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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한국 마피아야말로 '악의 표본'입니다!"

[초록發光] 마피아의 천국, 대한민국

조보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7.10 08:42:35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의 제한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한다. 세월호 참사와 GOP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시간도 골든타임으로 칭한다. 지난 몇 달간, 뉴스 헤드라인은 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큰 아픔을 겪고 나서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거나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들은 단순히 한 개인이나 조직의 책임만 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독처럼 자리 잡고 있는 정치, 관료, 산업, 언론을 포함한 각종 마피아들을 척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생했던 대형 사고의 대부분은 결국 인재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 간의 담합을 시작으로 정치인과 관료와의 결탁, 그리고 언론 포섭은 부실한 시공과 무리한 용도 변경, 관리 감독의 소홀, 정부 기금 밀어주기, 국민의 무관심 등으로 현실에서 나타난다. 이 현상들은 사고의 징후로 봐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근접한 시점에 예상되는 참사는 핵발전소 사고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핵발전소는 다른 사고들과 달리 사후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극히 짧거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핵발전소에 있어서 골든타임은 안전하게 모든 발전소를 정지시키는 시간까지, 즉 지금 우리가 대책 없이 허비하고 있는 지금인 것이다.
 
끊임없는 부품 비리, 언제까지 안전만 이야기할 것인가?
 
2012년 3월, 고리 핵발전소의 정전 사고가 은폐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우연처럼 발각되었다. 부품 납품 관련 금품 수수부터 입찰 담합, 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 그리고 인사 관련 금품 수수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비리들이 있었고,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쌓여 있던 '핵 마피아'들은 핵발전소 부품 제조업체부터 한국수력원자력까지 퍼져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원자력 발전소는 돌아가고, 노후화된 핵발전소 폐쇄 문제도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전국의 핵발전소가 크고 작은 결함으로 정지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비롯한 6개의 국가 공인 시험 기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1∼2013년 납품업체가 공기업에 제출한 시험 성적서의 위·변조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발표 자료를 보면, 고리 3,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 냉각 펌프, 터빈 증기 배수 밸브 등의 부품에 대해 위·변조 외에도 3개 업체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용접 철망, 외벽 배수 자재 등의 시험 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도 적발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정했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사업 시행 기간을 올 연말로 연장하는 내용의 계획 변경안을 고시한 것과 연결해 보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또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그동안의 문제 제기가 지극히 타당함을 말해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화력발전소에서도 부품 계약서에 위·변조된 시험 성적서가 확인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를 통해 태안화력발전소 2호기의 워터펌프, 제주화력발전소의 냉각팬,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배관 공사나 작업복 내피 등에 쓰이는 자재의 시험 성적서 등이 위·변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동서발전의 울산화력발전소도 자체 조사를 통해 부품의 시험 성적서가 위·변조 된 것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과연 이것이 단순히 하나의 발전소나 폐기장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사소한" 부품의 문제, 부품 납품 업체의 도덕적 헤이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 사회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을 재생산하고, 더 공고하게 만드는 국가와 자본이 있다.
 
그들만의 '의리'만 남고, 국민과의 '의리'는 사라졌다
 
ⓒ교황청

ⓒ교황청

1995년 한 개인, 한 기업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불법적으로 건축물의 구조를 변경했다. 그리고 이를 감시해야할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은 돈을 받고 눈감아주었다. 결국 502명 사망, 937명 부상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세월호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이 이야기의 전개는 이제 핵발전소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아주" 위험한 일이 아니고,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공허한 변명을 들어야 하는가? 아무리 '의리'가 유행하는 요즘이라지만, 언제까지 그들, 마피아들의 '의리'를 위해 국민의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
 
곧 방한을 앞둔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6월 마피아의 본거지라고 알려진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는 마피아를 향해 공동의 이익을 경시하고 악을  숭배하는 "악의 표본"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마찬가지다.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한국 사회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고의 지뢰밭으로 만들고 있는 핵 마피아들이 사회의 '악'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가 '안전 불감증'이라는 병을 치유하려면 가장 우선해야 할 처방은 바로 '악'을 없애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핵발전소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개조하려면 4대 악(성폭력,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불량 식품) 근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핵 마피아와 핵발전소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를 진정 구원하고자 한다면, 부디 한국의 핵발전소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방문하길. 악의 표본인 핵 마피아와 정면으로 마주하길.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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