다. 건진법사와의 관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구고검 시절 향응 제보 게시물도 포함됐다.
안 전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세 피고인 가운데 공소사실이 가장 적은 사람이 안 전 회장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다섯 가지 혐의를 받는 정씨와 같은 징역 2년을 요구했다. 검찰이 안 전 회장을 사실상 주범으로 놓았다는 뜻이다.
안 전 회장은 구형량을 법정에서 듣지 못했다. 재판이 끝난 뒤 변호사에게 물어 알았다. 그는 죄지은 것이 없으니 2년이든 3년이든 담담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그만큼 작은 목소리로 흘리듯 구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천수는 선처 호소, 안해욱 등은 무죄만 요구
두 변호인단의 최후변론은 본질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정씨 측은 공직선거법 적용부터 문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6월 27일 공직선거법 251조 일부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씨 측은 윤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전 보도에는 250조 2항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출마 선언은 지난 2021년 6월 29일이었다.
그러나 정씨 측은 마지막에 양형 의견을 덧붙였다. "설령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로 판단하시더라도" 사정을 참작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5년 가까운 재판으로 생업과 건강이 무너졌다는 점도 들었다. 최대한 선처해 달라는 말로 변론을 맺었다.
안 전 회장과 김태희 씨의 변호인은 양형 의견을 내지 않았다. 변호인은 김건희 씨가 쥴리라는 이름을 썼다는 인척 이지수 씨의 과거 발언을 짚었다. 변호인은 검사가 허위성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무죄 선고만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의 대구 향응 의혹도 쟁점이었다. 정씨 측 변호인은 대구 현장에 다른 기자들이 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대구 현장 취재에는 정씨도 동행했다. 취재비 100만원도 현금으로 들고 갔다. 열린공감TV 당시 직원들도 아는 사실이다.
도면·녹취·증언으로 무너진 검찰 주장
검찰이 내세운 주장은 여럿이었다.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6층에 연회장이 없었다고 했다. 나이트클럽이 있던 지하 1층에서 6층으로 곧장 가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했다. 안 전 회장과 조남욱 회장이 만난 적 없다고도 했다. 조 회장과 김건희 씨가 안 전 회장을 알지 못한다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이 제출한 변론요지서에는 반박 근거가 조목조목 담겼다. 호텔 도면에는 6층에 미팅룸 공간이 있었다. 김건희 씨 본인도 6층 조 회장 사무실에 간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조 회장이 자신을 '김 교수'라고 불렀다는 점도 인정했다.
쥴리라는 이름은 이지수 씨의 녹취에서 나왔다. 이씨는 김건희 씨의 첫 결혼식에서 피아노를 친 인척이다. 쥴리 의혹이 불거지기 전 정대택 씨와 통화한 녹음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당시 호텔 직원이었던 김복주 씨는 전시회와 관련해 '김 교수 쥴리'라는 호칭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건희 씨는 지난 5월 20일 증인으로 나와 의혹을 부인했다. 자신은 쥴리가 아니라 '제니'로 불렸다고 했다. 사건 기록을 보면 그 뒤 엄벌 탄원서가 잇따라 접수됐다. 5월 말까지 370건, 6월 178건, 7월 286건이었다. 8월 46건으로 줄었다가 9월 들어 다시 300여 건이 들어왔다. 모두 1211건이다.
"기억을 처벌하겠다니"
안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지난 5년을 되짚었다. 70대 후반에 수사를 받기 시작해 여든이 된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여러 번 차를 갈아타고 상경해 호텔에서 묵었다. 수사기관과 법정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재판 중에도 경찰 수사를 7번 더 받았고 구속영장도 두 번 청구됐다. 그사이 병상에 있던 96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안 전 회장은 "불효자가 되어 깊은 한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1999년 3월 28일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쥴리의 첫 결혼식에 갔다고 했다. 50만원을 부조했다고도 밝혔다. 김건희 씨가 자신을 공격한 이유도 짚었다. 대선 후보 배우자 시절 "대국민 거짓말"을 숨기려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 정권에서 200여 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고 했다. "모든 재산을 잃었고 집도 명예도 건강도 잃었습니다." 김태희 씨의 최후진술은 세 문장이었다. 김씨는 "지난 과거의 기억들을 처벌하겠다니 참 안타깝습니다"라고 했다.
방청석은 김건희 씨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차지했다. 재판 도중에도 여러 차례 소란이 일었다. 재판장이 폐정을 알리자 한 방청객이 피고인들을 향해 "니들은 3대가 멸살당해"라고 소리쳤다. 사건 기록에 쌓인 엄벌 탄원서는 1211건이다. 검찰이 법정에 내놓은 논고는 한 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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