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 무지개 전사 3인방
15.10.22 21:51l최종 업데이트 15.10.22 21:51l
국제적인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지난 19일 오후 8시 부산에서 출발해서 꼬박 3박 4일을 항해한 후 22일 낮 12시경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다. 원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원전 2기 추가건설을 막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 이 배에는 현재 나를 포함해서 총 33명이 승선하고 있다. 이 중 다국적 선원이 17명, 이번 캠페인의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관계자와 한국 시민을 합쳐서 16명이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네덜란드 국적의 선박으로,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이 있는 암스테르담을 출항해서 전 세계 곳곳을 돌며 그린피스 지역사무소와 함께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인다. 선원들의 국적도 정말 다양한데, 전 세계 곳곳의 14개국(네덜란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불가리아·루마니아·우크라이나·미국·콜롬비아·호주·터키·인도네시아·대만)에서 모인 17명의 선원이 배의 운항에 필요한 각자의 임무를 맡고 있다.
그리고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에 있던 레인보우 워리어 호를 무사히 부산으로 인도하라는 특명을 받고, 지난 9월 25일에 한국에서 파견된 사람도 있다. 그는 바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박태현(26) 해양보호 캠페이너다. '딴거하자 투어'(원자력과 석탄 발전 대신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캠페인)를 위해 지금까지 꼬박 한 달간 환경 감시선에 탑승 중이라는 그와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과학자를 꿈꾸던 학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박태현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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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박태현 해양보호 캠페이너 |
ⓒ 정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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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캠페이너는 그린피스에서 일한 지 이제 10개월째에 접어든 젊은 활동가다. 중학교 때 영국으로 건너간 이후 스코틀랜드에서 해양생물학을 공부하고, 독일·스페인·벨기에 등지에서 해양생물 다양성과 보존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원래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관련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지구의 해양환경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내 환경운동에 관심을 두게 됐고, 올해부터 그린피스 캠페이너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최근까지 원양어선 선원의 인권 문제와 대만 참치 어선 실태조사에 참여했고, 이번에는 레인보우 워리어 호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간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딴거하자 투어'의 지향점에 대한 물음에 그는 "위험한 원전이나 시대착오적인 석탄이 아니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수년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박태현 캠페이너는 한국의 해양자원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해양보호구역 설정'이라며, "연안자원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지만, 원양어업은 지금도 허점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지속 가능한 원양어업 정책과 불법어업 근절 캠페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태현 캠페이너는 한국의 대표적인 참치 기업들이 원양어선 선원 학대로 국제사회에서 큰 문제가 된 사례를 들며, "영국은 모든 참치를 채낚기로 공급하는 100% 지속 가능 어업을 실제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한국에서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의 항해에서 자신도 "환경 파괴의 현장에서 직접 행동을 하며 가는 곳마다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선원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세계적인 환경 감시선의 수장, 피터 윌콕스 선장의 얘기도 들어봤다.
북극해 지키려 시위하다 두달 구금, 피터 윌콕스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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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호의 선장 피터 윌콕스 |
ⓒ 정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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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윌콕스(Peter Willcox, 62)는 그린피스 환경 감시선의 역사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1985년 7월 10일 프랑스의 정보기관이 침몰시킨 첫 번째 레인보우 워리어 호의 선장도 그였으며, 당시 사건이 있기 3개월 전 미국의 피폭 실험(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방사능의 1000배 이상에 노출) 대상이었던 300명의 원주민을 이주시킨 마셜 아일랜드 이주작전도 주도했다. 그가 환경보호 활동을 한 지도 이제 42년이나 됐고, 그린피스에서만 1981년부터 지금까지 35년을 일했다.
최근에는 2013년에 북극해 원유 시추에 반대하는 직접행동에 나섰다가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억류되기도 했다. 피터는 북극을 지키려는 지구촌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비폭력 시위를 벌이다 2달 넘게 감옥에 구금됐고, 전 세계적인 석방운동을 통해 가까스로 풀려날 수 있었다. 당시 사건에 대해 말하면서도 피터 윌콕스 선장은 "감옥에 간 게 이슈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감옥에 가는 건 정말 피하고 싶다"는 농담까지 했다.
미국 뉴욕이 고향인 그는 언제나 항해와 함께하는 가문에서 태어났고, 물 위에서의 삶인 '항해' 자체가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그린피스는 '3개월 근무-3개월 휴식'이 원칙인데, 피터 선장은 쉴 때조차도 (항해가 취미인) 95살의 아버지를 돌보며 요트 경주를 즐길 정도로 천부적인 바다 사나이다. 그는 유머감각도 뛰어나지만, 선장으로서의 권위와 카리스마도 남다른 인물이다.
피터 윌콕스는 당사자 앞으로 가서 대놓고 얘기하는 그린피스의 '직접행동'이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그린피스가 과격하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시선을 이해는 하지만, 비폭력에 기반한 활동이다. 그린피스의 직접행동에는 나름대로 제한과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 선장으로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모두의 안전과 승선한 구성원의 협력이다. 또한 즐기면서 일하는 환경이 되면 다른 일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피터 선장의 배에 타보니,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는 딸이 둘 있는데, 장녀 역시 환경단체에서 일하고(얼마 전 뎅기열에 걸려 스페인에서 치료 중이라고 한다) 차녀는 해양생물학을 공부했다. 둘 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 승선한 적이 있고, 피터 선장은 아이들의 미래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고민하며 그것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이미 40년 넘게 활동한 그는 향후 10년은 더 활동하길 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부모라는 것. 그것이 바다에 나가서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입니다."
바로 이 피터 윌콕스의 후예가 한국인 중에도 있다. 곧 그린피스의 다른 환경 감시선인 '에스페란자' 호의 항해사로 일하게 될 김연식(33)씨를 인터뷰했다(그는 한국인 최초로 환경 감시선의 정식 선원이 된다).
환경 감시선 최초 한국인 정식 선원, 김연식 항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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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감시선 '에스페란자'호의 선원이 될 김연식 항해사 |
ⓒ 정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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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에는 총 3대의 환경 감시선이 있는데(레인보우 워리어, 에스페란자, '쇄빙선' 악틱 선라이즈), 이 중에서 가장 크고 빠른 배가 에스페란자 호다. 김연식 항해사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그는 20대 중반에 <인천신문> 기자로 3년간 일했다고 한다. 이때 "해양경찰청에 출입하면서 선원 출신의 해양경찰들을 자주 만났는데, 이들이 뱃사람의 삶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로부터 많은 감명을 받았고, 새로운 인생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피터 윌콕스가 천부적인 바다 사나이라면, 김연식씨는 20대 후반에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다.
우선 그는 부산 영도에 있는 한국 해양수산연수원에 들어가 해기사 양성과정을 마쳤고, 이어서 12개월의 상선 실습에 나섰다.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김연식씨는 자신의 목표로 이 길을 선택했고,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을 더 부정기 화물선 선원으로 보냈다. 총 36개국 48개 항구를 다니며 '잃어버리는 시간이 없는' 배에서의 24시간에 큰 매력을 느꼈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하게 됐다(그의 항해기록은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2015, 예담)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러던 중 김연식씨는 항해하며 전 세계 시민들과 가까이서 어울렸다. 그러면서 환경 이슈를 피부로 느끼며 활동할 수 있는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에 관심을 두게 된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그는 이 배의 항해사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도 합격 통지를 받는 데 성공한다. 이와 동시에 김연식씨는 '1등 항해사'로 진급을 포기했으며, 대부분의 한국 젊은이들이 끝까지 망설일 '절반 이하의 연봉'을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 잠깐 탑승한 김연식씨는 이 배가 인천에 도착하면 곧바로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실이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환경 감시선 항해사로 정식 계약을 하고, 에스페란자 호 승선을 위해 멕시코 시티로 간다. 앞서 말했듯 그린피스의 '3개월 근무-3개월 휴식' 원칙에 따라, 2016년 2월쯤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환경 감시선의 항해사로서 앞으로도 계속 일하길 원하며, 적어도 자기 삶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잃어버리는 시간이 없이" 살아갈 준비는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린피스, 24일 인천항 제1부두서 행사 예정
나는 지난 19일 저녁에 부산에서 인천을 향해 출발하는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에 탑승했고, 세월호 침몰현장 부근을 지나서 계속 항해 중이다. 현재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지극히 평온하며, 문제의 바로 그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나의 마음도 이제 평화를 되찾았다.
레인보우 워리어(Rainbow Warrior)는 지구가 파괴되는 날 이를 구하기 위해 '무지개 전사들(Warriors of the Rainbow)'이 나타난다는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나는 이 배 선원들의 밝은 얼굴과 건강한 에너지를 통해서 긍정적인 자극과 치유를 느꼈다.
그린피스는 24일(토)과 25일(일)에 인천항 제1부두에서 오픈 보트 행사를 열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직접 승선하여 갑판·조타실·선미 등 배 안의 주요 시설 관람, 환경 티셔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공연 등). 행사에 시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니, 가족·친구들과 함께 무지개 전사들의 힘을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요즘 한국에서 평소에 일상생활을 하며 접하기 쉽지 않은 좋은 에너지를 다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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