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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장군의 '매춘', 이건 군대가 아니다!

 
[박인규의 Inter-View]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②
이재호 기자2015.07.08 09:45:50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라인에 군 인사가 대거 등용되면서 군인들이 중용 받는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가 시작되고 군 수뇌부가 교체되면서 정권의 '군 길들이기'가 강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권이 교체되면 어느 분야든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물러났을 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제대로 진급도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권의 교체가 군 인사만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 마련한 정책은 청산의 대상이 됐다. 국방 정책 자체가 정권이 바뀌는 것에 따라 요동치다 보니, 군 내에서도 국방의 본질과 원형이 무엇인지를 두고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한미동맹, 전시작전권, 군 구조개편, 병력감축 문제, 병역 거부자 처리 문제 등등 군의 일련의 중요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서 완전히 정반대로 변했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 병영문화개선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뒤집었고, 결국 박근혜 정부 때 또 병영문화개선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군대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편집장의 지적대로 과거 정부의 정책이 요동치다 보니 국방계획은 대통령 선거를 주기로 한 5년짜리로 전락해버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군인들이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즉 5년 뒤에는 쓰지 않을 정책이니까 지금 당장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 온 것이다. 
 
이러다 보니 현재 한국군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도 모른 채 총체적인 방황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김 편집장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군이 가져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현실 안주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진짜 명예를 찾는 길로 갈 것인지, 한국군이 어느 길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답을 들어야 한다"면서 "자주국방, 전작권 같은 문제가 이념적으로 부담스럽다면 대통령은 우선 지금 군대가 군대다운 군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편집장은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고 자기 본분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념적 구호는 난무하면서 실상은 무너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군인들 내부의 집단 정신이 나와서 하나의 목표를 합의하고,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전작권도 자신있게 행사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김종대 편집장 인터뷰> 
① "연평해전 딜레마, 승전 vs. 개죽음"

 

프레시안 : 군이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에 북한에 대한 상당히 호전적인 발언이 많이 나왔는데, 실제 이들이 행동에서는 우왕좌왕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좀 더 큰 그림에서 보자면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하면서 전작권 환수에는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김종대 : 한국군 상황을 조금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군 장교단은 총체적으로 방황하고 있다. 상반되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우리 군은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자위권의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한미 동맹과 무관한 영역에서 북한을 응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자주적으로 행동할 때라는 집단적 결의를 표방한 것이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같은 시기에 전시작전권은 또 연기됐고 미국에 대한 의존이 강화됐다. 우리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제적인 기반이 잠식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군의 입장에서는 '자기분열적'인 상황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군이 이 두 사안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김관진 장관의 경우는 노태우 정부,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 환수에 가장 앞장섰던 인물이 중 하나인데 정권이 바뀌니까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군인으로서 최소한의 소신도 없는 것 아닌가? 군이 나름의 소신을 지키고 있는 집단인지 의문이다. 너무 정치논리에만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김종대 : 이명박 정부 때 김관진 장관은 군 상부 구조개혁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 문제는 여론 수렴이 덜 됐기 때문에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작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입장을 바꿨는데, 이는 군 내부에 있는 일종의 정신분열적인 현상이다. 본인이 하나의 흐름을 주도했다가 이제는 정치권력의 의지가 달라지니까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바꾸는 건데, 이러다 보면 본인이 어떤 사안도 주도할 수 없게 된다. 

정치논리에 따라 군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한국군이 제대로 된 군사적인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이 우리 국방의 가치인지 명확히 정립돼있지 않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에 대한 열등감도 커진 상태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정치권력이 군에 강하게 투영됐다. 

군을 장악하려는 것은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겠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 의지가 과도하게 표출됐다. 이것이 군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생략해버렸다. 방산비리를 수사하고 군 인사 수뇌부를 자주 교체하는 등 실제적인 군사업무 개입이 많아졌고, 무인기 문제같이 위협이 아닌 것을 위협으로 부풀리는 등의 처사로 군은 상당한 굴욕감을 맛봤다. 정치권력에 치이면서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군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붙인 건 돈줄을 막아서 숨통을 조인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국방 예산을 연간 4% 정도 증액시켰는데, 연간 5000억 원에서 1조 원에 달하는 불용액을 남겨서 반납하게 한 다음 이를 4대강으로 가져가 버렸다. 그러니까 결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제 이명박 정부 5년은 국방예산이 감축되는 시기였다. IMF 때보다 더 심하게 돈줄을 죄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군은 다른 곳에서 돈을 아끼게 됐고 엉터리 무기, 싼 무기를 구입하다가 오늘날의 방산비리 사건으로 연결됐다. 

정치권력과 군 사이의 소통 문제도 있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국무총리, 주요 안보 부서의 장, 외교안보수석, 안보비서관이 병역 면제자로 채워졌는데, 이들은 군사적 감수성이 별로 없는 인물들이었다. 자연히 군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나쁘게 비유하자면, 보수정권은 국방을 '매춘부'처럼 인식한다. 갖고 노는, 그러면서 짓밟고 거짓말해도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왜? 군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안되면 두들겨 패면 되고, 얻어맞아도 맷집 좋으니까. 보수 정권이 마치 하룻밤 상대처럼 군을 갖고 논 것이다. 그러면서 언어적으로는 안보의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인 양 위선적인 정치적 언어가 남발한다. 

그런데 당하는 군인들이 실제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오랜 군 생활동안 얻어 맞는 것이 체질화돼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직언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감수한다. 이건 정치권력과 군인의 정신적 '매춘'관계다. 서로 갖고 노는 거다. 타락한 민군관계가 설정된 셈인데, 군이 정권의 시녀이자 직언을 할 수도 없게 되고, 그러면서 군인을 줄 세우고 싶어하는 정치권력과 정치권력에 줄을 대고 싶어하는 일부 군인들이 판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굴욕감은 분명히 있다. 군인들은 이를 풀 대상을 찾아 나서게 됐는데 그게 민간에 대한 공격이었다. 사실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정치 논리, 특히 보수정권의 군 장악 의지 때문이었는데도 외부에 있는 언론이나 야당, 시민단체 등을 적으로 만들고 이들에게 감정의 찌꺼기를 배설해버리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굴욕감을 해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감정을 배설하는 야당의 경우에는 보수정권에 비해 상당히 군을 존중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에 대해 파격적인 배려 정책을 시행했다. 우선 국방 변화와 혁신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아낌없이 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국방예산 증액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군인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나 병영문화 개선 등의 조치가 시행됐다. 예비역 원로들이 청와대를 가장 많이 출입할 때가 노무현 정부 때였다. 재향군인회나 성우회에 대한 예우도 깍듯했다. 

여기에 군의 안보 논리에 희생된 사람들, 예를 들면 북파공작원이나 국군포로 등의 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린 것도 진보 정권 때 일이었다. 보수 정권 때는 국군포로라는 용어만 써도 잡아갔었다. 한국전쟁 실종자도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가족까지 연좌제로 불이익을 줬고, 북파공작원 이야기하면 간첩 취급을 받던 현실을 고려했을 때 파격적인 복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해놓으니까 이제는 예비역 장성들이 남북정상회담 할 때 국군포로 송환하라고, 납북자 데려오라고 현수막 펴고 시위를 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재밌는 것은 그 예비역분들이 배신한 전우가 바로 국군포로들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이렇게까지 군을 쥐고 흔들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종대 : 우선 과거 정부 통치하에 있던 군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있었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공무원이 정권 바뀌고 나서 원래 부서로 돌아갔을 때 불이익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군은 거의 집단 학살을 당했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블랙리스트 명단을 집무실에 아예 갖고 있을 정도였다. 

진급심사를 할 때 군에서 진급 추천자 명단을 청와대로 보낸다. 대부분 군의 뜻을 존중하는데 청와대에서 재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아무 문제가 없는 장교를 왜 청와대에서 반대하느냐고 따지러 오는데, 그러면 주섬주섬 책상 속에 있던 명단을 꺼내면서 따로 검증한 게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 박근혜 정부 초기 국가안전보장회의 (NSC)회의 ⓒ연합뉴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다음 정부인 박근혜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 때 인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정부의 군 인사 중에 참여정부 때 있던 사람들이 다시 요직에 진출하게 됐다. 두 번 뒤집히니까 원위치가 된 것이다. 

그래서 군은 정권 교체를 할 때마다 군 이데올로기에 일종의 단층선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거 정부에서 주요 직위자들이 수립해 놓은 정책은 일단은 청산의 대상이 되고 새로운 세력이 그걸 뒤집는 정책을 짜야 하고, 또 다시 이를 반복하고. 이런식으로 군의 군사적 담론에 단층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군에서도 무엇이 국방의 본질이고 원형인지에 대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우리 군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한미동맹, 전시작전권, 군 구조개편, 병력감축 문제, 병역 거부자 처리 문제 등등 군의 일련의 중요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서 완전히 정반대로 변했다. 노무현 정부 때 병영문화개선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뒤집었고, 결국 박근혜 정부 때 또 병영문화개선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군대인가? 5년 단위 이상의 국방 계획을 세울 수가 없는, 마치 사형선고 받은 군인처럼 움직여 온 것이다. 

군의 최고 가치는 "싸울 수 있는 군대"

프레시안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방개혁은 25년째 지지부진하다. 노태우 정부 당시 1990년 '818 군제개혁'을 통해 경쾌한 군 지휘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육군 조직과 기능이 확장되는 형태로 개혁이 왜곡됐다. 

이후 김영삼 정부 때 '21세기국방연구위원회'에서 유사한 군 개혁 청사진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위기의 장군들>에서 표현하신 대로 국방 개혁은 마치 "유산상속을 앞둔 형제들처럼 이제껏 서로 협력하던 조직들 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전면화되는 양상으로 변질"된 것이 사실이다. 818 이후 25년 동안 국방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군이 중심을 잡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정부가 확실하게 밀어붙이지 않아서인가? 

김종대 : 군은 오랫동안 정체성의 위기이자 방황기를 겪고 있다. 사회에서 어떤 존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해군의 경우에는 요즘 방산비리가 하도 많으니까 직업군인들이 휴가 나올 때 군복을 못 입는다고 한다. 전역한 고위 장교들은 해군 출신이라고 하지 않고 해양 관련 일을 했었다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군복이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실제 그 반대로 된 셈이다. 사회와 관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위기의 장군들> (김종대 지음, 메디치 펴냄) ⓒ메디치

우리 군의 가치·본질이 무엇인지가 모호해지니까 군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동력을 만들기도 어렵다. 집단의 힘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군대 장교라고 하면 강력한 생존의 의지가 떠오르고. 독일군 장교라고 하면 혁신의 메카가 생각나는데 한국군에는 이런 특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군 전통에다가 미국식 편제와 교리를 덮어씌웠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 

이러다 보니 본인의 인생 전체를 투자해서 달성해야 할 성과와 목표도 모호해지고, 계급과 같은 외적인 것만 명예가 된다. 예를 들어 군인이 연구기관에 가면 진급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군을 위해 연구할 것이 있다면 진급을 포기하고 군의 전력, 교리발전에 매진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진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명예롭지는 않다는 분위기가 있다.

마르크 블로크가 쓴 <이상한 패배 : 1947년의 증언>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블로크가 2차대전 때 독일군에 무너진 프랑스군을 묘사한 명언이 있다. "위관 때는 동기, 영관 때는 경쟁자, 장군 때는 적이 되는 것이 프랑스 군대"라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군의 장교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특성이 없다. 독일군과 똑같은 수준의 국방비를 쓰고도 전투다운 전투 한 번 못해보고 깨진 것 아닌가. 

그런데 프랑스는 나중에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귀감으로 삼았다. 그런데 우리는 <해동제국기>나 <징비록>을 포함해 내부의 비판에 대해 매장시키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한국전쟁 때 깨졌던 한국군과 프랑스 군대가 그다지 다르지 않음에도 말이다. 

아픈 부분을 꺼내놓기 두려워하는 군대는 조직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긍심이 없는 조직이다. 자신이 없으니까 숨기려고만 하고, 꺼내놓으려는 용기를 발휘할 수 없고, 그러면 방황이 장기화되고 습관화되면서 개혁에 대한 패배주의가 퍼진다. 해도 안되고, 다음 대통령되면 뒤집혀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결국 우리 군은 중심도 없고 방향감각도 없는 것 같다. 전작권 환수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서 자기만의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싶다. 

김종대 : 예전 같으면 합참에서 작전계획 짜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환수 움직임이 시작됐고 합참 조직이 개편됐다. 이때 합참을 전투 위주의 조직으로, 명실상부한 '한국군 사령부'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더니 어느 날 보니까 한미합동군사훈련도 한국군이 주도한다면서 작전 계획을 짜고 있더라. 한국군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런데 이명박 말기-박근혜 초기에 예비역들이 끼어들어서 그나마 올라가던 군사적 역량을 다시 죽여놓기 시작했다. 지금 한국군에는 군을 총지휘할 '한국군 사령부'가 없다. 원래 군이 있으면 총사령부가 있어야 하는데 전작권이 없으니까 사령부도 없다. 유엔사 정전식 교전수칙에도 우리 합참의 임무가 없다. 천안함, 연평도 때 계속 실수를 연발했던 이유도 합참이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예비역들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그들은 전투 위주로 합참 조직을 개편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이걸 선진화해 놓으면 미국이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려고 하는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은 전작권을 늦게 가져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설사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자는 것과 같다. 조직이 개편되지 않으면 교리는 어떻게 만드나? 지금도 미국이 없으면 단 하루도 전쟁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만 계속되면 자체 역량을 키울 수가 없다. 

실제 우리가 가진 역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을 찾아 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은 고도가 높아서 나중에 표적 조정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기술로는 이런 조치가 불가능하다. 또 GPS의 경우 미국 군용을 사용하는데, 한국이 자체 개발한 무기에는 못쓰게 막아놨다. 

이뿐만 아니다. 일반 탄약 비축 분량은 일주일이지만 정밀 유도탄은 하루 이틀 분량도 없다. 미국의 잠수함 분석 정보가 없으면 잠수함 기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군은 모든 면에서 미국의 단말기만 많이 깔아 놓은 상태다.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력은 거의 없다. 

프레시안 : 미군이 없으면 전쟁을 못하기도 하지만, 미군이 지원해준다고 해도 지금 우리 군이 전쟁이 가능한 군인지 의문이다. 

김종대 : 지금 군의 가장 큰 불명예는 싸울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난해 일어났던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을 되돌아보자. 당시 소초장은 3km가 떨어진 옆 중대 본부로 달아났고 부소초장은 휴가 중이었다. 밑에 중사는 탄약고 열쇠를 못 찾았다. 그 열쇠를 소초장이 상황병에게 주고 갔는데 이 상황병은 책상 밑으로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탈영한 임 병장은 총 6번의 검문을 받았는데 전부 "안녕히가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 동부전선 GOP 총기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지난 7월 8일 임 병장(가운데, 검은 모자)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참혹한 것은 그걸 검거한다고 9개 대대가 출동했는데 그 출동 부대 중에 관심병사들이 많아서 자기들끼리 놀고, 민가에 가서 강아지랑 놀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오발사고로 소위가 팔에 관통상을 입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오죽하면 검거 작전을 지휘하던 연대장이 군단장한테 전화해서 병력 통제 안 되고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병력 다 빼달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수습하겠다고. 그래서 임 병장한테 그 연대장이 직접 가서 휴대전화랑 볼펜 던져주고 데리고 나왔다. 이런 군대가 전쟁할 수 있을까? 

전쟁할 수 없는 군대를 할 수 있는 군대로 바꿔야 하는데, 사실상 군의 변화를 실행하는 중견 장교들은 언론과 시민사회 등 외부의 비판에 대해 공포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실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회의하면 대령들은 약점 잡힐까봐 아무 말도 못한다. 이들의 최고 목표는 내가 관리하는 부대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다. 전방에 가면 초급 간부들이 밤 10시까지 퇴근을 못한다. 병사들만 따로 두면 무슨 일이 생길까봐. 퇴근해서도 불안하니까 생활관에 CCTV를 설치하자, 군번줄에 전자태그를 달아서 병사들의 동선을 상황실에서 파악하자 등등 별의별 조치들이 다 나온다. 이거 유치원에 CCTV 달자고 하는 이야기랑 똑같다. 지금 초급간부들이 유치원 보모인지 간부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병사의 엄마가 부대 앞에서 하숙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품 넣어주고 치킨 배달 시켜주고, 지휘관에게 수시로 문의하고. 이런 애들을 억지로 잡아다가 끌어 앉혀 놓고 보니 돌아다니는 시한폭탄이 많아지는 것이다. 

군 최고위층인 장군만 돼도 자기 병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상하 간 소통이 안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이스라엘 등 어딜 가더라도 사단장과 병이 같이 밥 먹는다. 장군 식당 없다. 그런데 우리는 식당도 다르고 자는 것도, 심지어 군화도 다르다. 이렇게 뭐든 다르게 찢어 놓으니 권위주의만 짙어진다. 

이렇게 군대가 운영되고 있으니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상황이 이정도 되니까 이제는 국민이 군을 부담스러워한다. 군에 들어가는 세금이 아까운 것이다. 군이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현실 안주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진짜 명예를 찾는 길로 갈 것인지, 한국군이 어느 길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답을 들어야 한다. 자주국방, 전작권 같은 문제가 이념적으로 부담스럽다면 대통령은 우선 지금 군대가 군대다운 군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고 자기 본분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념적 구호는 난무하면서 실상은 무너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군인들 내부의 집단 정신이 나와서 하나의 목표를 합의하고, 이를 통해 결의를 다지다 보면 전작권도 언젠가는 자신있게 행사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서 장군들이나 군 고위직을 만나면 변명하는 식의 보도자료 내지 말고 장교의 본분과 명예를 찾겠다는 자기 선언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명예는 자기 스스로 지키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 한국군의 의지가 아직 안나오고 있다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실마리를 풀어보면 군에 적폐가 나온다, 이걸 개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한국군의 자질은 전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이들을 계속 억누르면서 '똑똑한 바보'들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군에 모멸감을 주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군이 자존감을 외부에서 보상받겠다고만 생각하면 국민들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다니는 초라한 모습만 보이게 될 것이다. 군에게 진짜 명예는 진실에 기초하여 각자의 전문성으로 국방의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의 몫이다. 이런 사람들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고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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