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당장 10월부터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교육행정은 3월을 기준으로 분기를 나눈다. 그래서 도내 학생 156만명의 9월부터 11월까지 급식 예산은 이미 25개 교육지원청에 배정돼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당장 급식이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12월 급식 예산은 추경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아이들이 곧 굶게 된다는 말로 사태를 부풀려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앞세우면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이 뒤로 밀린다.
어쨌든 11월까지 밥이 나온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그러나 12월에도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물어야 할 것은 급식이 멈추느냐가 아니라, 12월의 밥값이 왜 처음부터 비어 있었느냐다.
추경으로 나중에 채우는 곳간
584억원은 갑자기 생긴 돈이 아니다. 올해 경기도 본예산은 재정난을 이유로 무상급식 지원비를 1년이 아닌 9개월치만 담았다. 남은 석 달, 10월부터 12월까지의 몫이 584억 원이다. 연말에 학기가 이어진다는 것을 예산을 짤 때 몰랐을 리 없다. 결코 줄이면 안될 필수 예산과목 중 하나인데도 해마다 필요한 밥값의 일부를 나중에 마련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 방식은 얼마나 안전한지 묻게 된다.
추경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처음 예상했던 세입이 달라질 수 있고, 미처 헤아리지 못한 지출도 생긴다. 한 해의 살림을 중간에 고치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처음부터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던 비용을 추경으로 넘겼다면, 그 사이를 건널 계획도 있어야 한다. 재원을 언제 확보할 것인지, 예정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방식이 늘 안전한 것도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9개월치만 담겼던 산후조리비는 이번 추경안에서 끝내 채워지지 못했다. 10월부터 지원이 끊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반발이 일었고, 복원하는 방안은 지금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 나중에 마련하겠다던 돈이 나중에도 마련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해 본예산은 지방선거 전에 짜였고, 그 빈칸은 새 도정의 추경으로 넘어왔다. 뒤로 미룬 비용은 결국 다음 사람이 떠안는다.
급식비는 교육청만의 돈도 아니다. 연 1조 8천억원 규모의 경기도 무상급식에서 도가 부담하는 몫은 2400억원가량이다. 도의 살림이 흔들리면 교육청이 짜 놓은 급식 계획도 함께 흔들린다.
어려운 살림의 우선순위
경기도의 살림이 어렵다는 사정도 함께 봐야 한다. 세수는 줄었고, 빚에는 하루 4억원 가까운 이자가 붙는다. 돈이 부족한데 모든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빚을 내는 일에도 책임이 따른다. 그렇다고 이미 누군가의 생활을 받치고 있는 사업을 줄이는 일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교착에는 이상한 대목이 있다. 584억원은 쟁점이 아니다. 도가 추경안에 넣었고, 도의회도 깎자고 하지 않는다. 다툼은 다른 사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추경안은 한 묶음이어서, 한쪽에서 합의가 안 되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예산까지 함께 멈춘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확정돼야 할 돈이, 지금은 가장 늦게 도착하고 있다.
아이들의 점심은 갑자기 생긴 사업이 아니다. 올해만 특별히 제공하는 혜택도 아니다. 학교가 문을 여는 날마다 필요한 비용이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이런 지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장하는지가 예산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무엇을 깎을 것인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먼저 확보해 두었어야 했는지, 부족해질 것을 알면서 뒤로 미룬 비용은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현장, 식단표 뒤의 사람들
학교에는 식재료를 주문하고, 납품받고, 조리하는 시간이 있다. 의회의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다음 주의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쌀을 사고 채소를 씻고 국을 끓이는 일에는 다음 회기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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