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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조기 검진의 ‘불편한 진실’

등록 : 2014.07.10 08:42수정 : 2014.07.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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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조기 검진의 ‘불편한 진실’

한 여성이 병원을 찾아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건강과 질병의 경계는 어디인가를 둘러싼 의학계의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전문적인 의학 지식에 두루 밝기는 어렵다. 무지는 공포를 부른다. 적잖은 이들이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새로운 첨단 의료기술을 적용해 치료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전에 없던 질병이라도 걸리면 패닉에 빠지지 않기가 어렵다. ‘공포 마케팅’이 번성할 토양이다.

 

한국에서도 과잉 진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엇이 과잉 진료를 부르는 것일까. ‘공포 마케팅’ 및 과잉 진료와 관련한 반성을 이 기획 연재물에서 담으려 한다. 이 기획 연재물은 어찌어찌하면 건강해진다는 ‘정답’을 제시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다만 질병과 건강, 그 흐릿한 경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글이고자 한다.

 

 

의사 기자 김양중의 ‘쉿, 그거 아세요?’ 
① 유방암 국가 검진 바람직한가?

 

 

국가암검진에 포함된 맘모그래피 검사 정확도 낮아
2천명 중 1명만 확진, 10명은 불필요한 수술받아

 

 

한국 여성 사이에 최근 발생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암은 갑상선암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 암 등록센터’의 ‘2011년 국가 암 등록 통계’를 보면, 1999~2011년 갑상선암이 여성의 경우 한해 평균 23.5%씩 증가한다. ‘국가 암 등록 통계’는 한국에서 암에 관해서는 가장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통계이며, 2011년까지 모아진 것이 가장 최근 자료다.

 

의학계에서는 한해 23.5%씩 갑상선암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발암 물질이 광범위하게 퍼질 사건이 없고서는 불가능한데, 이런 환경 변화가 없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복지부와 암등록센터에서도 갑상선암을 비롯해 각종 암의 발생이 증가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난 점, 암 진단 기술 발달, 조기검진 활성화 등 암 검사를 감상선암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암 검진 및 검사를 많이 받게 돼 과거에는 찾지 못한 암마저 세세하게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3월부터 의료계 안에서는 갑상선암의 과잉 검진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의사들이 나오고 있다. 생명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 내버려둬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암마저 불필요하게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갑상선암은 영국에선 여성한테 많이 발생하는 암 순위 10위에도 들지 못한다. 미국에선 4위, 일본에선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발생 숫자를 보면 한국이 96.8명으로 일본의 6.5명에 비해 15배나 많다. 검사가 간단해 치료가 불필요한 갑상선암마저 발견해 치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암도 주변 조직에 전이를 일으키는 등 환자의 생명을 해칠 수 있으므로 조기 검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런 갑상선암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성들이 둘째로 많이 걸리는 암인 유방암을 두고도 조기 검진이 필요한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방암은 한국에서 1999~2011년 사이 한해 평균 6.1%씩 늘어나 증가율이 빠른 암 가운데 하나다. 유방암의 조기 검진법은 맘모그래피 검사라는 유방촬영술인데, 이는 한국에서는 국가암검진에도 포함돼 있는 검사다.

 

할리우드 톱스타 앤절리나 졸리는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칼럼을 통해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방암 투병 끝에 숨진 엄마와 같은 운명을 피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로이터 뉴스1
유방암 검진이 필요한지를 두고는 세계적으로 근거중심의학으로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코크란 리뷰>가 이런 조언을 하고 있다. 2014년 1월호에 실린 ‘유방암 검진과 맘모그래피’를 보면, 그동안 60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8개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가 나온다. 여성 2000명이 10년 동안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려고 맘모그래피 검사를 받으면 1명이 유방암을 미리 발견해 사망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유방암 검진을 하면 그 수가 적기는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익을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악이 만만치 않다. 해를 입는 사람의 숫자만 생각하면 이익을 보는 1명보다 크게 많았다. 우선 평소 건강하던 10명은 유방암이 없는데도 맘모그래피 검사와 이후 추가 검사에서 유방암이 있는 것으로 나와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됐다. 이들은 유방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기도 하며, 심지어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까지 투여받았다. 또 2000명 가운데 10%에 속하는 건강한 200명은 맘모그래피에서 가짜 양성이 나와, 추가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고 밝혀지기까지 암이라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당 기간 지속됐다.

 

맘모그래피로 유방암 검진을 했을 때 이익을 보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지만 불필요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생기고, 검사를 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가짜 암으로 상당 기간 고통을 받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면 ‘검진이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잘 고를 수 있다면 모를까 모든 이들을 상대로 검사를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유방암 검진의 효과는 어떨까? 한국도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유방암 검진 방법으로 맘모그래피 검사와 의사의 유방촉진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맘모그래피 검사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2011년 5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등이 주최한 ‘암정복포럼’에서 발표된 결과를 보면 놀라운 사실이 나타난다. 박은철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1999년 국가암검진 사업이 시작된 뒤 암 검진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맘모그래피 검사로 유방암이 있다는 판정이 난 이들 가운데 실제 암 환자는 0.6%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가 배우 김현주, 유방암 환우와 함께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실제 암 환자가 아닌 나머지 99.4%는 어떻게 됐을까? <코크란 리뷰>에 나타난 것처럼 드물지만 일부는 유방암이 아닌데도 유방암 수술을 받았을 것이고, 상당수는 암이 아닌 양성 종양 등을 확인하려고 추가 검사를 받아야 했을 것이고, 또 상당수는 추가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올 때까지 암이라는 고통에 떨었을 것이다. 유방암 검진을 위한 의료비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40살만 되면 전체 여성이 받아야 하는 유방암 검진 사업을 통해 유방암 환자 1명을 발견하려고 한국이 쓴 돈이 1억9200여만원이나 됐다는 추정도 나왔다. 유방암 검진은 다른 암 검진에 견줘서도 그 효과가 분명 떨어졌다. 국가암검진에 포함된 다른 암은 1차 검사에서 암이 의심된다고 나와 최종 암으로 진단된 비율이 유방암보다 높았다. 위암은 3.3%, 간암은 5.7%, 대장암은 1.7%, 자궁경부암은 1.3%로 나타났다.

 

외국처럼 한국에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분명 그 누군가는 유방암 검진 사업을 통해 이익을 본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도 많다. 전문가들은 유방암 검진의 정확성을 높이지 못하면 이 검진 사업을 통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람만 더 늘어나고, 이익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가족 가운데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있어서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평생 유방암이 생기지 않을 사람은 불필요한 검사만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유방암 검진이 무조건 좋은 것인가? 유방암 검진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할 필요가 있는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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