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이 심각한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을 계기로 2, 3년 안에 (부동산 폭락) 가시화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를 줄이는 대비를 빨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 소장은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집값 떠받치기'로 규정한 후 "정부가 폭락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진짜 폭락이 오기 전에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더라도 '견착륙(堅着陸ㆍfirm landing)'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안개가 자욱하고 활주로가 짧을 땐 연착륙이 아니라, 착륙할 때 바퀴를 활주로에 세게 부딪쳐서 활주거리를 짧게 하는 견착륙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 소장이 말하는 견착륙은 정부가 집값을 시장에 맡겨 자연스러운 하락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소득과 물가 추세와 대비하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가의 40%는 거품이다. 앞으로 40%는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폭락 주장은 포퓰리즘"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그는 "폭락시키자는 게 아니라 진짜 폭락을 막자는 거다. 지금 정부처럼 하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이 안되는 사람에게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책이야말로 가장 큰 포퓰리즘"이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다음은 선대인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사진=김병철 기자
 
-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사이클은 10~20년마다 상승과 하락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두 개의 전환기가 겹쳤다. 부동산 '대세 하락기'와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렸다.

- 집값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나.
가계 소득과 소비자 물가 추세와 대비하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가의 40%는 거품이다. 앞으로 40%는 더 떨어져야 한다. 가계 소득이 안 오르는데 집값만 계속 오를 수는 없다. 감당이 안된다.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연 평균 3%인데, 집값만 몇 십% 오르고 유지되는 건 불가능하다. 한편으로 임대인들이 보증부 월세를 늘리는 건 투기차익을 노리는 시대에서 임대수익을 노리는 시대로 변했다는 걸 보여준다.

- 집값이 폭락해야 한다는 건가.
폭락시키자는 게 아니라 진짜 폭락을 막자는 거다. 지금 정부처럼 하면 더 위험하다. 정부는 연착륙이라고 하지만 사실 경착륙 대책이고, 부채와 폭락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진짜 폭락이 오기 전에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더라도 견착륙을 해야 위험성이 줄어든다.

- 견착륙은 무엇이고, 연착륙과 어떻게 다른가.
안개가 자욱하고 활주로가 짧을 땐 연착륙을 하면 오히려 사고 위험성이 크다. 착륙할 때 바퀴를 활주로에 세게 부딪쳐서 활주거리를 짧게 하는 견착륙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연착륙은 여건이 좋을 때 하는 거다. 이제 별 충격 없는 연착륙은 불가능하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견착륙 할 수 있는 시기도 얼마 안남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점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대비를 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줄여야 한다. 거치기간 연장을 점진적으로 줄여서 가계가 이자만 내는 상태가 아니라 빚을 갚게 만들어야 한다. 건설업체들도 시장 퇴출이 일어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집값이 상당 부분 추락할 수 있지만 나라 경제를 흔들 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부채를 쌓을수록 더 위험하다. 뇌관(부채, 거품)을 제거하지 않은 채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고 가계가 거치기간 연장을 못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폭락이 시작될 것이다. 폭락을 당하느니 현실을 냉철하게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충격을 나누자는 것이다.
 
   
▲ 전국 및 서울의 아파트 실질가격 변동추이(1986년 1월 ~ 2013년 7월) ⓒ선대인경제연구소
 
- 정부 정책이 왜 더 위험한가.
정부가 부동산 거품과 폭락을 유도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얼마나 위험천만한 저질 포퓰리즘인가. 인도 중앙은행 총재인 라구람 라잔 박사는 '소득이 안되는 사람에게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책이야말로 가장 큰 포퓰리즘'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런 당연한 비판이 한국엔 없다. 오히려 언론이 박수치고 있다. 정말 심각하게 이상한 나라 아닌가.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부르짖지만 사람들 빚만 잔뜩 늘어났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서 생산경제에 돈이 안 돌고 청년 일자리는 부족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서 연애, 결혼도 못하고 아기도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됐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자영업 차려서 부동산 임대료 내면 뭐가 남는가. 땅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우리가 천 년 만 년 부동산 거품을 가져가야 하나. 언젠가 풀어야 할 부채를 왜 자식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는가.

- 집값 폭락 가능성은 언제인가.
지금 상태로 가면 미국의 출구전략을 계기로 2, 3년 안에 가시화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라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조금만 뗀 상태다. 미국 경기가 일정한 속도로 살아가게 되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다.

출구전략 발언이 나온 게 지난 5월경인데 이미 미국 채권금리는 인상됐다. 앞으로 더 올라가게 된다. 한국에 들어온 단기자금이 400조원이 넘는다. 미국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몇 조원만 빠져나가도 주가, 채권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금리가 오르고 연동된 많은 시장금리도 올라간다.

주택 담보대출은 변동금리가 80%정도 되는데, 그 중 40%가 채권금리에 직접 연동되어 있다.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은행 입장에서 마진이 안나니깐 담보대출도 올라가게 되어 있다.

양적완화는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돈의 힘으로 진통제를 준 것이다. 그동안 부채가 잔뜩 늘어났다. 압력이 쌓이고 쌓여서 감당 못하는 시기가 오면 어느 쪽이 먼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쇄적으로 충격이 올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은행권이 부실채권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채권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급등하면서 경제가 불안정해진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사진=김병철 기자
 
- 일각에선 '부동산 폭락이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락 주장은 무책임하고 희생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집값이 높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서민들 고통이 엄청나다. 집값 거품이 빠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폭락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거꾸로 폭락하면 무조건적으로 서민들이 더 고통을 받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잘못됐다.

그 말은 집값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서민이 고생한다는 건데 그건 정책을 어떻게 펼치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르다. 공공부채 400조원은 건설업체 미분양을 매입해주고, 부동산 취득세·종부세 깍아주고, 4대강 사업하고, 대기업 도와주면서 늘어났다.

집값 거품이 빠지면 경제에 충격이 올 것이다. 자신들이 잘못 판단한 (하우스푸어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만, 아무것도 안했는데 파편이 튄 사람들은 보호해야 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혜택 늘리는 등 저소득층은 조금만 돈을 써도 금방 최악의 생활을 막을 수 있다.

1년에 10조, 20조원이면 충분하다. 정부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늘 서민들이 더 다친다고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의도가 있든 없든, 정확한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다.

정부 정책대로 부동산에 돈이 묶여서 내수시장 침체로 타격 받는 건 서민들이다. 서민 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이 확 무너지면 정말 뻗어버린다. 지금이라도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 "폭락 주장은 대중 영합주의(포퓰리즘)"라는 비판도 나왔다.
폭락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건 문제의 우선순위를 잘못 보는 것이다. 정말 심각한 포퓰리즘은 소득이 안되는 사람에게 '빚내서 집 사게 하는 것'이다. 폭락해야 한다는 건 무주택 서민에게 영합하는 발언이 아니라 정말 집값 거품이 빠지길 바란다는 거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의) 폭락하자는 발언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굉장히 큰 문제처럼 비판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정부 정책이 정말 잘못된 것이지, 표현이 과했다고 해서 거꾸로 비판하는 건 책임의 우선순위나 비판대상을 잘못 분간한 거다.

국토교통부의 자가주택 거주율 변화(2010년 대비 2012년)를 보자. 지난 2년 동안 고소득층은 69.5%에서 64.6%로 줄었고, 저소득층 46.9%에서 50.5%로 늘어났다. 돈 있고, 정보가 있는 고소득층은 집을 팔아 현금을 챙기는데, 저소득층은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사고 있다. 이미 부자들은 눈치 채고 있다. 정부 정책이 고소득층의 위험을 저소득층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얼마나 위험천만한가. 그래서 답답하다. 제발 서민들 좀 속지 말자.

- 집 한 채 가진 국민 입장에선 집값폭락이란 가장 큰 자산이 줄어드는 재앙일 수 있다. 주식이라면 빨리 팔면 되지만 집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팔릴 수 있는 가격에 내놔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미련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자꾸 버티라는 시그널(신호)을 주니깐, 하우스 푸어도 그런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연간 1500만원씩 이자를 낸다. 이 사람이 지금이라도 집을 팔게 해서 이자를 5년 동안 모으게 하면 7500만원이다. 그렇게 가계가 새 출발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이자로 나가던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내수경제도 산다.

자꾸 미련 갖게 하는 건 희망 고문이다. 그럴수록 가계 체력은 계속 소진된다.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사람이 5년 후에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 청산도 안되고 경매로 넘어가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빚이 과도한 사람은 정리하라는 시그널을 정부가 줘야 한다. 일반 가계에도 그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