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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먹이주기 금지, AI 방제에 역효과 

주용기 2014. 01. 28
조회수 541 추천수 0
 

먹이 찾아 이동 부추겨, 이미 볏집 감싸는 곤포사일로로 먹이 부족 상황

근본적으로 공장식 가금 농장 환경개선해야…가창오리 `주범' 근거 없어

 

ai4.jpg» 소 여물로 쓰기 위해 볏짚을 알뜰하게 말아놓은 곤포 사일로가 들판에 늘어나면서 철새들은 벼이삭 구경하기가 힘들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확산일로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야생조류에서 비롯된 것처럼 발표가 나오고 있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야생조류 먹이주기가 금지됐고 이것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경과를 돌아보면서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그리고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 야생조류가 집단폐사한 전북 고창 동림 저수지는 조류연구자들과 탐조객, 사진촬영가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이다. 필자도 지난해 말부터 자주 찾아 가창오리의 개체수 변동을 조사해 최대 20여만 마리부터 최소 10만 마리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가창오리 말고도 큰고니 68마리, 큰기러기 128마리, 노랑부리저어새 3마리 등이 발견되는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ai3.jpg» 2014년 1월 1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관찰한 가창오리 10만여 마리의 군무 모습.

 

ai5.jpg» 2014년 1월 4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관찰한 가창오리 20만여 마리의 군무.

 

특히 가창오리는 야행성으로 저녁노을이 질 때 먹이인 낙곡을 먹기 위해 낮 동안 머물렀던 저수지에서 주변의 농경지로 이동하면서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다. 하지만 군집성이 강한 종이어서 강력한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2000년 10월에도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 가금 콜레라로 가창오리와 고방오리 등 1만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1월21일까지 동림 저수지에서 걷어낸 죽은 새가 가창오리 124마리, 큰고니 1마리, 큰기러기 7마리, 물닭 1마리 등 134마리였다. 이렇게 다양한 종이 죽은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이가 급격히 감소는 상황에서 야생조류는 한 곳에 밀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병원체가 개체 사이에 더 빨리 전파되고 독감 변종이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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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수가 끝난 들녘에서 비닐로 싸인 커다란 둥근 덩어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곤포 사일리지라고 불리는 이것은 소 사육용 여물로 먹이기 위해 거의 모든 볏짚을 말아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농경지에 떨어져 있는 낙곡(벼이삭)이 부족해지면서 겨울철새들이 먹이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또 먹이를 찾아 가금류 농장 근처의 농경지까지 접근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새들이 한군데 모인다는 것은 집단폐사의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조류들이 분산해서 서식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낙곡이 많은 넓은 농경지를 끼고 있는 방해를 받지 않는 커다란 저수지를 여러 군데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야생조류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일정거리 안에는 가금류 사육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기존에 들어선 시설은 지금이라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공장식 집단 사육방식을 개선해 충분한 공간 확보, 사육면적 허가제, 사육 개체수 조절 등 동물복지까지 고려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밀식 방식으로 집단사육을 하다 보면 병에 저항하는 능력과 자가치유 능력이 떨어지고 조류인플루엔자 변종이 더 급속도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식 사육 가금류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해서 야생조류에게 옮겨질 수 있고, 그 야생조류가 독감에 걸려 가금류에 전염시키면 때 병의 저항력이 부족한 가금류가 집단 폐사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 해결책은 가금류가 스스로 병원균에 저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육방식을 바꾸도록 면밀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ai7.jpg» 2014년 1월 18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폐사체를 수거할 때 출입금지 간판만 있고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또 야생조류가 죽었을 때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방제복을 착용한 일부 전문가만이 현장에 접근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치명적이고 전파성이 강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죽었을 경우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우려도 있고, 폐사한 인근 가금류 축사장에서 바이러스가 자연 서식지로 전파돼 야생조류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8일 오후, 방송 인터뷰를 하러 ‘출입금지’ 간판 앞에 도착했을 때 간판만 있고 누구도 통제하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방송기자의 말을 들어보면, 취재 현장에 행정공무원, 경찰, 방송 취재기자, 조류 보호단체 관계자 등이 방진복도 입지 않은 채 몰려 있었다.

 

ai8.jpg» 고창 동림 저수지 주변에 방제복을 입지 않은 채 사람들이 통제없이 들어가 있다.

 

ai10.jpg» 2014년 1월 22일, 정읍시 소성면 어느 축산농가에서 오리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이 보인다는 신고가 있자, 현지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방제복도 입지 않은 체 축사 근처까지 접근한 모습.

 

ai9.jpg» 2014년 1월 21일, 외부인들이 고창 동림 저수지 근처까지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모습. 하지만 통제구간 안쪽에 사는 주민들이 통과할 때 소독약품을 뿌리는 분문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조류가 모여 있는 서식지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취재경쟁까지 벌어지다 보면 새들은 편안히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쫓기게 된다. 한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워 접근하는 바람에 새들이 많은 위협을 받았을 것 같다. 
 

 

만일 병에 걸린 새라면 저항력이 떨어져 죽을 수 있고, 죽지 않더라도 이들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해 병을 전파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된다. 
  

새들은 이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죽은 새와 같은 종, 특히 집단폐사가 우려되는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가 주로 서식지로 이용하는 금강호, 해남 지역의 영암호와 고천암호, 금호호, 천수만 간월호, 주남저수지 등에는 모니터링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들이 긴밀히 협력해 상당기간 현장조사와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가창오리는 집단성이 강하고 하루에도 이들 지역까지 오고 갈 수 있다.

 

■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야생조류 현황(1월21일 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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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부터 이들 지역의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함께 연계해 공동으로 개체수 확인과 서식지 및 주변 농경지의 상황을 조사해 왔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이후, 각 지역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함께 더욱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하고 폐 사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공동조사를 하면서 농경지 먹이가 많이 줄어들고 서식지 교란행위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가창오리는 2012년 5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에서 제외되기도 해 더욱 우려가 크다. 
 

 

가창오리 무리는 지난해 11월초 전후로 천수만과 금강호를 들르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곧바로 해남의 영암호로 이동을 해 버렸다. 염암호에서 11월30일 조사한 결과 대략 40만 마리가 왔고, 12월31일에는 이들 중 절반이 북상을 해서 고창 동림 저수지와 금강호에서 각각 10만여 마리가 관찰되었다.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는 1월6일 20만 마리까지 증가하였다. 1월5일에는 금강호에서 15만 마리가 관찰되었다. 그 이후에도 동림 저수지와 금강호 사이를 가창오리들이 무리지어 하루 만에 오고 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라 병에 쉽게 걸리거나 굶주려 죽을 수 있고, 살아남아 번식지로 이동한다 해도 영양부실로 번식에 실패하는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멸종위기종으로 다시 지정하고, 종 및 서식지의 보호와 관리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ai6.jpg» 2014년 1월 6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 가창오리 20만여 마리가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폐사한 종과 개체수, 폐사 원인에 대해서 명확한 분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기자회견과 보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1월18일 밤, 농림축산식품부가 긴급 브리핑을 하면서 배포한 자료에 “18일, 고창 동림 저수지(오리 농장과 10㎞)에서 철새 천여마리 떼죽음. 겨울 철새 10만여 마리 찾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걷어낸 폐 사체가 1월17일 27마리, 1월18일 62마리였다. 이후 1월19일 9마리, 20일 32마리, 21일 4마리 등 총 134마리였다. 
 

 

그리고 실제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 개체수는 20만 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농림부는 폐사체 숫자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철새가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면 전·남북 뿐만 아니라 충청이나 다른 지역 즉 철새 이동경로에 있는 곳도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입니다. 현재 철새들이 발생하는 지역들이 전북 해안가인데 그 철새들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어느 기자가 “철새 이동 경로 파악 못 했나? 설명해 달라”라는 질문에는 “가창오리가 남북으로 이동하는 그런 때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서남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럼 충청 지나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전북 해안을 타고 들어와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거죠. 추우니까”라고 답변을 했다. 
 

 

하지만 가창오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말에 해남 염암호에 40여만 마리가 있었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이들의 일부가 북상해 최소 10만 마리씩 동림 저수지와 금강호로 이동했다. 그 이후에는 동림 저수지와 금강 호 간에 가창오리 무리가 하루 간격을 두고 이동해 오고 가고 했다. 따라서 남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북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가창오리들의 서식지 모두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1월20일에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죽은 가창오리 32마리가 수거되었는데 며칠 전에 죽은 사체가 얼음에 갇혀있다가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동림 저수지에서 죽은 새들이 많이 발견되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다시 죽은 새의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를 해야 한다. 조사지역을 방문해 모니터링 할 때는 방진복 착용, 소독제 사용 등 조사자가 갖추어야 할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복장도 갖추지 않은 채 사체를 확인하는 현장 조사자가 있는 상황이다.

ai2.jpg» 2013년 12월 31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관찰한 가창오리 10만여마리의 군무 / 사진5711 : 2014년 1월 1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0만여마리가 먹이터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1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림 저수지에서 건져낸 가창오리 폐사체에서 H5N8 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창오리가 먼저 조류인플루엔자(H5N8)에 감염된 후 가금류에 옮겼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만약 가창오리가 번식지에서 감염되어 우리나라까지 이동해 왔다면, 2013년 10월 말부터 관찰되기 시작해서 최대 40만 마리까지 늘어난 뒤 지금까지 최소 2만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해남 영암호에서는 왜 죽은 가창오리 사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2013년 12월 말부터 동림 저수지와 함께 1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관찰된 뒤 최소 5만 마리까지 머물렀던 금강호에서도 폐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데도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가창오리가 가금류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겼는지, 아니면 가금류가 가창오리 등 야생조류에게 옮겼는지 아직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섣불리 가창오리 등 야생조류가 감염된 후 가금류에 전파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전자 검사 등 명확하고 심도있는 역학조사를 통해 공식발표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1월20일 이후, 동림 저수지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가창오리 사체에서 ‘H5N8’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앞으로 가창오리의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고, 다른 가금류에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소의 개체수와 사체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최소한 죽은 새들이 관찰되지 않을 때까지 가창오리들이 옮겨갈 수 있는 집단서식지의 일정 범위 안으로 관련 전문인력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해야 한다. 
 

 

만약 가창오리가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새에게 위협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 체력을 유지해 자가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제기간과 통제범위를 정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이 통제에 따라 주는 것이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며, 피해 확대를 막는 길임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ai11.jpg» 방제차량이 제방 위에까지 올라와 소독액을 뿌려 새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또한 가창오리와 기러기류의 먹이가 부족해지는 시기가 되면서 새들이 먹이를 먹으려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고,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서 이동을 하고 있다. 야생조류들이 먹이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철새들의 체력을 떨어뜨려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더욱이 감염됐다 하더라도 스스로 퇴치할 수 있는 치유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에너지원이 되는 먹이를 공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야생조류들도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따라서 야생철새를 대상으로 제한적이고 안전한 먹이주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로 낙곡(벼이삭)을 먹는 가창오리와 기러기류에 먹이를 주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영양분을 제공해 발병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야생철새들이 머무는 곳 주변에 일정한 범위를 정하고 사람들이 출입을 하지 않도록 통제한 상태에서 농경지에 벼이삭을 뿌리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 먹이를 주는 사람과 이동차량은 철저하게 방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일을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차들이 불필요하게 무분별하게 소독액을 뿌리고 있어 문제다. 새들이 먹이를 먹는 곳으로 다가가 뿌려대거나 물에 떠 있는 새들에도 뿌려대고 있다. 
 

 

이는 예산만 낭비할 뿐만 아니라 새들에 위협을 주어 이동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병을 확산시키는 행위이다. 가금류 사육장에 대한 소독과 출입자들의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 만이 아니라, 조류를 담당하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와 협력해서 공동발표를 하고, 외부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연계해서 관련 지역을 모니터링 하고 확산에 대한 대책을 체계적으로 새워야 진행해야 하겠다.


 
 
 
글 ·사진 주용기/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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