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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새정치연합, 운동장 더 기울게 하나"

[이철희의 이쑤시개]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 

기사입력 2014.03.22 18:21:52

 

 

 

 

 

 

 

 

 

 

덩치 큰 제1야당과 인기 높은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돛을 올렸다. 양측의 전격적인 통합 소식에 집권여당은 '선거를 앞둔 짬짬이'라고 비난했고, 진보정당은 '새 정치의 종언'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정의당이 "서울·경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혀 6.4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두 곳이 여야 '1 대 1'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서울·경기 지역의 야권 연대가 사실상 이뤄진 셈이다. 
 
그렇다면, 진보정당 대표 정치인 '노회찬'은 야권의 재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20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정치'란 생물이 살기 위해 선택한 당연한 귀결"이라며 "크게 다르지 않은 세력이 뭉쳤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상대적으로 (정치적 방향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노회찬 전 대표는 "민주당의 오른쪽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있던 안철수신당이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더 우경화됐다는 것이다.  
 
'우클릭'이라는 무리수에도 2017년 정권 창출을 목표로 뭉친 새정치민주연합. 노회찬 전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당장은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인 왼쪽 공간이 넓어진 면도 있다"며 "진보정당의 존립 근거가 더욱 확실하게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른쪽으로 가면서 왼쪽에서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노회찬 전 대표에 따르면, 통합신당 창당 발표 직후 민주당 측에서 "안철수신당과 함께함으로써 오른쪽으로 기울게 됐으니, 왼쪽에서 활동하는 정의당이 들어와 균형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실제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나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연대와 야권 통합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노회찬, '빈집'을 점거하라!" 
 
야권이 변화의 국면에 들어선 예민한 시점, <이쑤시개>는 정치인 '노회찬'에게 모종의 결단과 역할을 주문했다.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오른쪽으로 편중된 정치·사회 전반의 변화를 위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130석의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정치 개혁을 이룬 후, 창조적으로 분화하는 전략이 맞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따로 존재하며 130석을 움직이는 것보다 한 집에 들어가 (그들을) 움직이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이다. 
 
이철희 소장이 보기에, 현재 민주당은 "멀쩡한 정당이 아니다. 사실은 '빈집'이다".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와 그해 대선에서 모바일 부대 몇만 명이 당권을 좌지우지했다. 정당이 대중 영합주의에 휘둘린 결과, 지금의 상태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또 민주당 내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은 제대로 된 정책도 없이 "말로만 진보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빈집'을 '노회찬'을 중심으로 한 진보 세력이 점거한다면, 퇴색한 새 정치·후퇴한 복지 정책 등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4년 17대 국회의 경험을 예로 들어, 이철희 소장은 "큰 정당일수록 지도부가 우파 정체성을 더 강하게 노출"하기 때문에 선거 연대나 입법 활동에 있어 진보의 목소리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152석의 열린우리당은 우파가 주도권을 가졌으며, 당내 진보파(또는 개혁파)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함께 '곁방' 신세로 전락했다. 그해 5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대체복무제 법안은 국회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그러나, "'소꼬리보다 닭대가리가 낫다'는 식으로 진보정당을 하려는 게 아니"라며 서로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밖에 있을 때, 특히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는 규모라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거대 정당 두 곳이 모두 오른쪽에 위치한 만큼, 왼쪽 진보정당의 몫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진보정당 대부분이 어디서 힘을 키워 따로 나온 게 아니라, 밖에서 정당을 만들어 힘을 키워나갔다"며 "한국 진보정당이 영국 노동당 초기처럼 10년이 지나면 무럭무럭 클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19대 총선 또는 20대 총선에서 20석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진보정당이 20석만 된다면, 50~60석 이상 가진 당 못지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회찬 전 대표는 그럼에도 "이철희 소장이 말한 것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상당히 갈등이 되기도 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선거 결과에 따른 당의 명운을 걱정했듯 정의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광역단체장으로 울산(조승수), 인천(김성진), 대전(한창민), 경북(박창호) 지역에서 후보를 낸 상태지만, 당 인지도와 후보 경쟁력 모두 약세이다. 
 
이에 이철희 소장은 "정치인은 자리도 중요하지만, 역할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며 노회찬 전 대표에게 "한국 정치 전반을 바꾸는 경세가(經世家)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라는 틀에 너무 긴박(緊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불출마 선언으로 이미 물꼬를 튼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후보는 '박원순'이지만 사실상 끌고 가는 역할은 '노회찬'으로 스스로의 진가(眞假)를 확실하게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노회찬 전 대표 역시 당 지도부에 "서울과 경기는 괜찮은 후보가 있으니 그런 후보들은 지원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며, 정의당도 이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회찬 전 대표는 최근 박원순 시장을 만나 "이번 선거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2010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역대 선거 중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었지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대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10여 년 전 '불판 교체론'으로 정치권 전면에 새 정치 바람을 몰고 온 노회찬 전 대표는 '2014년 야권 재구성'이라는 중대 국면에서 "낡은 문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무게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진보 정치로 삶이 어떻게 윤택해질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말로 현실적인 권력 의지 또한 나타냈다. 
 
"박근혜, 참모 면박… 뒷골목 주먹패처럼 해서는 안 돼"   
 
김윤철 : <이철희의 이쑤시개> 최재천 의원 편에서 '촌철살인의 대가' 노회찬 전 대표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던 게 있다. "원수, 불타는 애국심, 암 덩어리" 등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왜 이렇게 거칠어진 것인가. 
 
노회찬 : 나이가 들면서 살생이나 살인, 이런 것을 멀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럼에도 한마디 하자면,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 점점 '군기 반장'이 되어 가고 있다.
 
가장 나쁜 지도자는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 부하들을 갈구는(?) 사람이다. 장관이나 부총리 같은 사람을 여러 사람 앞에서 면박을 주며 회의를 다시 열자고 하는 것 또한 자신을 키워내는 방식 중 하나다. 그러나 큰 주먹패 대장은 그렇게 안 한다. 그런 방법은 뒷골목에 있는 건달들이 많이 한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임명한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자기 자신 아닌가. 
 
이종훈 : '살생'을 멀리한다더니…. 
 
이철희 : 대통령을 '뒷골목 거시기'로 만들었다. 
 
노회찬 :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른 정치인에게 충고한 말 중, 이런 대목이 있다. "가까운 부하를 나무랄 때는 둘이 있을 때만 해라. 다른 사람 앞에서 면박 주는 식으로 하는 것은 고치는 게 아니라, 인격을 흠집 내는 것이다." 
 
이철희 : 둘이 있을 때 혼냈는데, 대들면 어떡하나. 
 
노회찬 : 그러면, 사실은 자를 수 있다. 그런 경우는 많이 있을 때 날려버릴 수 있다.  
 
김윤철 : 아동학과에서도 가르치는 내용이다. 아이를 야단칠 때는 남들이 없는 곳에서 야단쳐라. 
 
노회찬 : 그리고 연두 기자회견에서 '퇴근 후에 뭐 하느냐'라고 묻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로 보고서를 본다고 했다. 사람이 마음이 좀 윤택해야 한다. 심성이 피폐해지면, 성격도 쓰는 용어도 굉장히 거칠어진다. 대통령이 저녁에 영화 보러 밖에도 나가고, 잠행(潛行)하듯 시장에서 빈대떡 먹는 사람들 틈에 끼어 사람 사는 숨결도 느껴야 한다.   
 
이종훈 : 제발 퇴근 후, 요가와 명상은 계속했으면 좋겠다. 요즘 그 일과를 빼먹는 것 같다. 
 
이철희 : 그런 것도 다 중요하지만, 착했으면 좋겠다. 좀 착했으면…. 
 
▲ 3월 20일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현장. 왼쪽부터 노회찬 전 대표, 김윤철 교수, 이철희 소장, 이종훈 평론가. Ⓒ프레시안(이명선)

▲ 3월 20일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현장. 왼쪽부터 노회찬 전 대표, 김윤철 교수, 이철희 소장, 이종훈 평론가. Ⓒ프레시안(이명선)

 

*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3003번(정보이용료 1000원)으로 응원 또는 의견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이 보낸 문자는 일주일 단위로 기사 및 방송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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