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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성 벗어나지 못한 조계종의 위기

전근대성 벗어나지 못한 조계종의 위기

조현 2014. 10. 08
조회수 3955 추천수 0
 


 

전근대성 벗어나지 못한 조계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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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7일 서울광장에서 20여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범불교도대회에 참석한 스님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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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견지동 조계종청사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개혁세미나  사진 조현

 

 

자승스님 김정효기자-.jpg 

지난 2012년 6월 조계종 승려 도박사태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종단을 쇄신하겠다는 

쇄신 계획을 밝힌 조게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사진 김정효 기자

 

 

종단 개혁 20년 맞은 조계종 

 

2900여 사찰 연간 예산 1조 5천억
대부분 공적 관리안돼 불투명
10년간 수용된 절 땅 2천만 평
보상 비용도 제대로 사용 안돼
재정·인사 등 파행 지속되면
“5년내 종단 해체” 우려 목소리


한국 불교의 얼굴인 조계종의 승려들이 1994년 조계사에서 승려대회를 열어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종단을 쥐락펴락한 서의현 총무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고 종단 개혁을 이룬 지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과연 조계종은 개혁되었는가. 조계종 총무원의 ‘94년 개혁불사 2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법등 스님)가 지난 1일 연 세미나엔 1994년 초 창경궁 주위 비밀아지트를 꾸려 종단 혁명의 불씨를 피운 현응 스님(현 조계종 교육원장)과 월간 <불광>의 류지호 주간, 설동철(원묵 스님·광주 선덕사 주지), 박재현 월정사 종무실장 등 4명 가운데 원묵 스님을 제외한 3명이 출동해 법안 스님과 일문 스님,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등 토론자와 방청객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세미나에선 전국 조계종 소속 2900여개 사찰 수입이 1조5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되지만, 대부분이 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해 어디로 쓰이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됐다.

 

불국사페이지.jpg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은 우리나라에서 내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불교유적지들이다.

그런데 온갖 이름의 법회, 불사, 기도 명목으로 가득차 있다. 대웅전 앞에서는 사찰 거사가 지키며 어린이들은

통제했다. 관람객에 대한 에티켓은 물론 포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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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토함산 석굴암도 마찬가지다. 작은 경내에 온갖 불사, 기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불교문화유산을

무색케 하고 있다. 입장료는 카드도 받지않고 현금만 받으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첫줄 오른쪽)

석굴암 본존불 코앞에선 사찰 거사가 앉아 계속 기도비를 내라고 독려하고 있다(둘째줄 오른쪽).

석굴암 전각엔 일반 사찰들과 달리 전각 실내에 들어가지 않고도 돈을 넣을 수 있게, 불상 앞아 아니라 문 앞에

복전함(돈을 넣는 곳)을 설치해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 관람료 수입을 올리는 사찰로 손꼽히는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의 취재 결과 관람료를 카드로 받지 않고 현금만 받으면서도 현금영수증마저 발급해 주지 않는 상태다. 2년 전 승려 도박파문 이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위기에 처한 종단을 쇄신하겠다면서 ‘직영사찰과 특별분담금 사찰들에서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불국사·석굴암과 같은 문화재 구역 입장료 사찰 등에 대해 전자발권 시스템을 도입하고, 회계 전문가의 감사를 통해 투명화겠다’고 발표한 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세미나에서 20년 동안 사찰에 대한 인사권·감사권·징계권을 통해 사찰 부동산을 관리하고, 1만여명의 승적 관리체계 구축, 승가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등의 성과도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불교의 본사주지들 인사전횡과 불투명한 회계, 전근대성에 대한 뼈아픈 비판이 나왔다. 이를 종합해 조계종 개혁 과제 4개로 요약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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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조계종 개혁의 주역으로, 이번 세미나에서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발제를 한 현응 스님, 사진 조현
 


연간 1조5천억은 어디로 새나  
예산회계법과 사찰예산회계법이 시행중이나 전국 사찰의 30% 정도만 종단에 예산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다. 주지 등의 재량권에 맡겨져 있고, 예산안을 보고하지 않은 사찰의 경우 그 실태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조계사·봉은사·갓바위·보문사 등 4개 직영사찰에서 내는 분담금 총액이 75억원, 수입이 많은 7개 사찰이 내는 특별분담금도 24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사찰들이 내는 분담금은 모두 해서 44억원이다. 그러니 총무원 예산은 23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최대 종단임에도 중대형 교회 예산 수준이다. 그러니 종무원들 월급 주고 나면 할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국립공원 입구에서 사찰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징수해 반발을 사가며 걷는 400억원대의 문화재구역 입장료의 대부분이 공적기금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응 스님은 “공찰 소득을 전체 스님들의 수행과 교화 활동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일부 스님들과 사찰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현실을 지속할 경우 종단 해체를 요구하거나 탈종해 개별 차원으로 살아가려는 승려들이 늘어갈 것이고, 5년 내에 조계 종단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전체 사찰 수입추정액 1조5천억원의 1할인 1500억 정도를 교화지원 운영비로 쓰고 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야 한국 불교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종단 재정이 10년 내에 개혁돼야 승려들에게 개인 부동산의 사후 사찰 귀속 유언장 작성 등이 실효를 거둘 수 있고, 급속히 줄고 있는 젊은이들의 출가도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절땅 2천만평 판 돈 어디로 갔나  

조계종 2900여개 사찰이 보유한 토지는 2억8천여평에 이른다. 3억평이었던 땅이 불과 10년 만에 2천만여평이 도로개설과 공공사업 등으로 수용됐다. 그러나 이 땅의 보상비용도 종단의 공적 자금화가 되지 못한 실정이다. 현응 스님은 “연간 80억~100억원대의 보상금을 앞으로 10년간 스님들의 연구숙사 건립 기금으로 사용해 종단이 9~15명 정도가 함께 수행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소규모 기숙공간 800~900개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런 기숙사가 필요한 스님은 소수며, 대부분이 귀족적인 삶에 젖어 있는데다 자유가 제약되는 기숙공간에 들어올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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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전근대성을 지적한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사진 조현
 


국가 예산에 의존하는 종교 
문화재 관람료와 템플스테이 명목으로 사찰들의 국가 예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종단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자생력을 저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찰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의존한 불사를 난발하면서 별 쓸모 없는 건축물 유지 관리가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문화재 보수비 등에서 시스템 차원이 아닌 개별 사찰별 민원에 의존하면서 승가의 권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화되지 못한 불교 
한국 불교는 젊은 스님에게도 3배를 하게 하는 봉건적 절문화를 비롯해 지나친 승가 위주의 방식과 공부하지 않는 풍토, 지나친 기복성 등이 전근대적 요소들로 꼽혀 왔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종교 인구가 줄고 있고 젊은층의 이탈이 가속화하는데 전근대성으로 젊은층 이탈이 극심한 불교의 미래가 가장 어둡다”며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탈근대화로 불교를 대안적 삶으로 여기는 이들도 흡수하기 어려워 불교가 주도적 종교로 등장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류지호 주간은 실력을 갖춘 종무원을 잘 활용할 것을, 박재현 실장은 신자 참여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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