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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 버리자 얻은 깨달음

 
조현 2015. 06. 09
조회수 528 추천수 0
 

 

 

 

놓아버렸을 때 온 뜻밖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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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은 척추만 곧추세우고 최대한 몸을 이완하는 ‘놓아버리기’ 명상을 한다.

 

 

다음달 ‘명상대전’ 여는 각산 스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길이 되는 이들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참불선원장 각산(55) 스님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새 길을 내는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도 돈키호테처럼 일을 냈다. 10여년간 <화엄경> 입법계품의 선재동자처럼 스승을 찾아 미얀마와 타이, 인도, 스리랑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쓸고 다녔던 그가 이번에 각국의 불교 고승들을 우리나라의 한자리에 모은다.


오는 7월18일부터 6박7일간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릴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에서다. 1천명의 스님을 비롯해 3천명의 참석자가 고승 7명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명상을 하는 대규모 캠프다.
이번에 초청되는 스님들은 아잔 간하(아짠 깐하·타이), 아잔 브람(오스트레일리아), 툽텐 갸초(티베트), 소운 스님(중국), 심도 스님(대만), 우 자틸라 사야도(미얀마), 혜국 스님(한국)이다.


타이 왓 프래담마람 수도원장인 아잔 간하(66) 스님은 47년간 밀림에 은둔해 수행해온 수행자다. 세계 명상계의 거봉이던 아짠 차의 조카인 그는 신문과 텔레비전도 접하지 않고, 대중법문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가 각산 스님을 만난 뒤 자신의 비용을 들여 이번 대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소운(77) 스님은 근대 중국 선불교를 중흥시킨 허운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명으로 숭산 소림사의 선당(禪堂) 수좌를 지냈다. 그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나는 나다”라며 앉은 자세를 풀지 않았다고 한다. 대만의 심도(68) 스님은 화교지만 남방불교권인 미얀마에서 태어나 출가해 남방불교의 위파사나와 북방불교의 간화선을 함께 지도하는 통합불교의 선구자다. 이 밖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도 출신으로 타이에서 출가해 오스트레일리아 불교를 개척한 아잔 브람(65)도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다시 방한한다. 또 영국 의학도 출신의 서양인 티베트 고승인 툽텐 갸초(78), 미얀마 위파사나의 대가인 우 자틸라 사야도(80)가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해인사에서 10만 배 정진을 하고 손가락을 태워 수행 의지를 다지고, 충북 충주 석종사에서 참선을 지도하는 혜국(68) 스님이 참석한다.


세계적 고승 초청해 7월 일주일간 ‘7대성자 명상대전’ 여는 참불선원 각산 스님. 10여년간 선재동자처럼 미얀마, 타이, 스리랑카 등지로 구법순례 뒤 ‘놓아버리기’ 명상을 전파했다. 프랑스 테제공동체 같은 누구나 자유롭게 명상하는 상시캠프 여는 꿈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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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님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법문하는 하이원리조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들의 출입이 허용되는 카 지노가 있는 곳이다.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이 성행하는 한가운데서 마음을 다스리는 고수들을 모시고 명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명상캠프에 이어 7월2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는 ‘세계 7대 성자 수계대법회’가 선묵혜자 스님의 ‘백팔산사’와 공동으로 열리며, 26일과 27일에는 각각 부산과 대구에서 강연이 있다.


어떻게 각기 다른 전통에 따라 수행해온 고승들을 한자리에 모실 생각을 했을까. 이는 각산 스님의 순례 여정에 따른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각산 스님은 사업을 하기도 하고, 한때 정치를 꿈꾸는 야망의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불교를 접한 뒤, 부모를 위한다거나 혹은 세상을 위한다고 했던 일조차, 결국은 부모나 세상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고통이란 현실과 욕망의 차이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내 분수대로 살자’며 출가를 감행한 것은 35살 때였다. 늦깎이로 출가했으나 해인사 승가대학을 다니던 사미 시절부터 참여불교에 심취해 세미나 개최를 주도하는 등 일찍부터 행동대장의 기질을 내보였다. 그러나 그는 수행을 통해 먼저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선방으로 향했다.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 선방에서 간화선을 수행한 것이다. 그러다가 불교엔 간화선 외에도 다양한 수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먼저 해외 불교를 순례하며 간화선과 위파사나, 티베트불교 수행을 회통해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려 했던 지산 스님(2010년 입적)을 만난 게 큰 자극제가 됐다. 못 말리는 탐구열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미얀마로 떠나 양곤의 여러 수행처를 거쳐 선정(삼매)수행의 체계적인 가르침으로 유명한 미얀마의 숲속으로 파욱 스님을 찾아가 수행했다. 6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그곳에서 인정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스스로를 돌아볼 때 번뇌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과연 이것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 경지는 무엇일까.”

몸은 만신창이가 될 만큼 고행을 했지만 진솔한 성찰의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면 왜 종교 바깥의 사람들에게도 유익함을 주지 못하는지, 왜 사람들 사이 화합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해질 뿐이었다. 그런 의문이 그를 멈출 수 없게 했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났다. 타이로 가서 당대의 고승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지금의 스승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잔 브람에 대해 들은 것은 스리랑카에서였다.

 

그는 아잔 브람이 타이에서 수행을 한 뒤 오스트레일리아 땅 100만평에 만든 보디냐나 사원에 가기로 작정했다. 스리랑카 스님이 둘이서 가겠다고 연락을 하자, 그쪽에서는 방이 없다며 혼자만 오라고 했다. 그런데도 각산 스님은 오스트레일리아행을 강행했다. 아잔 브람은 불청객에 대해 “문제없다”며 환영해줬다. 그런데 해병대보다 군기가 세다는 해인사 행자 출신으로 용맹정진이 주특기인 그가 보기에 보디냐나의 군기는 한심할 정도였다. 아잔 브람은 일체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쿠티’라는 개인 수행처소에서 늘어지게 잠만 자도, 온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서 수행에 대한 그의 강박관념이 무너졌다. 긴장에 긴장을 더하는 강박적 수행을 놓아버리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부여잡기보다는 놓아버리고, 계율로 구속하기보다는 ‘자율 속의 타율’이 살아 있는 게 더욱 불교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아잔 브람 식의 ‘텅 빔’ 수행 속에서 전에 맛보지 못한 선정을 체험하면서 행복을 맛보았다고 했다. 그는 귀국 후 ‘놓아버리기’ 수행을 널리 알렸다.

맨땅에 헤딩하듯 상가 2층에 참불선원을 열고, <불교방송> 법문을 통해 새로운 명상의 길을 알렸다. 이런 명상에 목말랐던 이들의 호응은 의외로 컸다.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은 각산 스님이 10여년 동안 몸을 상해가며 동남아시아 숲속을 헤매고 세계를 돌며 만난 고승들을 대중들이 한자리에서 뵙게 하기 위함이다. 각자가 원하는 명상을 접해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지 불법의 대해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수행하고 돌아와 한국의 수행법을 폄하하고 상대의 수행법을 인정하지 않는 닫힌 벽을 넘어 다른 전통을 인정하고 화합하며 진리에서 하나로 만나자는 꿈의 실천이기도 하다.
그는 초청 고승들을 ‘성자’로 칭한 것에 대해 “불교에선 번뇌를 소멸한 경지인 아라한 외에도 사다함, 수다함, 아나함 등의 단계도 성자로 인정한다. 우리부터 이를 인정하고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각산 스님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누구나 와서 기도하는 기독교 공동체인 프랑스 테제처럼 세계인들이 ‘쿠티’와 텐트 등에서 자유롭게 명상할 수 있는 상시 명상캠프를 꿈꾸고 있다. 술, 담배만 금하고 최대한 자유롭게, 기독교인도 개인 쿠티 안에서 십자가를 걸고 기도해도 좋을 ‘열린 명상공동체’를 우리나라에 열겠다는 것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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