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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의 망령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복지국가SOCIETY] 철도 파업에 과잉 대처하는 정부와 코레일

장영기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 사무총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17 오전 10:47:10

 

 

정부와 코레일은 지난 9일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파업 참가자 4213명 전원을 직위 해제하고, 노조 집행부 등 19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파업 첫날부터 무슨 전쟁 하듯이 초강수로 대응한 이후 15일 현재까지 직위 해제된 노조원은 전임 간부 145명을 포함해 7929명에 이른다.

전쟁하듯 노동자 직위 해제와 고소·고발로 대응하는 코레일

노조는 이에 굴하지 않고 코레일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서울 지하철 노조도 오는 18일부터 파업 동참을 예고하고 있고, 코레일 지역본부 노조가 14일 상경 투쟁을 벌였으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2차 대규모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번 파업을 "기득권을 지키려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의 손실을 외면하는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면서 노조에 "더 늦기 전에 파업을 중단하고 생업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법무부, 안전행정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합동으로 세종로 정부 청사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철도 민영화 의혹을 거듭 부인하면서 파업에 엄정히 대처할 것을 강조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노조의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고 하루속히 파업을 철회하는 것이 코레일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직위 해제에 이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코레일은 직위 해제는 인사 처분이지 징계 처분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직위 해제는 직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미 부여된 직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직위해제는 징계 처분에 포함되진 않으나 사용자가 사실상 징계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해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 직위해제 대상은 직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에 한정되고 있다.

그런데 8000명이 다 되어가는 자기 회사 직원을 직위 해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가? 쟁의 행위가 적법하다면 이 업보를 어찌할 것인지 나는 두렵다. 국가 권력은 그것이 합법성을 일탈한다면 깡패들이 행사하는 폭력보다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 열린 사회라면 이러한 정면충돌은 상상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복지국가로 삶의 불안을 없앤다면 이러한 극단적인 노정 또는 노사 간의 충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 14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서울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철도노조 파업,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철도노조는 직위 해제 조치가 노동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코레일을 무고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대량 직위 해제 처분은 이번 파업이 합법이라면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이렇게 코레일, 정부와 철도노조가 러시안룰렛 게임처럼 한 선로의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마주 보고 달려오는 KTX처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과연 불법이냐 하는 것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철도 민영화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이라는 점에서 노동관계법상 '근로 조건'과 무관하므로 불법이라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3조는 근로자에게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므로 노조에는 당연히 파업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다만, 정부와 법원은 근로자의 처우, 근무 요건과 같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만이 합법적이라고 본다. 현재 철도노조와 코레일이 대립하고 있는 쟁점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임금 상승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민영화 부분이다.

철도노조는 파업 이유로 8.1%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이유로 한 파업이 합법적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을 파업의 주된 구호로 제창하지 않고 '철도 민영화 저지'를 주된 파업의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철도노조가 '철도 민영화 저지'를 파업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불법인가? 그 적법성 여부를 살펴보기로 하자.

노동관계법과 대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근로자의 쟁의 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 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쟁의 행위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이나 진정한 목적의 옳고 그름으로 그 쟁의 목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야 한다. 부당한 요구 사항을 제외하였다면 쟁의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 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본다. 이러한 절차에 비추어볼 때, 철도노조가 합법적인 노동자 단체임은 이론이 없으므로 정부와 코레일, 노조의 대립 지점은 '이번 파업이 과연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파업이냐가 쟁점이다.

먼저 코레일과 정부 등은 '철도 민영화 저지'를 이유로 한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수서 발 KTX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문제나, 지분 매각의 대상을 결정하는 문제 등은 노조 파업의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코레일의 운영에 대한 결정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므로 노조와 합의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서 발 KTX 운영 방침은 코레일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전혀 무관한 일이며, 정부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불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과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필수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을 파업에서 배제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흑자 노선인 '수서 발 KTX 운영 주식회사' 설립이 철도공사의 매출액과 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당연히 철도공사 노동자의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파업 목적의 정당성도 갖추었다고 맞선다.

노조 측은 대법원도 '근로조건이 반드시 임금에 국한하지 않고 임금 이외의 경제적 이유도 포함한다'며 근로조건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처지에, 당연히 이번 파업은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한다. 위 근로조건을 넓게 해석하느냐 좁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철도노조의 이번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의 불법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노동관계법을 준수하며 파업해왔고, 흑자 노선을 따로 떼어내 상법상의 상인인 주식회사에 팔면 근로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불법이 아니라면 정부와 코레일의 직위 해제 및 고소·고발은 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난다. 결국 양자가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므로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 14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서울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철도 민영화의 서막인가?

정부는 파업의 계기가 된 서울·용산역 발 KTX와 수서 발 KTX 운영 분리에 대해 "국민에게 값싸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독점으로 인한 공기업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레일의 자회사로 설립되는 수서 발 KTX 회사에 대해 "민간 자본의 참여는 전혀 없다. 대통령이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면서 철도 민영화 논란을 막으려고 한다.

정부는 철도공사가 오랜 독점 구조에 안주해 만성적으로 적자를 내는 방만한 공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철도노조는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반대하는 한편, 수서 발 KTX 법인 설립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코레일 사측은 "수서 발 KTX 법인은 별도의 법인이 아닌 코레일 계열사이며, 민간 지분의 참여도 원천 차단"됐다며, 이는 '철도 민영화' 순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철도산업 발전 방안'은 17조 원에 이르는 철도산업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경영 합리화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서 발 KTX 법인은 주식회사로 하며, 코레일의 지분을 41%를 유지하고 나머지 59%의 주식은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만 참여하게 하여 민간은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추후 주식의 양도는 정관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지방공사에게만 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민간 지분의 참여는 원천 차단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법상 주식회사는 전형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인이다. 주식회사가 민간회사가 아니라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이를 제2 철도공사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황당한 발상이다. 제2 철도공사법으로 만든 법인이 공사인데, 그런 법도 만들지 않고 공사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무시하는 견해이다. 수서 발 KTX 주식회사는 민영회사이다.

그리고 주식을 모두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양도도 공공기관 등에 한다고 정관에 규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상법상 주식 양도의 자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이다. 주식 양도를 특정인에게만 하게 하는 것은 무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양도를 제한할 수 없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공사법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정관은 주주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대통령 공약도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되는데, 주식회사의 정관이야말로 풍전등화다. 또한 정관 변경의 요건을 강화하고 못하게 한다는 것도 전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

1980년부터 시장의 경쟁만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람이 거셌다. 참여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철도 민영화 대신 "사고 시 운영과 건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운행의 효율성과 철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명분으로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상하 분리'를 시행했다.

분리 이후 부채는 급속히 증가했고, 2011년 광명역 열차 탈선 사고, 대구역 삼중 충돌 사고 등에서 보듯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서로 책임 소재를 놓고 끊임없이 논란을 벌었다. 상하 분리 이후 임원 수는 2배로 늘었다.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가 독차지하는 등 비효율만 키웠다.

그러나 철도의 '상하 분리' 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실패와 더불어 대부분 실패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상하 통합'으로 가고 있는 현실이다. (☞ 관련 기사 : 철도 민영화 추진하는 국토부, 프랑스를 보라) 그러나 정부와 코레일에 포진한 신자유주의 세력은 아직도 철도의 공공성보다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출신의 시장 만능주의자들이 정부와 공기업, 학계 등을 장악하고 있어 세계적 흐름과 철도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퇴행을 거듭 시도하고 있다.

민영화로는 여객과 화물의 안전한 운송이라는 철도 본연의 목적을 결코 달성할 수 없으며, 이는 주식회사라는 하이에나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적자를 해결해 줄 알짜 노선을 떼어 민간 기업에 던져주는 것은 구조 개혁과 적자 해소 등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 돈 되는 구간을 떼어 사기업체에 준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공적 영역을 늘리기는커녕 민영화에 혈안이 된 신자유주의 망령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현실을 이대로 묵과해선 안 된다.

 
 
 

 

/장영기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 사무총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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