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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터진 최악의 해난 사고, 왜?

[안종주의 건강사회] 세월호 참사, 안전 불감증이 불렀다

기사입력 2014.04.17 11:19:43

 

 

 

 

 

 

참담하다. 비통하다. 죄송하다. 억장이 무너진다. 가슴이 미어진다. 슬픔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분노가 치민다. 삼가 명복을 빈다. 아 이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가 바다에서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일어난 최대의 참사다. 해난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사건으로는 1970년에 일어난 부산-제주 정기여객선 남영호 침몰 사건이 꼽힌다. 정원 초과와 높은 파도로 338명 탑승객 가운데 12명만 살아남고 326명이 숨졌다. 그다음으로 1993년 10월 10일 오전 10시 10분께 전북 부안군 위도 북서쪽 3킬로미터에서 위도-부안 격포항을 오가는 여객선 위도 페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번에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인천-제주 정기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는 아직 정확한 사망자 수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사망자와 실종자를 모두 더하면 296명이나 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위도 페리호 침몰 사건보다도 더 대형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고 희생자 가운데 대다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생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44년 만에 터진 최악의 해난 사고다.
 
▲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해양경찰청

▲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해양경찰청

 
이번 사고로 온 국민은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정부가 희생자가 거의 없다고 발표해 언론을 접한 국민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는 불과 몇 시간 뒤 정부의 집계 잘못으로 인한 오보로 드러났다. 실제로는 엄청난 숫자의 학생 등 승객이 구조되지 못하고 실종됐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종자 대부분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배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21년 전 위도 페리호 사건이 다시금 떠오른다.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이 사건은 잊혔겠지만, 당시 필자는 정치부 기자로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를 맡았다. 건교위원들이 현지를 방문해 국정조사를 벌일 때 동행 취재를 한 적이 있어 아직도 당시 사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언제까지 비극적 뉴스를 들으며 살아야 하나?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던 신문사에서 페리호 백 선장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미 배 안에서 숨진 백 선장을 찾느라 많은 경찰이 동원돼 위도 전체를 수색하는 등 일대 소동을 벌였다. 그러다 며칠 만에 오인 신고로 인한 오보로 밝혀진 일이 있어 더욱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백 선장 생존 보도는 한국 언론사에서 대표적 오보 사건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진도 여객선 참사에서도 몇 시간 만에 정정되기는 했지만, 희생자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는 대형 오보가 많은 유가족을 분노케 했다. 국민도 이 오보를 질타했다.
 
페리호 침몰은 사실상의 인재였다. 그날 출항하기에는 적절치 못할 정도의 높은 파도가 친데다 정원을 엄청나게 초과한 승객을 태운 것, 스크루에 걸린 폐그물 등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토대로 전문가와 언론들은 배가 항로를 급격하게 변경하다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개가 많이 끼었음에도 무리하게 출항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인재나 다름없다. 사실상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던 셈이다. 
 
여기에다 인명 피해가 왜 이렇게 큰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고 후 선장이 제때 신고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신고 당시 교신 내용을 살피면, 대형 사고 신고가 아니라 마치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난 뒤 신고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여객선 안에서 승무원들이 승객 안전을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학생 등 승객들은 사고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에 대해 앞으로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아침 9시께 일어난 사고이고 바다가 잔잔했다고 하니 사고 직후 구명정을 모두 재빨리 내린 뒤 구명조끼 등을 입히고 탈출했더라면 이런 엄청난 피해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장 등 승무원들의 초동 대처 실패가 피해 규모를 키운 게 아닌가 싶다. 
 
이는 물론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몰라서 하는 지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사고가 난 뒤 배가 순식간에 기울어져 밖으로 승객들이 잘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선장이나 선원들이 밖으로 나와 한꺼번에 몰리면 배가 더 일찍 침몰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학생 등 탑승객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 사고 직후 상당한 시간 동안 방송으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했다고 하는 증언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신적 충격도 무시할 수 없는 구조자와 유가족, 상담 힐링 캠프 열어야 
 
이번 사고로 가장 큰 슬픔과 충격을 받은 사람은 희생자 유가족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고통을 겪는 승객과 악몽 같은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정신적 충격에 빠진 승객들도 하루빨리 적절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민정부라고 일컬었던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취임 이후 구포 열차 탈선 사고, 아시아나기 목포 추락 사고, 위도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그야말로 육해공 등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대형 참사가 벌어져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그리고 그 불안의 끝은 국가 부도 사태가 장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지난 2월 경주 외곽에 있던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이 붕괴해 이곳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도 전형적인 인재였다. 체육관 부실 시공과 관리 허술 등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표적 사고였다.  
 
육지에서 일어난 이 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바다에서 대형 참사가 생겼다. 이 때문에 김영삼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육해공에서 모두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 이른바 사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언론인들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세월호 침몰 사고도 대부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리에서 결코 지워서는 안 되는 사실은 안전 불감증 사회에서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험 사건이 터졌을 때는 구체적인 내용을 숨기려 하지 말고 정직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른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즉 위해 소통의 첫걸음마는 신뢰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덜도 더도 말고 상대방이나 청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 16일 전남 진도에서 침몰한 세월호에 구조된 한 여학생을 엄마가 진도읍 실내체육관에서 만나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 16일 전남 진도에서 침몰한 세월호에 구조된 한 여학생을 엄마가 진도읍 실내체육관에서 만나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안전 보장 시스템 갖춰 안전 생활화해야  
 
정치는 모름지기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가장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박근혜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을 없애고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줄 법·제도와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사고, 특히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점검이 필요하다. 
 
사고에 차분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요령이 몸에 배도록 어릴 때부터 철저히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영어, 수학이 아니라 안전교육이다. 안전박물관이나 안전교육관 같은 곳을 전국 곳곳에 만들어 학생과 시민들이 이곳에서 안전 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형 참사를 해부해보면 대개 공통점들이 보인다. 주로 '설마 나에게 또는 우리에게 사고가 일어나겠느냐'와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자연은 방심하는 사람이나 정부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불가항력적인 사고도 있지만, 핵발전소 같은 곳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사고가 발생하는 이른바 '정상 사고'도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사고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다. 그래도 사고는 우리가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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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주 건강디자이너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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