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북중관계 회복과 북러관계의 진전

 

<2015 송년특집 ③> 북한의 대외관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5.12.23  20:06:56
페이스북 트위터

분단 70년이자 광복 70년을 맞는 2015년은 연초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기대가 모아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측과 북측은 신년 초 정상회담 운운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남북대화 한번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8월초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건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가 급상승하자 남측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하는 이른바 ‘2+2회담’을 성사시켜 8.25합의를 극적으로 이뤘습니다. 그러나 12월 11-12일 열린 남북 당국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은커녕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면서 사실상 결렬됐습니다.

북.미관계도 별 것이 없었습니다. 연초부터 양측은 북한의 공식적인 대미 대화 제안과 미국 측의 거절 등, 대화 제의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하세월하다, 결국 하반기 들어 북한 측의 평화협정 회담 제의와 미국 측의 비핵화 합의 이행 요구로 평행선만 긋다 한해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특기할 만한 것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해 북한과 중국이 관계회복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 점입니다. 이어 양측 관계개선의 움직임으로 12월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공연을 앞뒀으나 돌연 공연단이 철수를 하게 된 사건이 일어나 양측 관계가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습니다.

통일뉴스는 <2015년 송년특집>으로 ①북.미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의 대외관계 ④북한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올해 북한의 대외관계는 지난 10월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과 12월 중국 공연에 나선 모란봉악단의 급거 귀국으로 요약된다. 북한 대외정책의 기본축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정체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탈출구는 결국 중국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아직은 삐걱대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일본과의 관계도 나름대로 유의미한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당장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올해 러시아와 ‘친선의 해’를 선포하고 각종 협력을 강화했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을 매개로 북일 협상도 꾸준히 진행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선군정치와 병진로선을 변함없이 견지하고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면서 “우리 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적극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일본과의 협상 여지를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되며, 그 결과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뚜렷한 성과로 귀결되기 보다는 대체로 진행형인 상태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회복국면 들어선 북중관계, 모란봉악단 돌부리 만나

   
▲ 김정일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10월 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류윈산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을 접견하고 있다. 이 악수를 계기로 북중관계는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정권과 잇달아 등장한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의 여파로 기존의 ‘당 대 당’ 외교를 위주로 하는 전통적 ‘중조(中朝) 우의’ 관계와는 달리 중국은 외교부 주도의 ‘국가대 국가’ 관계로 위치지움으로써 북중관계는 저조한 상황이 지속됐다.

올 들어서도 서먹한 북중관계의 개선 조짐은 감지되지 않았고, 9월 3일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참가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당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을 전후한 인공위성발사나 핵실험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9월 30일 중국 건국 66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에게 축전을 발송했고, 시진핑 주석은 10월 9일 조선노동당 창건 70돌 축전을 장문으로 보내왔다. 아울러 류윈산 상무위원이 방북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접견하고 당창건 기념일에 나란히 열병식을 지켜보았다. 이로써 북중관계는 본격적인 관계정상화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모란봉악단이 사실상 대중국 친선사절로 중국을 방문했다가 12월 12일 공연 직전에 급거 귀국함으로서 다시 북중관계는 멈칫한 상태다. 아직 확실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공연 내용에 부담을 느낀 중국이 수정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자 중국 측이 참가자의 ‘격’을 낮췄고, 결국 북측이 철수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12월 8일 미국 재무부의 대북 추가제재에 반발한 김 1위원장의 ‘수소탄’ 발언이 12월 10일 보도된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이 북중관계 개선의 장애요소로 작동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모란봉악단 철수는 잠시 북중관계를 멈칫거리게 할 수는 있지만 북중관계 개선을 바라는 양국 지도부의 의지가 있는만큼 서서히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5월 북한의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을 전후해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북한에 계속 손을 내밀었는데 10월에야 북이 겨우 응답한 것”이라며 “류윈산 방북 이후 중조관계 개선 흐름을 중국이 되돌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냉각은 불가피하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류윈산 상무위원 방북 이후 중국 단동 신도시에 지난 10월 호시(互市)무역구가 개소됐고, 신압록강대교와 이어지는 북측 구간 도로를 중국측이 닦아주기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등 북중 간 경제교류도 보다 활성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선양-단둥, 다롄-단둥 고속철도를 개통하는 등 북중 접경지역 철도.도로망을 완비하고 있고 중국 난핑에서 19km만 철도를 연결하면 무산광산 철광석을 곧바로 중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규탄과 협상을 오간 북일관계

올해 북한의 대일 외교는 이중적으로 전개됐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구와 위안부 문제, 재일본조선인총연합(총련) 탄압 등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납치자 문제 등을 매개로 협상을 진행해 온 것.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8월 패전일을 즈음한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9월 안보법안 통과 등에 대해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강력히 규탄했다. 올해는 특히 총련 관계자 압수수색과 체포 등에 대해 북한의 관련 기구들이 연이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일 간에는 납치자 문제와 유골 송환, 식민지 배상문제 등 협상 현안이 존재하고,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으로 삼고 있어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 간 8.25합의 직전까지 아베 총리의 방북이 거론된 흔적도 일부 있다.

일본은 주중대사관에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공사 자리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은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 과장이 11월 중순과 하순 상하이에서 이달 중순 다롄에서 북한 당국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은 북일 협상 북측 대표단이 이달 15일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확인했다.

북한은 미국의 국제적 대북제재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강화 추진에 맞서 북일협상 카드를 활용하려 하고, 일본은 아베 총리의 납북자 문제 해결 의지와 집단적자위권의 북한지역 적용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북한의 서해안 남포항과 동해안 청진항을 거점으로 자국 기업을 진출시킴으로써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일본은 역사적으로 긴밀한 원산항을 염두에 뒀지만 북한이 대대적인 원산 개발에 나서면서 싱가포르 자본을 끌어들여 청진으로 진로를 변경했다는 전언도 있다.

활발한 북러관계, 중국 일변도서 다변화로

   
▲ 12월 12-16일 평양에서 '북-러 무역경제·과학기술협력 정부간위원회’ 무역경제 공동실무팀 2차 총회가 열린 가운데 일련의 의정서가 체결됐다. 러시아는 평양에 약국과 페스트푸드 체인망을 개설하기로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올해 북한의 대외관계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은 단연 러시아와의 관계를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북한과 러시아는 올해를 ‘친선의 해’로 선포하고 ‘경제적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4월 ‘북-러 친선의 해’ 개막행사를 모스크바에서, 10월 폐막행사를 평양에서 개최했다.

이에 따라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석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국 김 1위원장은 참석하지 않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신했다. 의전과 경호문제, 중국에 대한 외교적 고려 등이 불참 사유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역시 러시아의 북핵 불용 정책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북측 대표단은 지난 6월 러시아 두마(하원)을 방문, 핵문제 등에 관한 북한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분야에서 협력을 꾸준히 가속화하고 있다. 북러 간 각종 의정서와 협정이 채택되고 있고, 러시아의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 그리고 러시아 전력을 북한 라선시에 공급하는 등의 전력협력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 지난 11월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 3차 시범운송사업의 일환으로 북한 라진항 3부두에 화물선박 두 척이 동시접안하는 점검이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또한 러시아가 진행한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에 따라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가 세 차례 시범운송사업을 진행했다. 주로 러시아산 철광석을 라진항을 거쳐 국내로 반입하고, 지난 12월 3차 시범운송시에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백두산 생수를 반입해 중국 물류 운송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아직 러시아와 MOU(업무협약)만 체결한 채 본계약을 미루고 있다.

이외에도 북러 간 농업협력과 노동력 송출사업도 소리 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노동부의 외국인 고용허가증 발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1~3월 러시아에서 고용허가를 받은 북한 노동자는 4만 7,364명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1월 북러 간 ‘형사사건 상호협력조약 및 범인인도조약’ 체결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올해 북러 간의 경제협력이 매우 활발했다”며 “이달 중순 평양에서 북러 간에 체결된 약국과 페스트푸드 체인점 개설 합의처럼, 결국 유통이나 생필품 수입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 전문가는 “러시아는 돈이 없으니까 북한과 판을 만들어 한국이 돈을 대도록 분위기만 잡는 것”이라며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결국 러시아 보다는 중국 물류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글로벌 외교의 한계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은 여전히 공격대상이고, 북한은 핵문제와 최근 거세진 북한인권 공세에 대한 방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 연설을 통해 북한 인권결의안을 비난했고,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핵문제 등에 대한 북한측 입장을 천명했다.

또한 지난해 아프리카를 순방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4월 반둥회의 60주년 계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했고, 미국과 쿠바의 관계정상화에 따라 리수용 외무상과 강석주 당비서가 각각 쿠바를 방문해 전통 우호관계 유지에 힘쓰기도 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9월 방북한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과 류윈산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을 접견했지만 정상외교는 한 건도 없었다.

북미관계 개선의 기미가 없고 남북관계마저 풀리지 않은 올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외정책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최대화 하는 한편, 일본과의 협상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