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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무섭다"던 그... 손잡아주러 갑시다

5일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송전탑 농성장'에서 전하는 호소

13.01.01 21:03l최종 업데이트 13.01.01 21:42l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직장을 잃은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세 사람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옆 철탑에서 농성 중이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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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혹한의 칼바람과 영하 20℃를 넘는 추위 속에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이곳 평택 송전탑에 심장마저 얼어터질 것만 같은 비보가 전달되었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 동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죽음에 대한 소식에 철탑농성을 이어가는 동지들은 할 말을 잃어갔습니다.

사실 노동자들에게 이명박 정권 5년은 좌절과 절망과 죽음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자본천국', '노동지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컴컴한 동굴 속에 갇혀 희망이라는 출구를 찾기 위해 버텨낸 시간이었습니다. 정부·국회·기업이 한통속이 된 자본의 카르텔의 벽을 온몸으로 항거했던 절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삶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그러나...

그렇게 노동자들의 가슴엔 점점 절망만 쌓여가고, 온몸은 멍들고, 죽음은 이어져, 온 나라가 피 칠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은 노동자들의 목에 벌금·구속·수배·집행유예라는 족쇄를 채우고, 자본은 '손해배상·가압류'라는 쇠몽둥이로 온몸을 구타했습니다.

이어지는 죽음 앞에서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 제발! 어디라도 좋다, 한 사업장이라도 좋다, 그곳에 희망이라는 촛불을 밝혀 주었으면…. 꼭 쌍용차가 아니어도 좋으니 다른 사업장이라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새벽하늘을 바라봤습니다.

한진중공업은 2011년 60억 원이 넘는 주식배당금으로 돈 잔치를 벌이면서도 가까운 미래에 경영상의 위기가 올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이 부당하고도 비상식적인 처사에 분노한 많은 노동자와 양심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 연대 '희망버스'를 타고 정리해고 철회를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5번의 희망버스 운행으로 한진중공업의 불법적인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1년이 지난 2012년 12월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켰으나, 복직 3시간 만에 무기한 휴직으로 노동자들을 또 다시 공장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민주노조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사회적 합의였던 노사합의도 무시하고,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부당노동행위로 탄압하고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통해 겁박했습니다. 고 최강서 동지는 "듣도 보도 못한 158억 원…, 돈이 무섭다, 아니 자본이 싫다"며 민주노조 탄압과 장기휴업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생계의 어려움과 사측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용노조로 돌아선 동료들에게 "돌아오세요, 어떻게 지킨 민주노조인데"라며 노예의 삶을 살지 말자고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 것입니다. 박창수·김주익·곽재규 3명의 열사들이 목숨을 던져 지켜왔던 민주노조를 또 다시 한 노동자가 목숨을 던져 지키고자 한 것입니다.

연대는 우리 모두를 살리는 희망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자본의 착취와 탄압을 견디며 이렇게 죽음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합니까? 가진 자들은 온갖 불법을 저질러도 용인되거나 보호받는데, 삶의 벼랑 끝에 서있는 노동자들은 누가 보호해주고, 이 죽음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손잡아줄 이 누구입니까?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연대가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현대자동차 정몽구를 처벌할 수 있고, 여러분들이 내미는 연대의 손이 동료의 죽음 앞에 좌절하며 희망을 놓아버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구하고, 악질 경영인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과 이재용 사장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런 하나된 목소리가 더 이상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슴에 희망이라는 촛불을 품고 함께 손을 잡고 달려갑시다. 그런 희망의 촛불들이 모여 희망의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면,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계사년 새해 1월 5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힘차게 시동을 걸고,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는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탄에 빠진 부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출발합니다. 함께 달려갑시다. 함께 모여 연대하고, 희망을 만들어봅시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희망을 만들어 봅시다. 연대는 우리 모두를 살리는 희망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으로,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쌍용자동차 정문 앞 철탑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 중입니다.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행사 문의 010-9667-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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