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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정의구현사제단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강론하는 신부에게 "사탄이다"
밖에서는 "종북망언 규탄한다"

[경남 거제] 정의구현사제단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보수단체 '훼방'

14.01.27 22:51l최종 업데이트 14.01.27 23:1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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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27일 저녁 거제 고현성당에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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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이 또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은 27일 저녁 경남 거제 고현성당(주임신부 배진구)에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시국미사는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문규현·허성학·박창균·백남해 신부 등 서울과 인천·부산 전국 곳곳에서 온 신부 1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천주교 신자 300여 명이 1층과 2층을  메웠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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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27일 저녁 거제 고현성당에서 연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 김인식 신부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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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가 열린 성당 벽면에는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미사 주례를 맡은 하춘수 신부(진주옥봉성당)는 "우리는 진실을 원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원한다"며 "진리와 정의에 대한 헌신이 십자가의 삶이다. 예수님의 추종자인 우리 모든 신앙인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과 이 땅의 모든 국민과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한 평화를 빈다"는 말로 강론을 시작한 이상원 신부(통영 대건성당)는 "국정원 심리정보국,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등에서 근무하는 특정 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위해 조직적 활동을 한 것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썩게 하고 천부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분명하다"가 강조했다.

이 신부는 또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조직적으로 위반한 행위가 국정원·국방부에서 일어났다니 입이 벌어질 일이다"라며 "대통령 스스로 무슨 일만 생기면 원칙 내세우는데, 도대체 그 원칙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국미사는 김인식 신부(창원 양곡성당)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며 끝났다.

보수단체 회원 '시국미사 반대' 집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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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27일 저녁 거제 고현성당에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자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당 앞에서 '시국미사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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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사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5시경부터 성당 주변에는 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지부장 전성기)와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 창원지부(지부장 이원삼) 회원들이 잇따라 집회를 열었다.

고엽제 회원 150여 명은 "정의구현사제단은 제의를 벗고 교회를 떠나라" "종북망언 시국미사 규탄한다"는 등의 펼침막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념에 편향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정의구현 사제단에 애국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 소속 신자들도 '대한민국과 천주교를 지키자' '교황청은 가짜 신부를 파문하라'는 어깨걸이를 하고 피켓을 들었다. 이원삼 지부장은 "수녀들을 앞세워 시위를 선동하거나 종북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제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양(羊)인 신도들이 사제를 걱정해야 하는 사태를 맞아 정의구현 사제단을 설득하고 기도하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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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27일 저녁 거제 고현성당에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자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당 앞에서 '시국미사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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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미사가 열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고 서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이 과정에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

한편 보수 성향의 신자 10여명이 성당 안으로 들어와 미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강론과 성명서 발표가 진행되는 속에 "아니다"거나 "대법원 판결도 아직 나지 않았다" "사탄이다"고 외쳤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는 2월 3일 오후 3시 서강대 예수의센터 3층 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올리기로 했다.
 
성명서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

교회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고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서부터 건설해 나가는 데에 있다. 하느님 나라는 곧 '정의'와 '평화'의 나라이다. 예언자들도 끊임없이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 강물처럼 흐르는 평화를 외쳐왔다. 하느님의 백성은 불신앙과 탐욕의 지속적인 유혹을 받아 왔고 때로는 죄악 속에 매몰되어 하느님의 심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예언자들의 선포가 있었기에 회개하고 멸망을 피하기도 하였다.

2000년 역사 안에서 교회는 세상 통치자들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여 왔다. 때로는 권력과 친밀한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권력의 타락과 부정에 저항하여왔다. 한국교회도 초창기부터 조정의 탄압과 박해로 권력자들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지만, 신앙인들은 희생을 감내하며 순교의 월계관을 받아썼다. 건국 이래 민주주의 역사 안에서도 천주교회는 자유, 평등, 인권의 가치가 인간에 대한 존중과 봉사라는 점에서 복음정신에 부합한다고 여기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헌신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의 자유는 억압되고, 평등은 멀어진 지 오래며, 인간의 기본권마저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는 국가정보원을 위시한 국가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명백한 관권 부정선거이다. 이러한 부정선거는 민주주의 가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헌정질서 파괴행위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의 이유로 대통령이 책임 있게 사퇴하기를 촉구한다.

첫째, 지난 대통령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였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문제는 가히 충격적이다. 댓글 70여개로 겨우 수사를 시작한 국정원 선거개입문제는 트윗글 2000만개까지 현재 발견이 되었고, 그마저도 주요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국민 여론을 매도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인가. 또한, 국정원 뿐 아니라, 여러 주요 국가기관, 심지어 군대까지 동원되어 선거 정국을 흐렸으니, 관권선거도 이런 관권선거가 또 어디 있겠는가. 지난 대선은 그 자체로 부정선거이고 원천무효이다. 한갓 운동선수도 부정이 드러나면 수상이 박탈된다. 하물며 국가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 선거라면 얼마나 공정해야 하는가. 부정이 드러난 판국에, 자진하여 즉시 물러남이 마땅하다.

둘째, 민주주의 가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장악된 언론을 통하여 나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전해지지 못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고 왜곡되어 보도되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여러 사안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으며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가 심대히 침해받고 있다. 

셋째,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선거공약들이 이미 폐기 내지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복지 공약들과 경제민주화, 지자체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 남북 평화를 위한 한반도 프로세스 등의 공약들은 시도조차 되지 않거나 원래 약속의 취지와 상관없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표 도둑질이다.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든 절대다수의 국민은 지난 선거에 대하여 배신감과 상실감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무너진 것에 상심한 신앙인들과 선의의 시민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다시 한 번 더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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